[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예배당을 찾는 이들에게 구제비를 나눠 주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 수원남부교회(민병소 목사)는 2015년 4월부터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10여 명이던 예배 참석자는 약 4년 만에 1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수원남부교회는 초기에 구제비라는 표현 대신 '배당금'을 사용했다. 이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여론은 둘로 나뉘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교회인가. 다단계 내지 이단으로 의심된다", "교회가 돈을 나눠 주는 게 잘못된 일인가"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민병소 목사는 2015년 7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초대교회를 롤 모델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도 목적이 아니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물질을 공유한다고 했다.

수원남부교회는 이후 조용히 성장해 왔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기자와 통화하던 민병소 목사는 교인이 1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2부 예배를 만들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힘들다고 했다. 요새 교회가 성장하지 않아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어도, 교인이 늘어 힘들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3월 24일 일요일 수원남부교회를 다시 찾았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수원남부교회는 외관상 변한 건 없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자전거 수십 대가 교회 앞에 세워진 것 외에 달라진 게 없었다. '신천지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달린 현관문을 열고 예배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예배당에는 온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예배당은 이전과 달리 사람들로 북적했다. 4년 전 방문했을 때는 35명만 예배했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80여 명이 예배했다. 참석자 대다수가 노년층이었다.

수원남부교회는 2015년부터 예배 참석자들에게 구제비를 지급해 오고 있다. 10여 명에 불과하던 예배 참석자는 100여 명으로 늘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배 시작 전 민병소 목사의 아내 신성희 목사가 당부했다. 예배 시간에 졸거나 딴짓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 목사는 한 주간 지은 죄를 회개하자고 한 뒤 '주여' 삼창을 외쳤다. 몇몇은 '주여'까지 같이 외쳤지만, 다들 소리 내어 기도하지는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민병소 목사가 강단에 섰다. '사랑의 순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민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랑하지 않아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교회가 어려운 이웃은 돕지 않고 말로만 사랑을 외쳐 오는 바람에 세상이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교회는 약한 자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밖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약한 이웃도 보듬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은 상생을 추구하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예배 참석자들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눈을 감고 있거나, 강단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거나, 좀이 쑤신 듯 몸을 좌우로 흔드는 이도 있었다.

예배는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축도를 마치자 참석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예배당을 빠져나가기 위해 일렬로 정렬했다. 목사 부부는 예배당 입구에 섰다. 민 목사는 나가는 교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신성희 목사는 미리 준비한 갈색 봉투를 하나씩 나눠 줬다. 봉투 안에는 구제비 7000원이 들어 있었다. 초창기만 해도 1만 원씩 나눠 줬는데, 교인이 점점 늘면서 지급하는 금액이 줄었다.

구제비를 받은 이들은 서둘러 교회를 떠났다. 기자는 참석자들에게 설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받은 돈은 어디에 쓰는지 등을 물었다. "말씀이 아주 좋아서 믿음에 도움이 된다", "다닌 지 1년 됐는데, 받은 돈으로 반찬을 사 먹는다. 말씀도 좋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왔다. 온 지 4주 됐다. (구제비로) 담뱃값 정도는 한다. 설교는 좋은 말이니까 도움이 된다", "온 지 몇 달 되는데, 말씀이 참 좋다. 그동안 잘못 산 것을 회개하고 뉘우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1년 예산 5000만 원 중
절반이 구제비…
부를 쌓는 교회가 잘못인가,
물질 나누는 교회가 잘못인가"

예배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구제비가 든 봉투를 나눠 주고 있다. 봉투에는 7000원이 들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민병소 목사는 지난 4년간 구제비로 1억 원을 썼다고 말했다. 매년 평균 2500만 원을 쓴 셈이다. 구제비가 1년 예산의 50%라고 말했다. 예배에 참석하면 돈을 준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참석자도 늘었다. 민 목사는 "오늘은 그나마 적게 나온 편이다. 100명이 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예배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주는 교회는 흔하지 않다. 2015년 처음으로 '배당금 교회'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든 신자를 끌어모으려는 수작으로 보고 비판했다. 이후 민병소 목사의 의도가 소개되면서 논란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취지는 이해하나 방법론적으로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은 남았다.

민 목사의 소신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나는 전도지상주의를 배격한다. 단순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구제비를 나누는 게 아니다. 성경에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고 나와 있다. 물질을 나누는 게 뭐가 잘못됐는가. 부를 쌓는 교회가 잘못인가, 교인들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는 교회가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

개척교회나 미자립 교회일수록 구제비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민 목사는 "우선 사람이 모여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사람이 있어야 설교를 해도 힘이 난다. 안 그러면 실의에 빠질 수 있다. 요즘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정열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나와 같은 목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교회 형편상 7000원밖에 못 주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구제비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민 목사는 "최대 5만 원을 지급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물질 나눔'과 '이웃 사랑'을 강조하던 민병소 목사는 교회 세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교회 세습은 금수저 대물림으로 돈과 명예를 한 번에 포획하려는 권력형 적폐"라고 말했다. 주일마다 수십 대의 차량을 동원하는 대형 교회도 비판했다. 민 목사는 "경제적 약자인 이웃 교회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공정 행위이자 갑질 행위"라고 말했다.

민병소 목사는 부를 쌓는 교회보다 물질을 나누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민병소 목사는 지난해 7월 <헌금을 매 주일 나눠 주는 교회>(기빙백)를 출간했다. 민 목사는 교회가 구제비를 나눠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우리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것은 구조 악에서 비롯된 제도적 착취의 소산이다. 우리들에게 사회 혁신이 필요한 것은 독점 재벌 중심의 축적과 분배의 불평등 심화(소득재분배)에서 오는 각양각색의 고통 때문이다. (중략) 이 행복의 터전을 만드는 첫걸음은 예루살렘교회(행 2:44, 4:32)를 그대로 모방해서 한국교회가 매 주일 헌금(십일조의 ⅓ 이상)을 교회 안의 신자들(1차 이웃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될 때 성장·부흥할 것이며, 더 나아가 사회 혁신까지도 이루게 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책 서문에서)

"일언해서 구제비를 지출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로서 유용 아니면 횡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중략) 교역자의 생활비와 복음 전파비 및 교회 시설 유지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구제비로 책정해야 할 것인바 적어도 1년 결산의 30%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제비를 지출할 때는 특정한 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시혜 복지 비용이 아니다. 모든 가정 단위로 지불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보편 복지비가 가장 바람직하다." (184쪽)

"구제비로서 보편 복지비를 개체 교회 안에 있는 신자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은 하나님나라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것인 바, 민주적인 가치관(자유·평등·박애)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역자본주의로 자본주의를 이기는 하나님의 방법인 것이다(요일 5:1~4). 바로 이것이 진정한 종교개혁이다." (185쪽)

"이와 같이 개체 교회의 헌금을 할 수 있는 대로 아낌없이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목회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교회들은 개혁되어 갈 것이며, 그들이 결국에는 사회 변동을 일으켜 사회까지도 혁신시키는 위대한 동력자들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루라도 빨리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사해死海 교회에서 받고 주는 갈릴리교회로 옮겨지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과감히 시도할 때이다."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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