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이재호 목사(40·위디노무사사무소)는 목사보다 노무사가 먼저 됐다. 평소 이주 노동자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노무사를 하면 그들을 적극 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2008년 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이 목사는 이주 노동자를 위해 사역하는 위디국제선교회에서 3년간 간사로 지냈다.

목사가 된 이후로도 노무사 일을 병행해 왔다. 노무사라는 직업을 돈벌이가 아니라 선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다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인권 교육을 하고, 25세 미만 노동자를 무료로 변론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주일 중 4일은 교회 사역을, 나머지 3일은 노무사 일을 한다. 업무 비중은 교회 일이 더 많은데, 수입은 노무사 일에서 더 많이 나온다. 11월 17일 경기도 안양에서 만난 이 목사는 "생활비의 2/3 정도는 노무사 일을 통해 발생한다. 나머지 1/3은 교회 사례비를 통해 충당하고 있는데, 정작 시간의 3/4 이상을 사역에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사 일에 집중할수록 수입이 올라가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은 선교사 또는 목사이기 때문에 사역에 지장을 줄 만큼의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노무사라는 직업 자체는 이중직에 적합하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간과 장소에 매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메리트다. 이중직을 할 때 이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노무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노동관계에서 발생한 분쟁과 관련해 조정·대리·컨설팅 등을 맡는다. 사안에 따라 노동자 내지 사용자 측에 서서 대리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이 목사는 학교와 관련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당일 이 목사는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한 업체를 방문했다.

이 목사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업체에 현장 실습을 나가고 있는데,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습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또 성희롱과 같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는 않는지 상담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목사는 학교 교사와 함께 총 세 군데 업체를 방문한 다음 경기 군포시 산본에 있는 개인 사무실로 이동했다.

"부교역자 노동 인권 '무시'되는 현실 바꿔야
사역과 생계 분리하면 교회 건강해지지 않을까"
이재호 목사는 사역과 생계가 병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보다 교회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이재호
이재호 목사는 사역과 생계가 병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보다 교회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이재호

이중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은 호의적이라고 했다. 이재호 목사는 "교회에서 5년간 청년부를 맡고 있는데, 특히 청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궁금한 일이 있을 때 편하게 (나한테) 물어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같은 교회 교역자들과 담임목사님도 지지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수입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 목사는 "일반 대형 교회 부목사 정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질문을 해 온다면서 벌이는 노무사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이따금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부교역자 노동권 이야기를 꺼내자 이 목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부교역자의 경우 법적으로 근로자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 노무사이자 부목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목사는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무거운 숙제 같다. 법적으로 다툰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교역자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면서 제도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에서 벌어지는 부교역자들을 상대로 한 '갑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호 목사는 "주변 목회자들에게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는다. 쉬는 날 담임목사에게 택배 심부름을 지시받고, 담임목사 자녀 숙제도 도와준다고 하더라. 가장 후진적이고 권위적인 인사관리가 이뤄지는 곳이 교회인 것 같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부교역자들에게 무조건적 헌신을 요구하지만, 그 대가와 관련한 논의와 고민은 빠져 있다. 부교역자의 노동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 많은 일을 감당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언급하면 '삯꾼이냐' 혹은 '목회자인데 당연하지'와 같은 논리로 억압한다. 말을 꺼낼 수 없는 문화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부교역자와 담임목사 처우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도 문제다. 대개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100% 사례비를 받고, 주택·차량·교육 등에 있어서 부가 혜택도 받는다. 이재호 목사는 나중에 교회를 개척하면 담임목사에게 집중되는 재정 구조를 바꿔 보고 싶다고 했다. 교회에서 최소한의 사례만 받으면서 소신 있는 목회를 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역과 생계가 조금이라도 분리되면 교회가 지금보다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삶을 사는 사역자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상당 부분 이중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더 많은 다양한 모델이 생겼으면 한다."

이재호 목사는 더 다양한 이중직 모델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재호
이재호 목사는 더 다양한 이중직 모델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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