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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안 넘쳐도 '일복'은 넘치는 목사
[인터뷰] 광주 넘치는교회 김희용 목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10.25 16:30

김희용 목사의 시선은 생명, 평화, 정의를 향한다. 36년간 농촌 목회와 사회 선교를 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표, 고문, 활동가, 택시기사, 장애인활동지원사…. 36년간 농촌 목회와 사회 선교를 해 온 김희용 목사(넘치는교회)는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다. 여느 목사처럼 고정된 목회만 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김희용 목사는 전국구(?)는 아니지만, 광주에서는 웬만한 대형 교회 목사보다 유명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 소속인 김 목사는 1987년부터 2003년까지 농촌 선교에 매진했다. 주 활동 무대는 광주가 아닌 전라도 해남·무안이었다. 황폐화해 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부들과 연대하며 투쟁해 왔다.

농촌 선교밖에 모르던 김희용 목사는 농촌에서 도시로 무대를 넓혔다. 자신이 생각하는 신앙 운동과 사회운동을 결합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03년 광주 운남지구 상가 2층에 넘치는교회를 개척했다. 마을 대소사에 적극 관여하면서 주민과 관계를 쌓아 나갔다.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마을센터'도 만들었다. 마을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복지, 교육, 생태 운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김 목사는 줄곧 상임대표를 맡아 오다가 2년 전 물러났다. 마을센터는 올해 사단법인 광주시민센터로 발돋움했다.

김희용 목사는 자신이 사는 지역만 챙기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제주 강정마을 등 갈등과 아픔이 겪는 현장은 가리지 않고 찾아가 연대했다. 활동하면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됐다. 10월 23일 넘치는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만 알았지,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광주·전남 지역에만 180여 명이 생존해 있다"고 말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 기업에 끌려가 강제 노역에 동원된 여성을 말한다. 대다수가 10대 미성년자였다.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김 목사는 "광주에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된 후, 이분들 명예를 회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08년부터 준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희용 목사는 2009년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을 만들었다. 마침 그해 10월 전범 기업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이 들어섰다. 김 목사는 시민들과 돌아가며 208차례나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결국 미쓰비시는 전시장을 철수했다.

현재 시민모임은 광주에 사는 근로정신대 할머니 14명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있다. 2012년 광주광역시가 근로정신대 할머니 지원을 위한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했을 때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했다. 광주시민 13만 명이 동참했다. 김 목사는 "이 일로 20차례 넘게 일본을 찾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 문제를 사죄하고 적절한 배상만 하면 해결될 텐데, 오히려 경제 보복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시위를 진행해 왔다. 유가족을 초청해 예배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김희용

민주화·인권 운동 앞장선
아버지 따라 목회 길
생계 위해 이중직
택시 운전하며 '자아 성찰'

김희용 목사는 아버지 고 김경식 목사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장 총회장을 지낸 김경식 목사는 문익환·박형규·이해학 목사와 함께 민주화·인권 운동에 앞장선 인물이다. 5·18민주화운동 직후에는 '5·18 광주 민중 혁명 희생자 위령탑 건립 기념사업' 범국민운동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김희용 목사는 "군부독재 시절에는 교인보다 아버지를 감시하러 오는 형사가 더 많았다.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목회자를 꿈꿨다"고 말했다. 향린교회를 담임하는 김희헌 목사는, 김희용 목사 동생이기도 하다.

김희용 목사는 사회 선교뿐만 아니라 목회도 병행하고 있다. 넘치는교회는 상가 내 20평 정도로 아담하고 출석 교인은 15~17명밖에 안 된다. 교회가 이름에 비해 왜소하다고 하자, 김 목사는 "하나님이 이미 충분히 차고도 넘치게 주셨다. 16년간 밥 굶지 않고 목회하고, 사회 선교도 하고 있다. 하나님의 복이 차고 넘친다"고 웃으며 말했다.

목회만으로 먹고살 형편이 되지 않아 다른 일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택시를 몰았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인간을 향한 멸시, 동정, 특권 의식, 불신 등을 체험했다.

김 목사는 "사회운동할 때는 '목사님' 소리 들어 가며 나름 대우를 받았다. 택시기사가 되니까 반말은 기본이고, 돈으로 무시당하기도 했다. 차별받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에 대접을 받고자 하는 의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택시 운전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삶을 성찰하기에 택시기사만 한 직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목회 및 시민운동과 병행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지속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했다. 사납금·유류비(10만 원)를 채워야만 비로소 수익이 난다. 처음 운전한 날 12시간을 일했는데, 1만 원을 벌었다. 택시 운전은 정말 중노동이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는 김희용 목사를 지지한다. 김 목사는 "택시 운전을 하면 교인들이 싫어할 줄 알았다. 오히려 교인들이 내 건강을 염려해 주고, 기도해 주고, 배려도 해 줬다. 이만한 교회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김 목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하고 있다. 평일 오전마다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가사 활동 등을 돕는다.

"헌금 많이 하면 축복받는다?
사이비나 하는 짓,
교회는 커지려는 유혹 물리쳐야"

김희용 목사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교인들에게 헌금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는다. 그의 신조이기도 하다. 30년 넘게 목회하며, 설교나 광고에서 헌금을 강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헌금하세요', '헌금하면 축복받아요'와 같은 말은 한 번도 한 적 없다. 내 성격상 헌금을 내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궁핍하면 대출을 받거나 다른 직업을 통해 채워 가면 될 일이다. 교인에게 헌금을 강요한다? 도저히 못하겠더라.

일부 목사는 교인들에게 '헌금 많이 하면 하나님이 몇 갑절로 축복해 준다'고 한다. 순전히 목사 욕심이다. 목사 사례비가 많아지는 쪽으로 귀결되지, 정작 교인의 삶은 실질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 식이면 수만 명 다니는 대형 교회 교인들은 다 부자가 됐어야 한다. 헌금을 축복으로 포장하는 건 사이비나 하는 짓이다.

우리 동네에 큰 교회가 있는데, '금년에는 하나님 은혜로 거부가 되길 바랍니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건 적 있다. 소위 하나님 은혜로 '대박' 나라는 말인데, 돈이 하나님마저 소유해 버린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교회와 목회 이야기를 할 때는 템포가 한 단계 빨라졌다. 김희용 목사는 신이 난 듯 말을 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광주 지역에서 모범 시민, 활동가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정작 교회 부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목사가 진보적 사회 활동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오지는 않더라. 서운한 생각도 들었는데, 5~6년 전 내려놓았다.(웃음) 나같이 설교하고 목회하면 부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데도 우리 교인은 너무 좋아한다. 같이 거리로 나가 피켓도 들고 기도회도 참석한다.

수만 명이 모이는 교회는 아니지만, 15~17명 모이는 교회가 바람처럼 물처럼 자기 사명을 이뤄 가면 그게 의미 있는 삶이지 않겠나. 교회는 커지거나 성공하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묵묵히 제 역할을 감당해 나가는 게 교회라고 생각한다."

"차별·혐오 세력은 소멸할 것
한국교회 미래 암울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된다"

김희용 목사는 궁핍해도 성장과 부흥을 좇지 않는다. 커지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민주화 운동의 요람 광주이지만 교계 환경은 다르다. 광주 지역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동성애 반대, 가톨릭 반대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회가 누군가를 배제·혐오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김희용 목사는 "우리가 부모와 민족을 선택해 태어날 수 없듯이 성도 마찬가지다. 동성애가 잘못이라면 동성애를 있게 한 신부터 죽여야 하지 않을까. 성경은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는데, 한국교회는 동성애자·좌파·빨갱이부터 제거한다. 혐오와 배제를 일삼는 종교는 시대에서 밀려나게 돼 있다. 거짓되고 낡은 정신은 미래 세대와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명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세력은 낡은 정치 세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소멸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가 온전한 존재로 존중받는 시대가 올 수 있게 나 먼저 낮아지고 겸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농촌 목회와 사회 선교에 매진해 온 김희용 목사는 요새 집필도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 촛불 시위, 대통령 탄핵부터 최근에는 광화문 시위까지 사회적으로 여러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낡은 질서가 소멸하고 새로운 질서가 움터 오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이나 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희용 목사가 내다보는 한국교회 미래는 암울하다. 다만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될 것으로 봤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대로 가면 노인정이나 그들만의 친목 단체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하나님이 인류를 생명과 정의, 평화의 공동체로 만들려 하는 역사는 계속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넘치는교회는 상가 2층에 있다. 김희용 목사는 "교회는 작아도 사랑이 넘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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