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10월 29~30일 안산 꿈의교회에서 입법의회를 열었다. 이번 입법의회에는 '허가받지 않은 이중 직업'을 교역자 범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올라왔으나, 다루지 못하고 폐회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허가받지 않은 이중직'을 교역자 범과로 처벌하려 했던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가 안건을 다루지도 않은 채 입법의회를 폐회했다. 현직 이중직 목회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안건을 다루다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현재 감리회에서는 이중직 목회자를 '불성실한 교역자'(의회법 79조 2항)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은 없다. 이번 신설안은 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단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직종과 근무지, 근무시간 등을 서면으로 신청하면" 해당 연회 감독이 허가해 준다. 현재 감리회가 정한 미자립 교회 기준은 1년 결산 3500만 원이다.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권오현 위원장)는 10월 29~30일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에서 열린 제33회 총회 입법의회에 '적법한 절차 없이 이중 직업을 가졌을 때' 목회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신설 조항을 올렸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이중직 목회자들은 교단 재판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안준호 목사(왼쪽)와 최준식 목사(오른쪽)는 이중직을 하고 있는 교단 목회자다. 이들은 입법의회 현장에 배너를 설치하고 '악법'을 제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에서 이중직 목회를 하는 목사들은 악법을 폐기하라며 반발했다. 감리회 목회자들은 '감리회이중직교역자연대'(이중직연대·공동대표 안준호·최준식)를 결성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7일 성명에서 "이 법안은 권위주의에 기인한 반선교·반인권 법안이며, 시행될 경우 감리회 내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폐기를 요구했다.

최준식 목사(불기둥교회)는 시흥에서 '오떡이어' 분식점을 열며 이중직을 시작했다. 안준호 목사(참포도나무교회)는 '달려라 커피' 트럭을 몰고 다닌다. 교단에서 이중직 최전선에 있는 두 목사는 29일 꿈의교회에 부스와 배너를 설치하고, 법이 통과되지 않게 해 달라고 총대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

현장에서 만난 안준호 목사는 기자에게 "이중직은 작은 교회만 하는 게 아니다. 대형 교회 목사들도 카페도 하고 식당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도 한다. 대표자가 대부분 목사 아닌가. 그들이 하는 건 선교적으로 의미 있다고 인정하면서, 작은 교회만 못 하게 막는 게 문제다. 작은 교회 목사들은 기도하고 말씀 전하고 전도만 하라는 것이냐. 이제는 성폭력 같은 게 들어가는 범과 조항에 이중직을 넣으려 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준식 목사는 "이중직 목회자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니 속되다고 보는 거다. 이원론적 사고다. 현재 초교파적으로 Fx(교회의 새로운 표현) 같은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교단 목사들은 '저건 목회가 아니다'고 뒷담화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이 이중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것도 문제라고 했다. 안준호 목사는 "우리 교회는 자립 교회다. 1년 경상비 3500만 원을 넘는다. 그러면 이중직을 하면 안 되는가. 또 지난 2017년 입법의회 때 이중직 허가 요건을 강화해서 감독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감독은 2년마다 바뀌는데 그들이 허가해 주지 않으면 2년간 하지 말라는 뜻이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권오현 장정개정위원장은 29일 저녁 기자와 만나 "그 법안은 이중직 자체를 처벌하려는 게 아니다"며 현장 목회자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정확한 취지가 뭔지 묻자 "주일에도 전임 사역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문제다. 이중직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 목사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작 이번 감리회 입법의회는 이를 다루지도 않았다. 회원들은 감독회장 임기 2년 겸임제로 변경, 감독회장 선거에 제비뽑기 도입, 호남선교연회를 특별연회로 격상(신규 감독 선출), 전국장로회연합회 설치, 은급법 문제 등으로 시간을 다 보내, 결국 재판법 자체를 다루지 못하고 폐회했다.

10월 29~30일 열린 입법의회 주요 이슈는 감독회장 임기, 선출 방식, 전국장로회연합회 설치 등이었다. 29일 오후 감독회장 임기 문제로 긴 시간 토론하다 잠시 정회하자, 총대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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