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단체들이 전준구 목사 면직을 촉구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재출범했다. 이들은 전 목사가 면직될 때까지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단체들이 전준구 목사 면직을 촉구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재출범했다. 이들은 전 목사가 면직될 때까지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 단체들이 최근 성 추문으로 MBC PD수첩에 나온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 면직을 요구하며 대책위원회를 재출범했다. 전준구아웃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6월 5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목사의 성 문제를 다뤄 달라는 청원안을 교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PD수첩은 5월 12일 '목사님, 진실을 묻습니다' 편에서 전준구 목사의 성·재정 문제를 다뤘다. 2010년 초 전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자들 이야기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뭉갠 감리회 서울남연회 재판의 문제점, 전 목사에게 제기된 재정 문제를 짚었다. 방송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교단 내 단체들이 전 목사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2018년 전준구 목사의 서울남연회 감독 당선 당시, 감리회 여성 단체들을 중심으로 공대위가 구성돼 퇴진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전 목사가 수년간 숱한 성 추문에 휩싸였다며, 감독은 물론이고 목사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전 목사는 2019년 1월 감독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로고스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공대위는 활동을 재개하면서, 먼저 2019년 당시 전준구 목사의 목사 자격까지 박탈하지 못하고 활동을 멈춘 데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이번에는 교단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공동회장 백삼현 장로(여선교회전국연합회장)는 "우리는 이제 다시 온몸을 다하여 정화를 위해 나서려 한다. 가해자가 더 당당하고 피해자가 숨어 있는 이 모순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 내려고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배상하는 그날까지, 목사직 내려놓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서울남연회 감독에 취임한 전준구 목사는 논란 끝에 2019년 1월 감독직을 자진 사퇴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18년 서울남연회 감독에 취임한 전준구 목사는 논란 끝에 2019년 1월 감독직을 자진 사퇴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대위 공동총무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감리회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최 목사는 감리회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전준구 목사와 관련한 게시물을 연달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PD수첩에서 '목사님, 진실을 묻습니다'라는 가슴 아픈 고발 방송이 방영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국민과 피해자에게, 가슴 아파하는 감리교인에게 사과하라'며 감리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삭제되고 있다. 전준구 목사 관련 게시물 69건 중 35건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최소영 목사는 교단이 사과문 한 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서울남연회 감리사들은 이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5월 15일 회의를 했다는데 지금까지도 입장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울남연회 최현규 감독도 입장 발표가 없고, 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도 입장 발표가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공대위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준구 목사를 총회 성직윤리위원회와 지방회 교역자특별조사처리위원회에 회부해 달라는 청원을 6월 2일 올렸다. 감리회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따르면, 감리회 총회에는 "성직자 윤리 의식 강화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직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목회자가 실정법이나 교단 헌법을 위반한 경우 소속 연회에 고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방회에도 감리사가 교역자특별조사처리위원회를 통해 윤리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가 있다.

공대위는 전 목사를 곧바로 고소하지 않고 청원 형태로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도 대부분 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여성 6명의 피해 사실 진술, 성관계가 있었다고 명시한 경찰 의견서와 검찰 공소장 등을 토대로 교단이 전준구 목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총무 정영구 목사(바른선거협의회)는 "성 문제에 관련해서는 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목사 자격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청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전준구 목사의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대위는 전 목사에게 교회·선교원 재정 서류 및 컴퓨터 절취, 퇴직연금 횡령, 감독 선거 출마와 관련한 공금 유용, 목회 활동비 공금 유용, 해외 선교비 유용, 선교원 원장 급여 명목 횡령, 도서 구입비 횡령, 법인 카드 공금유용 및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며, 서울남연회 심사위원회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2019년 전준구 목사의 목사직 박탈까지 이끌어 내지 못한 점에 대해 피해자들에게도 사과했다. 감리회 내에 성폭력 옹호 문화가 생기지 않도록 2차 가해 방지, 성폭력 범과 신설 등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공대위는 2019년 전준구 목사의 목사직 박탈까지 이끌어 내지 못한 점에 대해 피해자들에게도 사과했다. 감리회 내에 성폭력 옹호 문화가 생기지 않도록 2차 가해 방지, 성폭력 범과 신설 등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공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감리회 본부와 서울남연회 책임자는 피해 생존자들과 감리회 모든 구성원,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 △감리회와 서울남연회 책임자는 전준구 목사를 즉각 면직·출교하고, 성폭력 범죄자를 옹호한 목사들과 장로들 또한 조사하여 치리하라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해 목회자 성 윤리 규정을 발표하고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라 △공의로운 심사와 재판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근본적인 자정 시스템을 마련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감독회장과 감독 후보의 성범죄에 대해 면밀히 검증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이 사건을 통해 감리회 내 성폭력 처벌 문화가 확립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정영구 목사는 "2차 가해를 없애기 위해 재판위원회·심사위원회에 여성 위원을 넣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목회자 범과에 '교회 성폭력'을 명시하고, 법망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는 부분도 개정해야 한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성폭력 피해자 권리헌장'에 따라 심사·재판이 진행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향후 이와 관련한 토론회와 입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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