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구 목사의 성 추문 논란으로 로고스교회가 시끄럽다. 전 목사는 기획위원회를 장악한 채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준구 목사의 성 추문 논란으로 로고스교회가 시끄럽다. 전 목사는 기획위원회를 장악한 채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담임목사로서 참담하고 죄송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저를 퇴진시키려는 외부 세력 공격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이번에는 방송 매체까지 동원돼서. (중략) 그래도 하나님께서 성도님들 대표해서 귀한 장로님들 세워 주셨으니, 장로님들이 하나 돼서 모든 일을 풀어 갈 수 있도록 담임목사로서 장로님들께 맡기도록 하겠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폭력 의혹을 받아 온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가 5월 17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 교인들에게 말했다. MBC PD수첩은 5월 12일 '목사님 진실을 묻습니다'라는 방송을 통해 전 목사의 성 문제, 재정 의혹 등을 보도했다. 전 목사는 외부 세력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장로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이날 차 아무개 장로회장도 강단에 올라 교인들에게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향후 모든 의사 결정을 장로님들께 위임하셨다. 장로회는 교회 안정과 부흥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준구 목사는 2009년 경신교회(현 로고스교회) 3대 담임으로 부임했다. 부임 초기에 교회를 세운 김 아무개 원로목사 측과 분쟁을 겪기도 했지만, 로고스교회는 출석 교인 4000명에 이르기까지 성장했다. 다만 전 목사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성 추문이었다. 전 목사에게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은 10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교회는 원로목사 측 음해이며, 전 목사는 교단법과 사회 법에서 처벌받은 적이 없다고 옹호했다.

성폭력 논란은 2018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감독 선거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 목사는 단독 후보라 무투표로 서울남연회 감독에 당선됐다. 교단 내부에서는 성폭력 목사를 감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결국 전 목사는 2019년 1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 일을 계기로 전 목사를 옹호해 온 로고스교회 장로회에도 균열이 생겼다. 일부 장로는 성 추문 사실 여부를 떠나 교회가 계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니 전 목사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로회를 중심으로 담임목사 거취 논의가 이어졌다. 전 목사와 장로 3명은 2019년 10월 24일 교회 인근 한 호텔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전 목사는 2021년 말 조기 은퇴하고, 장로들은 남은 기간 그에게 협조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올해 PD수첩 방송 이후 교인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장로회는 전 목사 거취 문제를 다시 꺼냈다. 장로들은 전 목사에게 1년간 안식년을 다녀온 뒤 은퇴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돌변한 전준구 목사
담임목사·시무장로만 참여해 온
기획위원회에 부교역자 동원
반대파 장로 주일 대표 기도 제외

"모든 일을 장로들에게 맡기겠다"던 전준구 목사는 180도 돌변했다. 전체 장로 16명 중 9명이 거취 문제 결단을 촉구하고 나오자, 전 목사는 기획위원회를 이용했다. 장로교의 당회에 해당하는 기획위원회는 대개 담임목사와 시무장로만 참여한다. 로고스교회도 지난 10년간 이같이 해 왔다. 전 목사는 수적으로 밀리자, 기획위원회에 부목사·수련목회자 등 9명을 투입했다. 감리회 헌법 교리와장정에는 "기획위원회는 담임자와 연회에서 파송한 연회 회원과 장로로 조직한다"고 나와 있다. 부교역자가 기획위원회에 참여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반대 장로 측은 반발했다. 그동안 로고스교회 기획위원회에 부교역자가 참여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6월 10일 열린 기획위원회에서 한 장로는 "그러면 지난 10년간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전 목사는 "그건 장로님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나까지 해서 (우리 쪽은) 17명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부교역자들을 '거수기'로 동원한 전 목사는 안건을 빠르게 처리했다. △예배 및 교회 질서 확립을 위해 (교회를) 어지럽히는 자에 대해 즉각 법적 조치 △교역자 임명 △수양관 운영 중단 △코로나19에 따른 교회학교 본부 및 각 교육국 사무실 폐쇄 등 여러 안건을 통과시켰다.

수적으로 열세인 반대 장로 측은 중간중간 "목사님이 (교회 분란) 원인을 제공했으니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수로 밀어붙이는) 목사님이 유치하다", "이게 회의인가", "부목사님들, 하나님 위해 목회해야지 담임목사님 위해 목회하느냐"고 항의할 뿐이었다. 전 목사는 "장로님 회의 때 훈시하는 거 아니다", "내가 아는 법대로 할 뿐이다", "유치해도 괜찮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전준구 목사는 회의 말미 공지 사항을 전달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시무장로들의 주일 대표 기도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장로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공지 사항을 표결에 부쳤다. 전 목사는 "담임목사 혼자 정한다고 (항의)하니까, 누가 동의해 달라. 찬성하는 분은 손을 들라"고 말했다. 16명이 동의하면서 그대로 통과했다. 한 장로는 "모든 걸 표결로 결정하는가. 하나님 앞에서 양심이 있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감리회 안에서는 전준구 목사 퇴진을 촉구하는 운동도 전개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감리회 안에서는 전준구 목사 퇴진을 촉구하는 운동도 전개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반대 장로 측은 현재 교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정리해 교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전준구 목사는 다시 기획위원회를 열고 아예 장로회를 해체했다. 6월 20일 기획위원회에서 전 목사 측은 "장로 9인은 세 차례나 내·외부에 입장문을 보냈다. 장로 본분을 잃어버리고 교회 질서를 어지럽히면 안 된다. 장로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측 17명 전원이 찬성하면서 안건은 통과됐다.

반대 장로 측은 "장로회는 법적 기구가 아니고, 기획위원회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다. 장로들이 모이면 '장로회'가 되는 것뿐이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 목사 측은 연대책임의 일환으로 주보에 실리는 장로들 이름을 모두 빼기로 했다. 반대 장로 측은, 차라리 반대하는 장로 9명 이름만 빼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도 전준구 목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한 장로가 "PD수첩에 나온 주인공은 전준구 목사님이다. 교회 위상뿐만 아니라 기독교 명예와 예수님을 욕되게 하신 분이 전준구 목사 아닌가. 그러면 그분이 주보에서 지워져야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의로운 사람을 제거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목소리 낮춰라.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소리쳤다. 장로가 재차 "왜 가만히 있는가. (잘못이 없다면) PD수첩을 신고하라"고 하자, 전 목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반대 장로 측은, 전준구 목사가 자신이 한 말을 뒤집고 막무가내로 나간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로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PD수첩 방송이 나가고 (전 목사) 본인이 은혜롭게 일을 처리해 달라고 장로들에게 먼저 부탁했다. 교회를 수습할 동안 안식년 다녀오라고 했더니 저렇게 돌변했다. 장로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겠다고 말해 놓고, 갑자기 장로회를 해체하지 않나, 주보에서 이름을 빼지 않나… 안타깝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로고스교회에 20년 가까이 다닌 한 권사는 24일 기자를 만나, 예전처럼 교회가 둘로 쪼개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 목사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교인들 생각은 다르다. 지역사회 시선이 부끄러워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도 적지 않다. 목사님 일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으니 책임은 져야 한다고 본다. 애꿎은 장로들을 탓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이러다가 2010년처럼 교회가 둘로 갈린 채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교회 문제와 관련해 전준구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전 목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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