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준구 목사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범감리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전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공대위는 3월 25일 입장문에서 "피해 생존자들은 공대위 요청에 따라 총회심사위원회 출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고소 취하 결정 전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전준구 목사의 목사직 제명을 이루지 못한 점도 사과했다. 공대위는 "성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감독은 안 되지만, 목회자는 인정하는 듯한 잘못된 선례로 악용될 여지를 남겼다. 금권 선거와 성폭력, 부적절한 성관계에 대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던 공대위 내부 논의를 지켜 내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공대위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안에 드러나지 않은 목회자 성폭력, 금권 선거 등 부정이 있다고 보고 이름을 전환해 활동을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공대위는 감리회가 성폭력특별위원회 및 특별법을 제정하고, 선거법을 개정해 금권 선거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전준구 목사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범감리회 공대위 입장문

"여러분을 불러 주신 그 거룩하신 분을 따라 모든 행실을 거룩하게 하십시오."(베드로전서 1:15)
"가르치는 사람인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야고보서 3:1)

전준구 목사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범감리회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전준구 목사의 감독 사퇴를 이끌어 낸 감리회 모든 단체, 지방, 연회 감리사협의회, 그리고 함께 기도하며 행동한 교인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전 목사의 감독 사퇴는 감리회의고질적인 금권 선거에 경종을 울렸으며, 동시에 교회 성폭력이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깊이 머리 숙여 사과합니다
우리는 피해 생존자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과합니다. 피해 생존자들은 공대위의 요청에 따라 심사위 출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고소 취하 결정 전에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를 감수하면서 어렵게 문제를 제기한 피해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감리회에는 없었으며, 공대위조차 피해자들을 철저히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고발장을 통해 피해 생존자 신상이 드러난 이후, 전날까지 증언을 하겠다고 했던 일부 피해자가 증언을 포기했습니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철저하게 보호하지 못한 공대위의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또한 전 목사의 목사직 제명까지 이루기를 간절히 바랐던 분들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우리는 <장정>을 충분히 숙지하여 즉각 대처하지 못했고, 노련한 교단 정치인들을 상대할 때도 상대적으로 노련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공대위 14개 단체들 사이의 소통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성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감독은 안 되지만 목회자는 인정하는 듯한, 잘못된 선례로 악용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금권 선거와 성폭력, 부적절한 성관계에 대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던 공대위 내부 논의를 지켜 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폭넓은 연대를 경험했습니다
이번 문제제기 과정에서 우리는 여성들과 청년들, 목회자와 평신도, 그리고 여신학생들의 폭넓은 연대를 경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리회 곳곳에서 입장을 밝히고 함께 기도하며 목소리를 낸 연회, 지방, 교회, 개인들과의 연대도 경험했습니다. 이는 오래도록 지속돼 온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 문화, 왜곡된 교회성장주의와 성직중심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였으며, 감리회의 개혁을 위한 열망이었습니다.
 
제33회 감리회 총회 또한 교회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취임 감독 모두가 전 목사와 함께 이·취임식에 참여하기를 거부했습니다. 대부분의 총대들과 이·취임 감독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총회 후 로고스교회에서 열린 전 목사의 감독 취임식에 참여한 이들은 이런 총대들의 의지를 외면한 것입니다. 

총회특별심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기소 결정 또한 감리회에 더 이상 금권 선거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감리회의 개혁을 바라는 정의로운 연대는 생각보다 폭이 넓었습니다. 

벽은 아직 견고합니다
전준구 목사는 감독을 사퇴하면서도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으며, 아직도 목사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경찰에서 스스로 입증한 부적절한 성관계, 소위 '자유의지에 의한 성관계'에 대해서라도 하나님 앞과 감리회 공동체 앞에서 사죄했어야 합니다. 스스로의 행위를 성찰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며, 성경과 교회의 법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교인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그러나 전준구 목사는 '(전직)감독'의 이름으로 다양한 교회 안팎 행사의 순서를 맡고 있으며, 서울남연회에서 전직 감독 자격으로 목사 안수례를 집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목사의 감독 사퇴는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 등 법적 이유로 감독직임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79일 동안 감독 직임을 수행했더라도 감독 임기의 2분의 1에 미달되므로 1차 임기로 여기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기에, 전직 감독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또한 감리회 재판 과정의 문제점을 여실히 경험했습니다. 감리회 교회법인 <장정>에서 성폭력과 간음의 공소시효는 5년(2012년 이전 3년)에 불과합니다. 사회 법의 10년에 비해 지나치게 짧을 뿐 아니라, "목회자의 20년 무흠"이라는 규정에 비춰 봐도 부적절합니다. 

심사·재판위원이 전원 남성이며 교회성폭력 비전문가들로 구성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심사·재판위원에 여성들과 교회 성폭력 전문가들이 포함돼야 하며, 재판위원 교육에도 성폭력 예방 교육이 포함돼야 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는 지난 3월 12일, 교회 성폭력 가해 혐의 목사 사건을 다룰 재판국 7인 중 4명을 여성으로 구성하고 재판국장에 여성을 선임했습니다. 

현재 700만 원에 이르는 재판 기탁금 또한 견고한 벽입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더욱 그렇   습니다. 그러나 이번 심사에서 지출된 기탁금 세부 내역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청했을 때, "공공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감리회 재판과정에 피해 생존자를 위한 보호 장치는 아예 없습니다. 성폭력 피해 고발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낼 책임은 우리 감리회 전체에게 있습니다. 

공대위를 전환하여 활동을 이어 가겠습니다
공대위는 2019년 3월 22일 '활동 보고 및 토론회'에서 우리가 마주했던 벽, 피해 생존자들이 부딪쳐야 했던 거대한 장벽을 허물 때까지 공대위를 전환하여 활동을 이어 가기로 결의했습니다. 시급한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성폭력 신고 핫라인을 설치하고 피해 생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2. 성폭력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3. 제33회 총회에서 결의된 대로 '목회자 성윤리와 교회 성폭력에 대한 감리회 정책과 지침'을 마련하여 모든 교회가 지켜야 합니다. 
4. 감리회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5. 전준구 목사가 전직 감독으로 목사 안수례에 참여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6. 감리회 재판 법과 절차를 보완해야 합니다. 
7. 감리회 선거법을 개정하여 금권 선거를 확실히 방지해야 합니다.

전준구 목사뿐 아니라 제2, 제3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목사직을 내려놓고 감리회가 정화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저항과 활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2019년 3월 25일
전준구 목사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범감리회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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