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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및 금권 선거 의혹 감독 끌어내린 공대위의 '반성'
"전준구 목사직도 박탈했어야"…단체 이름 바꿔 교회 내 차별·성폭력 근절 활동하기로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03.22 20:15

'전준구 사태' 해결을 위해 힘써 온 공대위는 이름을 변경해 계속 활동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폭력'과 '금권 선거' 의혹을 받아 온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서울남연회 감독에서 물러나게 한 '전준구목사제명과감독당선무효를위한범감리회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3월 22일 감리회 본부교회에서 활동 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공대위 회원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백삼현 공동회장은 "전준구 목사를 감독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목사직은 박탈하지 못했다. 그래서 반쪽밖에 못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위가 명명한 '전준구 사태'는 지난해 5월 시작됐다. 몇 번이나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전 목사가 서울남연회 감독에 출마하는 게 알려지면서 감리회는 술렁였다. 전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에 단독 출마했고 무투표로 당선됐다.

감리회 여성 단체들은 전 목사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접촉해 가며 진위를 파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10월 제33회 총회를 기점으로, 전준구 목사의 감독 취임 반대 및 사퇴 운동에 돌입했다. 기도회도 수시로 진행했다. 교단 안에서 여론도 형성됐다. 지금까지 감리회 소속 단체들이 21개의 입장문과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중부연회 등 5개 연회와 지방 11곳도 전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시에 공대위는 피해자들과 논의해 전준구 목사를 성폭력 혐의로 총회에 고발했다. 교단이 시끄러워지고 관련 소송까지 제기되자 전 목사는 올해 1월 19일 감독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현직 감독이 이 같은 일로 사임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감리회 안에서 '전준구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교단 여성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감독 사퇴 운동은 처음이며, 다들 불가능하다고 예측했지만 결국 감독 사퇴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대위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이번 활동 보고 및 토론회에서는,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했다.

"숨어 있는 전준구 훨씬 많을 것"
'전준구 사태', 감리교회 구조 악
피해자들과 의논 없이 고발 취하
"피해자들 목소리 또다시 배제"

이날 행사에서는 자축하는 발언보다 반성과 대안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대위 활동 평가' 발제자로 나선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 황창진 목사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황 목사는 "270여 개 지방 중 (감독 사퇴) 성명을 발표한 곳은 11개 지방으로 10%가 되지 않았다. 이 대목이 무엇을 함의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여러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이가 교단의 지도자가 되었는데도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목사직까지 제명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고 했다. 황 목사는 "이번 일로 '성폭력 전력이 있는 사람이 감독은 못 하지만, 목회자로는 인정을 받는다'는 시중의 비난을 들었다. (문제가 있는 감독의 사퇴는)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창진 목사는 전준구 사태를 개인 문제로 끝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준구를 통해 감리교회의 적폐 '성폭력', '금권 선거'가 드러났다. 지금 숨어 있는 전준구는 훨씬 많을 것이다. 교단 구조를 바꾸고, 감리교회 구성원들 의식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준구 사태는 교단이 제 역할을 감당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 전 목사의 성폭력 의혹은 2010년에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피해를 입은 교회 여성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연회와 총회에 문을 두드렸지만, 교단 관계자들은 이들을 외면했다.

발제자로 나선 신기식 목사는 "성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준구 목사가 교회 전도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았다. 연회와 총회가 관련 사건들을 은폐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남연회 기소위원회는 전 목사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고소 시한이 지났고 피해자들의 진술은 일방적이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했다. 신기식 목사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입어도 고소를 못한다. 가해 목사들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당당하다. 이는 전준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감리교회 구조악이다"고 말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김애희 센터장은 공대위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전준구 목사가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공대위가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센터장은 "고발 취하를 결정하면서 피해자들에게는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어렵게 문제를 제기했고, 공대위 요청에 따라 총회심사위원회 출석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공대위는 법치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피해자들 목소리는 또다시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몇몇 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김애희 센터장은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심도 있게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전준구 사태에서 끝내면 안 되고, 성차별과 권위적 문화에서 만들어지는 교회 성폭력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전준구 목사 개인의 감독직 박탈에서 멈추면 안 된다. 공동체 내 인식 변화를 만들어 내고, 피해 사례 사건 처리를 위한 제도를 구비하고 촉구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왜 말하지 않는가'를 묻기 전에, 성폭력 피해 고발이 가능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성폭력과 차별이 없는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발제가 끝난 후 회원들 사이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목사직 박탈까지 갔어야 했는데 우리가 초심을 잃었다", "여성 단체와 개혁 진영 단체가 지금처럼 힘을 합쳐 입법의회를 준비해 유의미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공대위를 통해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가졌다", "어찌됐든 우리는 한줄기 희망을 봤다. 공대위는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공대위를 존속하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자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송을 취하한 것을 사과하기로 했다. 이날 공대위는 차별과 성폭력이 없는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성폭력은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며 존엄한 인권에 대한 침해요, 불의입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인권 침해요. 하나님의 정의에 반하는 불의요, 죄로 선포합니다. 교회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신앙의 위기를 겪게 하며 교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영적인 죄입니다. 차별과 폭력이 없는 평등과 평화의 공동체가 되도록 교회를 새롭게 하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만물을 충만하게 하는 그리스도의 충만함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함을 믿습니다. 이제 성폭력 근절의 과제를 교회 선교의 중심 과제로 삼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모든 불의와 폭력을 극복하는 일에 신앙적으로 응답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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