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신천지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들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신천지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들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피연은 2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만희 총회장에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2월 27일 현재까지 대한민국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신천지 관련자다. 신천지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는 취재진이 몰렸다. 기자회견에는 전피연 관계자들과 신천지에 빠져 집을 나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전국 각지에서 참석했다.

전피연은 검찰이 이만희 총회장을 하루빨리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한 것은 신천지가 초기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피연은 신천지가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신도 명단 일부 삭제 △집회장 누락 보고 △조직적 은폐 의혹이 충분히 의심되는 만큼, 감염병예방법 제18조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는 신천지의 '모략 전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자유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판결했다. 전피연은 법원도 인정한 신천지의 밀행성이 이어지는 한 코로나19는 계속해서 확산할 것이라며, 청도대남병원, 신천지 본부 및 대구지부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검찰에 요구했다.

전피연은 2018년 12월, 업무상 횡령으로 이만희 총회장을 과천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제 능력이 없는 그가 신도들 헌금으로 2인자였던 김남희, 양아들 이 아무개 씨 명의로 건물을 취득했다가, 이것이 드러나자 신천지로 증여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과천경찰서는 지난해 7월 이를 불기소 의견으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송치했고, 검찰은 아직 사건을 결론짓지 않았다. 전피연은 매주 목요일 안양지청 앞에서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피연 신강식 대표는, 신천지는 수많은 의혹을 지닌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신천지는 종교적 이단 수준을 넘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잘 짜인 지능적 종교 사기 범죄 집단이다. (중략) 더 이상 신천지를 종교라 생각하며 그들이 짜 놓은 종교 싸움 프레임에 넘어가지 말기를 국민과 정부 기관, 검찰기관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강식 대표는 보건 당국이 이만희 총회장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대표는 "이만희는 청도농협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그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신천지는 이만희가 육체 영생한다고 가르쳐 왔기 때문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신도들이 이탈할까 우려돼 이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만희 신병을 확보해 검사하고, 감염됐다면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강식 대표는 "반사회적 종교 사기 집단의 불법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 피해자들도 신천지를 직접 겪기까지는 잘 몰랐다. 신천지 사기 포교가 처벌받고 교주가 구속될 때까지 전피연은 피해 사실 폭로 및 피해 예방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자녀와 연락 끊긴 부모들
"부모를 고소하게 하는 집단,
종교 아닌 사기성 농후한 범죄 집단"

전피연이 신천지를 단순히 다른 교리를 추구하는 종교 집단이 아닌 사이비 집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피연 구성원은 대부분, 신천지에 빠진 자녀들이 몰래 집을 떠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부모들이다.

이날은 평소 발언에 나서지 않던 부모들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 부모들이 적극 나서면 신천지는 자녀를 더 꽁꽁 숨겼기 때문에 그동안은 실명을 알리거나 부모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신천지가 전국에서 주목을 받는 이때, 공개적으로 나서면 신천지가 자녀들을 제명해 집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을까 바라는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코로나19 확진자 절반 이상이 신천지 관련자다. 전국 취재진이 기자회견에 몰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코로나19 확진자 절반 이상이 신천지 관련자다. 전국 취재진이 기자회견에 몰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부산에서 온 김 아무개 씨(27세) 아버지 김동찬 씨는 딸이 집을 나간 지 8년째라고 했다. 김 씨는 "딸을 만나기 위해 신천지 위장 센터 앞에서 시위하면, 오히려 신천지는 내 직장·자택 앞에서 맞시위를 벌였다. 내가 강제 개종 목사 사주를 받아 신천지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종교도 없다. 딸은 얼마 전 나를 고소했다. 어느 종교가 이런 일로 부모를 고소하게 하는가. 사기성이 농후한 종교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범죄 집단"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온 김 아무개 씨(25세) 어머니 최미숙 씨는 3년째 딸을 만나지 못했다. 최 씨는 "딸이 처음에는 신천지가 아니라고 거짓말하다가 갑자기 집을 나갔다. 찾아보니 신천지에서 가정불화를 이유로 아이를 쉼터로 보냈더라. 그 후 집에 돌아온 아이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한여름에도 방문을 잠그고 자기 시작했다. 누구와 어딜 가든 신천지에 보고했다. 그러다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신천지가 우리 부부를 고소했다. 사전에 자녀에게 신변 보호 요청서를 받아 놓았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종교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딸을 만나기 위해 신천지 위장 교육 단체 앞에서 시위하면 신천지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돈을 받고 시위한다는 둥, 강제 개종 목사가 조종한다는 둥 거칠게 반응했다. 최미숙 씨는 "자녀와 떨어진 부모가 어떻게 돈을 받고 다니겠나. 나는 내 딸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한데 행방을 모른다. 센터 앞에서 시위하는 도중 신천지인들이 보는 앞에서만 아이를 몇 번 봤다. 신천지의 해악성이 속히 알려지고 딸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게 검찰에서 수사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역시 신천지에 빠진 딸 임 아무개 씨(27세)를 찾아 헤매는 이 아무개 씨는 "딸이 신천지에 가면서 인생이 파탄 나고 지옥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 씨 또한 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는 "신천지는 친구·부모·지역사회·국가도 속인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거짓으로 내부 단속을 하는 집단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이만희는 신천지가 무너질까 봐 사태를 은폐해 시간을 지체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삽시간에 대한민국을 마비시켰다"고 했다.

이 씨는 "사이비는 종교가 아니다. 그런데도 신천지 측 말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보건 당국을 보며 답답함에 가슴을 쳐야 했다. 지금이라도 검찰이 나서 이만희를 구속하고 신천지를 해체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