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코로나-19 31번 확진자에 이어 신천지대구교회 교인 10명이 추가 확진자로 밝혀졌다. 단일 집단에서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코로나-19 감염자로 판정받은 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 2월 19일 발표를 종합하면, 31번 확진자는 2월 9일과 16일, 신천지대구교회 일요일 예배에 참석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이동했고, 12명이 함께 탑승했다. 예배에는 최소 300명에서 많게는 460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보면, 아무리 같은 시간 예배에 참석했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무더기로 감염자가 나오는 건 이상하다. 앞서 '6번 확진자'가 머물렀던 명륜교회(박세덕 목사)에서도 추가로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6번 확진자가 발병 후 자가 격리하던 중 증상이 발병했고, 대중과 추가 접촉 없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 신격화로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지정한 단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 신격화로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지정한 단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의 활동 특성을 알면 왜 확진자가 한꺼번에 여러 명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이단상담소 이동헌 목사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천지는 예배 때 줄과 열을 맞춰서 바닥에 앉는다. 옆 사람과 무릎이 마주할 정도로 딱 달라붙어 앉기 때문에 확산이 빠른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이를 밝히고 자가 격리하기보다는 은폐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는 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은 거리 포교를 자주 한다. 31번 확진자는 고열이 있었을 때에도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의사가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으나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신천지대구교회는 교인 중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외부에는 예배당을 폐쇄한다고만 공표하고 내부 교인들에게는 "예배당은 문을 닫으니 2인 1조로 활동하라"고 공지한 사실이 CBS 보도로 알려졌다.

하루 만에 확진자 10명이 추가되자, 신천지는 또다시 은폐에 나섰다. 신천지는 '섭외부 추가 공지'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메시지에는 신천지 교인들이 코로나-19 관련 '핍박받을 경우 대처 방법'이 나와 있다. "(자신이) 신천지임이 알려졌을 경우는 '그날은 예배에 안 갔다. 나는 다른 곳에서 예배했다'고 하고, 신천지로 의심받는 사람은 '신천지에 코로나가 있는 것이 나와 무슨 관계냐'고 확실하게 표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만희 총회장이 새누리당 이름을 지었다"는 전 신천지 고위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신천지가 한나라당 시절부터 정치권 인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도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천지 섭외부가 공지한 문자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떠돌고 있다. 
신천지 섭외부가 공지한 문자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떠돌고 있다.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소장은 신천지가 국가 재난 상황에도 자신들 이미지만 생각하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신 소장은 "저들은 시민, 국가 개념도 없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본인이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역학조사를 하지 않나.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어떻게든 빨리 잠재우려고만 하고 있다. 나중에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어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신천지는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하고 확산을 방지하지 않았다.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이 위장 교육 센터에 가서 활동하고 있다. 그곳에서 교육받는 사람 중 반은 신천지 교인이고 반은 외부인이다. 예배당만 폐쇄하고 나머지 관련 기관을 그대로 두면 확진자들과 함께 예배했던 이들이 그대로 또 다른 사람과 접촉해도 정부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홍연호 대표도 보건 당국이 신천지의 활동 습성을 이해하고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예배당만 닫는다고 해서 확산이 멈추는 게 아니다. 대구 지역에만 위장 센터와 교회가 17곳이다. 확진자들과 접촉한 또 다른 교인들이 지금 대구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위장 센터·교회를 빨리 폐쇄하고 추가 접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가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집단임이 또다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신천지는 여지껏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미혹했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확진자가 있으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인들에게 자중하라고 해야 하는데 이를 숨기고 거리 포교, 센터 교육 등을 지속하고 있다. 무책임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현 상황에 대한 신천지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신천지대구교회와 신천지 본부로 수차례 전화했으나, 이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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