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유관 단체들이 주최하는 '평화 만국회의'. 이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 대관 취소 통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장을 점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신천지 유관 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경기도청의 대관 취소 결정에도 불법으로 행사를 강행했다. 이들은 평화 만국회의 장소로 예정돼 있었던 수원월드컵경기장 대관이 취소됐음에도, 행사 전날인 9월 17일 저녁부터 현장에 들어가 행사 준비를 했다.

'만국회의'는 신천지 유관 단체 HWPL이 주최하고, 신천지 유관 단체인 세계여성평화그룹(IWPG)과 국제청년평화그룹(IPYG)가 공동 주관하는 대규모 행사다. 매해 전국 신천지 신자를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을 스타디움에 모아 놓고 '세계 평화'를 외친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에 세를 과시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이용한다고 평가해 왔다.

신천지 측은 9월 17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음향 장비 등을 설치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홍연호 대표)는 경기장을 관리하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원칙적으로 대관은 취소됐기 때문에 신천지가 하는 행동은 불법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차장 입구는 모두 행사 주최 측이 관리했다. 이들은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VIP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경기도청이 대관 취소를 통보했지만, 신천지 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사 당일인 9월 18일 새벽부터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줄지어 섰다. 경기장 관리는 아예 주최 측이 맡았다. 정장을 차려입고 형광봉을 든 주차 요원들이 공영 주차장 입구를 막고 들어가는 차를 일일이 확인했다.

행사 관계 차량만 수원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심지어 신천지 측은 중계방송 차량이 출입하는 철문까지 걸어 잠그고 입구를 지켰다. 이 문을 통해 'VIP-숫자' 스티커를 붙인 차들이 계속 드나들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주최 측이 설치한 부스가 자리 잡았다. '의전 차량부 교통 상황실'이라 이름 붙인 부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경기장 입구에 가까이 갈수록 경계가 더 삼엄했다. '경기장 보안 요원'이라는 명찰을 맨 사람들이 5m에 한 명씩 서 있었다.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같은 색 상의를 맞춰 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이 참가자들 휴대폰을 확인했다. 휴대폰에 있는 뭔가를 보여 주면 통과되는 방식이었다. 중국·일본 참가자들도 보였다.

경기장 안과 밖 곳곳에서 청년들이 무리 지어 무언가를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꼭대기 스탠드까지 색을 맞춰 입은 청년들이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 안은 이미 행사에 사용할 각종 물품으로 가득했다.

전피연 홍연호 대표가 경기장 주변을 걷자 주최 측이 막아섰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행사 개최 소식을 듣고 이른 새벽부터 달려온 전피연 회원들은 주차장 한쪽에서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병력도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점거가 맞지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양쪽 참가자 사이에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전피연 회원들과 신천지 측 관계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홍연호 대표는 "경기장 주변 도로는 공용이고 신천지 측이 불법 점거한 것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경기장 주변을 돌았다. 행사 관계자들은 홍 대표를 막거나 사진·동영상을 찍었다. 이들은 홍 대표를 취재하던 기자에게도 "허락받고 촬영하는 거냐"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관계 기관들은 뭘 했을까. 전피연 회원들은 기관과 신천지 측의 '이면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9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대관을 취소한 건 확실하다. 현장에서 뭔가 오해가 있어서 문을 열어 준 것 같다. 현재 수원중부경찰서에 이들의 행동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도 신천지의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신천지 측은 같은 날 오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행사를 열기로 계획하고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 단체가 민주화 운동의 성지에서 행사를 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광주시는 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사용 승인 취소를 통보했다. 그럼에도 행사 관계자들은 광장에 집기 설치를 강행하고, 예정대로 행사를 열었다.

경기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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