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부흥한(?) 교회는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던 2월 말부터 약 두 달간,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충실히 협조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예배를 빙자한 태극기 집회를 강행하며 방역 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뉴스앤조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랑제일교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서울시가 제공하는 '생활 인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생활 인구 데이터는 LTE 신호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는 공공 데이터다. 주민등록 인구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동 현황을 잡아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일별·시간대별 인구 이동 패턴을 파악해 상권 분석이나 유동 인구 추산에도 도움이 된다. 이 데이터는 지난해 9~10월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 인원을 분석하는 데도 쓰였다.

서울시 만류에도 집회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3~4월 일요일 생활 인구 평소보다 늘어나
부활절에는 2월 대비 26.5% 증가
여성 및 고령층 증가 두드러져

사랑제일교회로 진입하는 골목인 돌곶이로-돌곶이로27길 일대 집계구는 현재 재개발로 주민이 대부분 빠져나간 지역이다. 일요일에는 교회와 사찰 등에 종교 활동을 하러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인구 이동 요인이 없는 곳이다. <뉴스앤조이>는 일대 집계구 3곳의 일요일 9~16시 생활 인구를 분석했다.

신천지발 감염으로 코로나19가 급증하기 직전인 2월 16일 일요일, 사랑제일교회 일대 생활 인구 총합은 5501명이었다. 19일 신천지 감염자가 최초 드러났고, 그 주 일요일 23일에는 전 주보다 조금 떨어진 5387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3월 1일에는 6536명으로 일주일 만에 1150여 명(21.3%)이 증가했다. 이날은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2월 24일 이후 첫 주일예배가 진행됐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광화문광장이 아닌 사랑제일교회에서 예배 형식의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한 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에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인들은 공무원·언론 출입을 방해하며 집회를 강행했다. 3월 8일 6145명, 3월 15일 6417명, 3월 22일 6238명, 3월 29일 6189명, 4월 5일 6074명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4월 12일 부활절에는 6959명이 집계됐다. 이는 5501명이 모였던 2월 16일과 비교하면 1458명(26.5%)이 늘어난 수치다.

정점을 찍은 4월 12일 이후에는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했지만, 5월 24일 6012명, 31일 6078명, 6월 7일 6177명 등 평균 6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증하기 전 2월 16일 5501명과 비교하면, 5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 생활 인구 데이터는 5세 단위로 연령별 수치도 제공한다. <뉴스앤조이>는 이를 10세 단위로 재구성해, 코로나19 확산 직전 일요일 2월 16일, 전광훈 목사 구속 후 처음 맞은 일요일 3월 1일, 부활절이었던 4월 12일 세 날의 데이터를 비교해 봤다. 생활 인구는 전 연령대가 비교적 고르게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고령층이면서 여성일수록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은 증가 폭이 타 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제일 컸으며, 참석자 수도 제일 많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4월 12일에는, 고령 남성은 감소한 데 비해 고령 여성은 증가했다. 수치는 70대 이상 여성이 820명으로 가장 많았다. 퍼센티지로는 50대 여성이 2월 16일 415명에서 4월 12일 648명으로 56% 증가해 가장 폭이 컸다. 60대 여성도 2월 16일 497명에서 4월 12일 688명으로 38% 증가했다.

대형 교회 4곳 추가 확인
3~4월 생활 인구 급격히 하락

<뉴스앤조이>는 3~4월 일요일 9~16시 교회 주변 생활 인구 증가가 사랑제일교회만의 현상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서울 시내 대형 교회 4곳의 데이터를 더 살펴봤다. 집계구가 최대한 교회 예배당으로 한정돼 있어, 일요일 유동 인구가 교회를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택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가 적당했다.

서초구 서초3동 사랑의교회 집계구의 경우, 코로나19 급증 직전이었던 2월 16일에는 5만 5323명이 집계됐다. 이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교회를 찾는 발걸음이 뚝 떨어졌다. 23일 사랑의교회 집계구 동시간대 생활 인구는 3만 6468명으로, 전주 대비 1만 8855명(34%) 빠졌다.

사랑의교회가 현장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3월 1일에는 생활 인구가 2만 964명으로, 2월 16일 대비 약 62%가 감소했다. 이후 3월 한 달간 매주 일요일 9~16시 평균 생활 인구는 2만 1600명을 기록했다.

사랑의교회가 4월 19일부터 점진적으로 현장 예배를 재개하면서 이 지역 생활 인구는 다시 늘었다. 19일 생활 인구는 2만 7000명대로 올라갔다. '현장 예배 완전 복원 주일'이라고 명명한 5월 10일에는 3만 9803명이 모여, 2월 16일 대비 72%대까지 회복했다.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로 명명한 5월 31일은 4만 7336명으로, 2월 16일 대비 85% 수준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소망교회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월 16일 강남구 압구정동 소망교회 집계구의 9~16시 생활 인구는 1만 8464명이었다. 그런데 2월 23일에는 4472명(24%)이 감소한 1만 3992명으로 나타났다. 소망교회는 2월 26일 교인 중 확진자가 발생하자 3월 1일 예배부터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3월 1일 이 지역 생활 인구는 23일 대비 3762명, 16일 대비 8279명이 감소한 1만 185명으로 집계됐다.

소망교회가 '예배당 출입 사전 예약제'와 함께 현장 예배를 부분 재개한 4월 26일은 1만 2796명, 교인증 있는 교인만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한 5월 17일에는 1만 4331명으로 생활 인구가 증가했다.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이었던 5월 31일에는 1만 5074명으로 집계돼 평상시 수준에 근접했다.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 집계구 생활 인구는 2월 16일 1만 2667명이었다. 삼일교회는 2월 23일 다른 교회들보다 발 빠르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23일 생활 인구는 전 주 대비 5665명 감소한 7002명으로 45%가 줄어들었다.

삼일교회는 4월 26일부터 부분적으로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1부(9시), 3부(12시), 5부(15시), 7부(18시)만 현장 예배를 재개하고 2부, 4부, 6부 예배는 재개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대체했다. 주일학교 학생 등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는 온라인 예배를 권장하고 있다. 생활 인구는 5월 31일까지 7924명으로 점차 늘어났으나,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단 한 번도 현장 예배를 중단하지 않아 지탄받은 연세중앙교회 역시 코로나19 국면 이전만큼의 생활 인구는 집계되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는 인위적으로 출입 인원을 통제하며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연세중앙교회 집계구 생활 인구는 2월 16일 2만 1895명, 2월 23일 2만 293명으로, 코로나19가 급증한 이후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교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한 3월 1일에도 연세중앙교회는 현장 예배를 지속했다. 대신 바코드가 있는 교인만 본당에 출입시켰다. 이날 교회 집계구 생활 인구는 1만 6124명으로 2월 16일 대비 5771(36%) 감소했다. 3월 8일 1만 4073명, 15일 1만 1658명, 22일 1만 861명까지 떨어졌다. 연세중앙교회는 계속 본당 수용 인원을 통제하고 있어, 3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1만 1000명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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