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몇 명인지 날마다 확인하는 시간이 되돌아왔다. 한동안 잠잠하던 교회발 확진자는 최근 급증해 지난 한 달간 관련 확진자 수 100명을 돌파했다. 방역 당국은 연일 종교 행사 대면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인천시는 6월 2일 자로 관내 종교 시설 4200곳에 집합 자제를 권고했다.

6월 3일 0시 기준으로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인천 대한예수교장로회 에녹총회 집회 관련 55명,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군포·안양 목회자 제주도 여행 관련 15명,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15명,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관련 10명 등이다. 방역 당국은 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교회가 전일 대비 9곳 추가돼 총 33곳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은 대형 교회보다는 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주일예배보다는 예배 외 소모임 시간을 통해 확산하는 양상이다. 또한 최근 확진 사례는 대부분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해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4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4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까지 55명이 발생한 인천 에녹총회 관련 확진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찬양과 통성기도 등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이 현재까지 공개한 인천 집회 관련 교회는 총 22곳으로, 자택을 겸하고 있는 4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상가에 위치한 교회들이다. 상가 교회들은 공간이 좁고 환기가 어렵다. 방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3밀 시설(밀접·밀집·밀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공간에서 다닥다닥 모여 앉아 찬송을 부르고 통성기도를 하는 등의 행위는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

CCC 관련 최초 전파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은 서울 부암동 CCC 본부 방문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청·강북구청에 따르면, 이 남성은 24일 부암동에서 CCC 건물과 인근 식당을 이용했고, 거주지 인근 PC방·마트를 방문했으며, 교통수단은 택시·버스를 이용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이튿날인 25일에도 CCC 본부를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다음 날인 5월 26일 증상이 발현됐다.

원어성경연구회에 참석했던 의정부·남양주 교회 목회자들 경우는, 확진 이후에도 방역 당국에 솔직하게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처음에는 예배도 열지 않고 외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동선 추적 결과 그는 교인 10여 명이 모인 상태에서 예배했으며, 증상 발현 후에도 경북 상주 인터콥BTJ열방센터를 방문했다. 상주시는 당시 인터콥 센터에 있던 100여 명을 전수조사했으나 다행히 전원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700명·350명 모이는 인천 팔복·온사랑교회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로 확산 막아
대형 교회, 인력·자원 총동원해 방역

이와 달리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확진 사례는 비교적 덜하다. 3월 초 교회에서 집단 확진자가 발생하고 성남 은혜의강교회가 '소금물 분무기' 등을 사용해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자, 한국교회는 적극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에는 쿠팡발 N차 감염으로 8명 확진자가 발생한 수원J교회 등을 빼면, 예배를 매개로 한 감염 확산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인천 팔복교회·온사랑장로교회 사례는 한국교회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인정받은 사례다. 인천 학원 강사에게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등학생 두 명이 각각 팔복교회(700명), 온사랑교회(350명) 예배에 교회에 참석했지만, 두 교회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두 교회는 정부가 제시한 수칙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두 교회가 △온라인 예배 활성화 △교회 직원 1일 2회 체온 측정 △출입자 증상 여부 확인 △전원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상시 비치 △참석자 간 거리 유지 △예배 전후 소독 및 환기 실시 △식사 제공 금지 △출입자 명단 관리 등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온사랑교회의 경우, 여기에 더해 출입자들에게 라텍스 장갑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5월 15일 페이스북에 "교회의 전원 음성 판정은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최우선임을 보여 주는 아주 중요하고 모범적인 사례다. 높은 시민의식으로 집단감염을 막은 교회 관계자와 교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썼다.

인천 팔복교회와 온사랑교회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 사진 출처 인천시
인천 팔복교회와 온사랑교회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 사진 출처 인천시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 교회일수록 예배당 출입 절차를 까다롭게 유지하고 있다. 현장 예배를 한 번도 중단하지 않은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의 경우 '16단계 출입 방역 수칙'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중앙교회는 출입 바코드가 있는 ID 카드가 있는 교인만 본당에 들여보내고, 본당 내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 QR코드를 통해 확인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교회는 대책 매뉴얼에서 "'성도 확인 바코드 시스템'과 '성도 좌석 확인 QR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위치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과실 없이 정확한 정보를 저장해 유사시 도움이 되도록 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의 경우, 입구 로비에서 의료인 면허가 있는 교인들이 손수 출입자들을 확인하고 의심 증상이 없는지 진료하도록 했다. 예배가 끝날 때마다 방역기를 동원해 본당을 소독하고 환기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하는데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한교총 "예배는 드리되 소모임 자제해야"
공공신학자들 "사회적 책임 감당할 자세 갖춰야"

주일예배 방역에 자신감이 생기자, 교계 연합 기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은 5월 31일을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로 정하고 현장 예배를 재개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4월 26일 현장 예배 재개 당시 예배당 수용 인원 1200명만 입장시켰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5월 31일에는 4000명을 들여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본당 수용 인원 ¼ 수준이다. 사랑의교회는 6500석 중 1800석만 입장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 캠페인을 주관한 소강석 목사는 6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보건 당국에도 밝힌 것처럼 최근 교회 예배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는 없다. 경제를 활성화해야 사회가 순환하는 것처럼, 예배도 정지해서는 안 된다. 교인들에게 영적·정신적 방역도 필요하다. 예배 참여만큼은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기구가 '예배 회복'을 선언하면 교계 방역 분위기가 느슨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최근 문제가 된 것은 소그룹 모임이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왜 이태원은 놔두고 교회에만 뭐라 하느냐고 할 게 아니라, 부담 갖고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하고 철저히 방역할 것이다. 앞으로 교회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계속해서 안내하고 홍보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신학자들은 교회가 느슨한 자세를 보이거나 모이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역을 철저히 하고 소모임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공공신학자들은 교회가 느슨한 자세를 보이거나 모이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역을 철저히 하고 소모임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공공신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교회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려는 자세로 소모임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이고 싶고 뭔가 해야 한다는 열정을 앞세우다 보니, 교회 내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것 같다. 모임을 자제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인천 지역 목회자들이 '신유 집회' 등을 주관했다는 사실에 관해서도 "개인의 신앙 색깔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사회적 상식 및 의학·과학적 진실이 개인의 신앙이나 판단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덮어 놓고 신앙만 강조하는 행위는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주일예배 등 대규모 모임에서는 수칙을 지키고, 보는 사람 없는 소모임에서는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런 행위는 한국교회가 공적 책임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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