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초 예배당 건축 당시 "공공 도로 지하 점용 부분을 원상회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던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건축학·물리학적으로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랑의교회는 현재 본당 일부로 점용 중인 참나리길 지하 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대법원은 "서초구청은 사랑의교회에 도로점용을 중지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를 하는 등 도로점용 허가로 인한 위법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지난해 10월 구정 질문에서 "서초구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판결대로 이행하도록 적극 협의하고 명령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2020년 2월, 사랑의교회에 "2022년 2월까지 도로점용 부분을 원상회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랑의교회는 3월 서초구청을 상대로 '원상회복 명령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소장을 보면, 교회는 도로점용 허가서에 "원상회복할 수 없거나 그것이 부적당한 경우"에는 원상회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며, 서초 예배당은 이 경우에 해당하므로 복구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는 참나리길 지하 부분을 본당 강단 일부와 성가대석 등으로 점용하고 있다(빨간 선 오른쪽 부분). 교회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허가받았고, 원상회복도 불가능한 만큼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랑의교회는 참나리길 지하 부분을 본당 강단 일부와 성가대석 등으로 점용하고 있다(빨간 선 오른쪽 부분). 교회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허가받았고, 원상회복도 불가능한 만큼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랑의교회는 △서초 예배당은 기둥이 없는 돔 구조로서 외벽이 기둥 역할을 하면서 지하와 지상 전체 건물의 하중을 받치는 내력벽 구조이고 △원상회복하기 위해서는 메인 트러스를 일부 절단해야 하는데 이 경우 건물 자체에 큰 붕괴 위험을 초래하게 되며 △방재실·배관실·배선실 등 건물 전체의 유지·관리 핵심 시설이 걸쳐 있어 건물 전체의 구조·안전·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원상회복하기는 불가능하고 △지상부터 지하 7층까지 진입하는 램프를 철거해야 해 지하주차장 연결 통로가 없어지며 △직선 램프를 곡선 램프로 바꾸는 것도 메인 트러스, 기둥·배관·설비 등 모든 부분을 새로 공사해 변경해야 하므로 건물 전체 안전·유지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댔다.

또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하 점용 부분 복구공사 비용 △건물 안전 관리 및 보수 관련 공사 비용 △공사 기간 중 주변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교회가 서초구청에 기부 채납한 어린이집과 도로 확장 부분 원상회복에 따른 공익 감소 △건물 전체 구조 변경에 따른 건물 붕괴나 인명 피해 리스크 증가 △향후 잠재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원상회복은 사회 통념상 불가능하며 적어도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 예배당 신축 당시 서리풀어린이집을 서초구청에 기부 채납했고, 교회 앞뒤 도로 폭도 확장했으며, 매년 4억 원 정도 도로점용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만일 교회가 예배당을 원상회복하면 기부 채납한 어린이집과 도로 역시 원상회복해서 교회가 가져갈 것이고, 구청은 연 4억 원 정도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구청에도 손해라고 주장했다.

지역사회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커뮤니티 처치를 표방해 온 목표에 따라 평일에도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행사, 직거래 장터, 지역 내 학교 축제, 학부모 세미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혼부부를 위한 합동 결혼식 등을 위해 무료로 제공해 왔다"며 원상회복할 경우 "이러한 공익 목적 무상 사용 또한 불가능해져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건설법무학 박사 김채영 변호사(법무법인 소망)가 투고한 <건설법무> 5권(2019년 6월) 내용을 인용했다. 건설·부동산 전문가라는 김 변호사는 "서초구청은 교회가 도로 지하에 설치된 예배당 등을 이용하게 하면서 변상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서초구청장 출신으로 사랑의교회가 위치한 서초3동(서초구을)을 지역구로 둔 박성중 의원(미래통합당)은 2019년 4월 '도로 공간의 입체 개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14명이 발의한 이 법안은 도로의 상공과 하부(지하)를 입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사랑의교회 지하 점용을 합법화하는 셈이지만, 실제로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지는 않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주민소송단 "복구 못 하지 않느냐"고 하니
"증거 있냐"면서 자문 자료 제출
전문가들 "3단계 공법 지키면 안정성 확보 가능"
교회는 2012년, 점용 부분을 복구하게 되면 공간에 옹벽을 치고 되메우는 방식으로 원상회복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 이 경우 본당 규모와 지하 방재실, 주차장 진입 램프 등이 철거되거나 축소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는 2012년, 점용 부분을 복구하게 되면 공간에 옹벽을 치고 되메우는 방식으로 원상회복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 이 경우 본당 규모와 지하 방재실, 주차장 진입 램프 등이 철거되거나 축소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때 소송을 맡았던 로펌도 2020년 '원상회복 명령 취소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이었다. 교회 법률 대리인들은 당시 건축 전문가 자문이라며 K사와 T사에 의뢰한 '복원 계획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 교회 의뢰를 받은 양 사는 모두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요약하면, 교회가 점용 중인 도로 지하 부분(본당 강대상 설치 부분, 성가대석 일부 등)과 교회 토지를 구분하는 옹벽을 친 후 도로점용 부분을 되메우는 식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K사는 "복원 계획은 크게 3단계로 요약되며, 단계별 공법은 실무에서 흔히 사용되는 공법으로서 현장 및 복원 조건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검토·설계된다면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실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종합 의견을 냈다. T사도 "구조 검토한 내용대로 시공한다면 추후 복원 후에도 구조물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교회는 이를 토대로 원상 복구를 진행한다면 직접 공사비 295억과 간접 공사비 59억, 세금 등을 포함해 총 39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파쇄·철거 비용과 되메우기 비용, 각종 자재 및 가시설 설치 비용 등 세부 내역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뉴스앤조이>는 사랑의교회가 기존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 자문한 K·T사 의견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민소송을 제기했던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은 7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012년에는 우리가 복구 못 할 것이라고 봤다. 교회는 전문가까지 동원해 복구 가능하다고 우리를 반박했다. 그런데 이제는 복구 못 한다면서 버티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초구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구청에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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