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정규 예배 이외의 소모임과 식사를 금지한 정부의 집합 금지 조치가 7월 24일 오후 6시를 기해 해제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대부분의 교단과 교인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킨 덕분에 최근 소모임 등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조치 해제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금지 조치는 정확히 2주 만에 해제되는 것으로, 이번 주부터는 성가대 연습이나 공동 식사, 구역예배도 할 수 있다. 수련회·부흥회 등도 재개 가능하다. 7월 26일 주일예배부터 기존 형태로 돌아가는 교회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교회 소모임을 금지하는 동안 보수 교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세균 총리가 7월 8일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이를 철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3일 만에 50만 명을 돌파했다. 일부 극렬 반대 교인은 정부 청사 등 곳곳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다. 몇몇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소속 교회 안수집사인 정 총리를 가리켜 "어떻게 이런 자가 안수집사가 되느냐. 정 총리에게 안수 준 교회 앞에 가서 시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 기관과 교단들도 일제히 입장을 내놨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 김태영·문수석·류정호)은 정세균 총리의 '소모임 금지' 발언이 나온 8일 곧바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인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라는 논평을 냈다. 예장통합을 비롯한 예장합동·고신·대신·합신,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주요 교단이 연달아 정부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계의 성토가 지속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나누며 의견을 청취했다. 오찬 당시 정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한교총 교단장들의 강한 반대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이 호전되면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한교총은 이튿날인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본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냈다.

의료진들 "과도한 측면 있던 건 맞지만,
교회가 선도적으로 좀 더 잘했어야
교회 신뢰도는 정부 조치가 아니라
정부 조치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결정"
정세균 국무총리와 한교총·교회협 관계자들이 17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정 총리는 교계 반발이 거세지자 교계 지도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 제공 한교총
정세균 국무총리와 한교총·교회협 관계자들이 17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정 총리는 교계 반발이 거세지자 교계 지도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 제공 한교총

정세균 총리가 소모임 금지 조치 해제를 발표한 7월 22일, 한교총은 곧바로 "다행으로 여긴다"는 논평을 냈다. 한교총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방적 조치로 인해 일선 지자체들의 과도한 규제로 혼선이 빚어져 한국교회의 불신과 분노를 일으켰다.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전국에 산재한 6만여 교회에 대해 일관된 규제 조치를 시행한 것은 행정 편의적인 조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대본은 기계적 통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재의 방역 단계에서 '집회 금지'가 아닌 '방역'에 초점을 맞춰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염병 전문가들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정부가 유독 교회만을 콕 집어 방역 조치를 취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교계가 이렇게까지 나서서 반발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정부 조치로 한국교회가 불신과 분노를 사게 된 것이 아니라, 교회가 정부 조치에 대응하는 모습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7월 2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실 정부에서 소모임 금지 조치를 내놓기 전 교회가 먼저 조심했어야 했다. 5월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한 서울·인천·경기 목회자 집회는 소모임 성격이다. 많은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일단 조심하고 식사 대접을 하지 말아야 했다. 교회 소모임발 환자가 계속 나오다 보니 정부가 카드를 꺼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행이다"는 논평을 낸 한교총이 황당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교총 논평을 공유하며 "반성도 없고 고생하는 방역 당국이나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없고, 자기네 싫어하는 방역 정책을 그만했으니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수준밖에 안되는 교회의 지도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으로서 난감하고 면목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교수는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잘하는 교회들은 정말 잘하고 있다. 하지 않은 행위 때문에 욕먹는 교회들은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논평을 내놓으면 안 된다. 문제가 발생해서 심려를 끼쳤으니 죄송하다는 말이라도 해야지 '우리는 잘했는데 탄압받는다'는 말은 기본 자세가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갑 교수는 소모임 금지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성경학교·수련회 등을 자제해야 한다. 대부분 그렇게 하실 거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회도 비대면으로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강행하는 일부 교회가 나온다면, 또 전체가 매도당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교단이 '안전하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비대면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뉴스앤조이> 좌담에서 소모임을 통한 고령층 교인들의 감염 위험을 지적했던 김태형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도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집단을 특정해서 간섭했다는 측면에서 정부 조치에 오해의 소지가 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급한 공공질서, 방역의 개념에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교회는 사람들이 씨줄·날줄로 엮이는 네트워크다. 방역 당국은 교회 역시 네트워크 집단 중 하나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교회주의라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교계 연합 기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발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회의 제일 바람직한 모습은, 사회에 도움 되는 모습을 자발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완벽한 방역'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애매한 고난, 피해 갈 수 없는 고난이다. 어쨌든 위험은 줄여야 하지 않겠나. 교회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네트워크다. 가족·회사만 접촉하는 사람과 가족·회사·교회·동호회 활동하는 사람의 위험도는 다르다. 이 위험도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교총은 국무총리 오찬 이튿날인 7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교총은 국무총리 오찬 이튿날인 7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태형 교수는 "신앙을 포기하라는 것도 아니고, 주일예배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교회와 지도자들이 나서서 안전한 조치를 더 빨리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드라이브 스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 오지 않았나. 더욱 창의적인 모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끝난 후 사회에 비칠 교회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엄 교수 역시 며칠 전 CBS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만 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진료했던 확진자 중 목사 한 명이 있었다고 했다. "그 목사님을 나중에 외래 진료에서 만났다.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한 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퇴원하고 나니 사회적 낙인이 만만치 않다. 목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데 심리적인 고통과 부담이 크다'고 얘기하더라. 그 교회는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엄중식 교수는 "종교 활동이라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간 관계를 얼마나 친밀하게 하는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선교나 목회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고민거리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상황은 백신이 나와야 끝날 텐데, 빨라야 내년 상반기다. 그때까지는 일정 숫자 이상이 모이는 활동을 할 때 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그러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해 왔던 활동과 모임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수는 있지만, 소탐대실할 수 있다. 만일 교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유행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종교적으로 회의를 느끼는 교인도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계서도 "선도해서 더 잘하는 모습 보여야"
송파구에서 방역 수칙 안 지킨 교회 또 나와
방역 당국, 모임 자제 거듭 호소
7월 24일부터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가 완화되는 가운데, 7월 23일 송파구 문정동 사랑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추가됐다. 방역 당국은 이 교회가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식사까지 함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KTV 갈무리
7월 24일부터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가 완화되는 가운데, 7월 23일 송파구 문정동 사랑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추가됐다. 방역 당국은 이 교회가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식사까지 함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KTV 갈무리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은, 교회 이미지가 정부 등 공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교회가 시민들에게 보여 주는 모습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에 동의했다. 국무총리 오찬에도 참석했던 육 총회장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는 정부를 상대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를 상대해야 한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해제했다면 '고맙다, 더 잘하겠다, 정부도 고생이 많다'고 해야 하는데, 인색하게 '다행스럽다, 정부가 앞으로 더 잘해라'고 훈수나 두고 있으면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도 "조치가 빨리 풀린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방역 조치는 유효하다. 전부터 해 오던 대로 거리 두기도 하고 명부도 작성해야 한다. 여름 야외 행사는 무리다. 비록 정부에서 조치를 풀었지만 선도적으로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치 해제를 이틀 앞두고 교회발 확진자가 또다시 대거 발생했다. 역시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례다. 중대본은 7월 2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송파구 문정동 사랑교회에서 확진자 8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례 브리핑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송파구청은 사랑교회발 확진자가 3명 더 발생해 총 11명이 감염됐다고 23일 오후 긴급 공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랑교회 관련 확진자들은 증상이 발현됐는데도 예배에 참석한 경우가 있었고, 성가대에서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다. 성가대 소모임과 심지어 식사 모임까지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사랑교회는 '소모임 금지 조치' 위반 사례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현재까지의 역학조사로는 (금지 조치) 이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기간 종교 시설 발생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금지 조치 해제는) 그대로 간다. 교단의 감염 예방 노력으로 집합 제한 명령은 해제되지만 방역 수칙 준수, 소모임 행사 및 단체 식사 같은 고위험 활동은 지금껏 해 오신대로 자제해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두세 번 반복해서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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