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종교 시설 소모임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 한 달간 교회 관련한 확진자는 100명이 넘는다. 질병관리본부 유튜브 갈무리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종교 시설 소모임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 한 달간 교회 관련한 확진자는 100명이 넘는다. 질병관리본부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4월 말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자, 정부는 5월 6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했다. 이에 교회들도 조금씩 현장 예배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동안 잠잠했던 교회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정은경 본부장) 6월 2일 정례 브리핑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6월 2일 0시까지 교회발 확진자 수는 총 104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사망했고, 다른 1명은 위중한 상태다.

갑자기 교회발 확진자가 대거 나타나면서, 방역 당국과 언론은 예배 등 종교 모임을 통해 코로나19가 재유행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자체 발표를 토대로, 지난 한 달간 교회를 중심으로 퍼진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정리했다.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15명 확진, 1명 사망
의정부·남양주 목사 확진, 동선 숨겼다 들통
은혜감리교회 "방역 수칙 잘 지켰는데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돼 억울"

먼저 5월 20일 양천구 은혜감리교회 전도사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은혜감리교회는 교인 수가 3000명에 달해 지역사회가 긴장했다. 다행히 교인 가운데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 전도사와 별개로 5월 15일 은혜감리교회에서 열린 '원어성경연구회'에 참석한 목사 두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들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성경 공부 참석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남양주 A교회 사람들과 의정부 B교회 목사다. A교회에서는 목사의 가족과 장로 등 5명이 확진됐다.

의정부 B교회 목사는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목사가 방문한 장소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했다. 그는 18일 종로구 연지동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같은 시간 이 식당에서 식사하던 은평구 거주 부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천 한 초등학교 교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목사는 19일 노원구 한 기도원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봉구 창동 C교회 목사와 도봉구 50대 조리사, 노원구 20대 남성, 송파구 모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 조사에 따르면, B교회 목사는 20일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22일 경북 상주시 인터콥 BTJ열방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상주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최초 진술 당시 상주 방문 사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시는 B교회에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 클러스터를 '원어성경연구회'로 분류하고 확진자 15명,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원어성경연구회가 열린 은혜감리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은 교회와 관련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서 아무개 담임목사는 6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전도사는 용인에 다녀오다 발열이 생겨 자가 격리시켰다. 양천구 보건소에서도 감염 확산이 우리 교회와 관계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A교회·B교회 목사님이 세미나에 온 것은 맞지만, 우리 교회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참석한 43명이 전부 다 코로나19에 걸려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전체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산된 것이다. 연구회는 코로나19 때문에 잠정 중단했다가, 정부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5월부터 재개했다. 방역 7대 수칙을 잘 지켰다. 3000명 모이는 교회에서 감염을 억제했다면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은혜감리교회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CCC 관련 총 10명 발생
마스크 안 쓰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
박성민 대표 사과문 발표
"수업 재개 맞춰 모임 준비 중 발생"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감염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북구 송중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강북14번)은 5월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CCC 회원인 그는 5월 24일 서울 부암동 CCC 본부를 방문했다. 강북구청은 그가 24일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강북14번을 만나거나 함께 식사한 CCC 회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CCC 간사 성남132번은 대학생 두 명과 함께 거주 중이었는데, 이들도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다니는 대학에서는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강북14번 확진자가 다니는 D교회 담임목사(고양47번)와 교인 한 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 1일 저녁에는 D교회 목사 배우자와 자녀가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현재 CCC 관련 확진자는 총 10명이다.

CCC는 홈페이지에 박성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박성민 대표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을 위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방문자 리스트 작성, 방역 등을 철저하게 해 왔다. 모든 현장 사역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비대면 사역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초·중·고·대학이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대학 사역 준비 모임을 하던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따라 국민 보건과 안전 그리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확진자 발생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제주 여행 다녀온 목회자 가족 15명 확진
"노회 목회자 은퇴 기념 여행"

경기도 안양·군포 지역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ㄱ노회 소속 시찰회 목사 9명과 이들의 가족 등 총 15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시찰회 목사 25명이 참석한 5월 25~27일 제주도 모임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목회자 교회별 접촉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ㄱ노회 관계자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회 한 목회자가 은퇴를 앞두고 후배 목회자들과 고별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간 것인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무개 노회장은 1일 노회 홈페이지에 "관계된 모든 분들이 위로를 받고 치료가 잘 진행되며, 교회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 이와 별개로 노회 각종 모임은 1차적으로 6월까지 연기해 달라"고 공지했다.

인천 개척교회 연합 집회에서 확진자 속출
최초 확진자 발견 이틀 만에 45명 확진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 안 쓰고 찬양·기도

6월 들어서는 인천 개척교회들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1일에는 23명, 2일에는 22명이 추가돼 총 인천 개척교회 클러스터에서만 이틀간 45명이 확진됐다. 방역 당국은 5월 28일 인천시 미추홀구 E교회에서 열린 집회 등, 개척교회들이 모인 연합 기도회가 감염 확산 통로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에녹총회라는 군소 교단 소속으로, '예수능력치유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방역 당국 설명과 28일 집회 실황 영상을 종합하면, 참석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찬양과 통성기도를 반복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부평구 3곳과 미추홀구 5곳, 중구 1곳, 서구 1곳, 부천시 1곳, 시흥시 1곳 교회 목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 당국은 28일부터 의심 증상을 보인 부평구 F교회 목회자(부평48번) 등을 중심으로 최초 감염자를 확인하고 있다.

인천 각지에 거주하는 목회자들은 E교회뿐 아니라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모임을 연 것으로 확인된다. 6월 1일에는 이 교회들과 관련해 부평구 G교회 등을 방문한 서울시민 9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F교회 목회자가 5월 28일 감기 증상을 보인 후 30일 확진됐고, 추가 접촉자 조사를 통해 확진자를 확인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활동한 교회 집회 참석자뿐 아니라 교인들까지 확인하고 있다. 교회별 확진자 규모는 계속 정리해야 한다"며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미·구리에서도 소규모 사례 발생
수원에서는 쿠팡발 N차 감염
"수도권이 특히 위험, 모임 자제"

이밖에도 산발적으로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H교회 관련 감염자 9명이 발생했다. H교회에 다니는 고등학생(구미69번)과 형(구미70번)이 5월 19일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일에는 H교회 담임목사와 교인 3명이 확진됐다. 교회는 재래시장 내 위치해 있는데,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과 가족 등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교회 관련 감염자는 총 9명이 됐다. 방역 당국은 계속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서 발생한 '구리시 일가족 집단감염' 사례는 서울 강남구 I교회와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5월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그와 함께 사는 일가족 전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청담동에 있는 I를 다녔다. 이후 교회 교인 등 4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총 11명이 감염됐다.

수원 J교회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대규모 감염을 일으킨 부천 쿠팡물류센터 확진자가 J교회 교인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5월 29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전 교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담임목사와 교인 등 총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 당국은 우선 J교회 사례를 종교 모임 확산이 아닌 쿠팡물류센터발 감염으로 보고 있다.

수원시는 "교회 전체 교인 4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5월 24일 예배 참석자부터 상세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교회와 주변 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J교회도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며 당국의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방역에도 더욱 힘쓸 것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면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특히 인천 개척교회 사례처럼 침방울이 튈 수 있는 찬양, 기도 등을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부는 대면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특히 인천 개척교회 사례처럼 침방울이 튈 수 있는 찬양, 기도 등을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 집회와 성경 공부, 소모임 등을 통해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데 대해 방역 당국은 '대면 모임' 자제를 거듭 호소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일 발생한 지역 감염 사례가 전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며 특히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은 감염 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성경 공부, 기도회, 수련회 등 대면 모임을 하지 말고 비대면 모임으로 진행해 달라. 부득이하게 현장 예배를 실시할 경우 참여자 사이의 거리 유지가 가능하도록 규모를 줄이고, 발열 및 의심 증상 확인, 손 씻기,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며, 식사 제공 및 침방울이 튀는 행위(노래 부르기, 소리 지르기 등)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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