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가 '게이 클럽'을 보도한 <국민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5월 29일 열었다. 사진 제공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가 <국민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5월 29일 열었다. 사진 제공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최근 <국민일보>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성적 지향을 타깃 삼는 보도로 비판 세례를 받았다. 이 보도들이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고 성소수자 혐오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러 시민단체가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는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일보> 내부도 술렁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 성명에 이어 '<국민일보>의 건강한 소통을 바라는 차장단'은 5월 27일,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차장단은 "종교부의 동성애 관련 일부 보도가 때로는 선정적이고 혐오의 시선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반성한다. 이번 보도에 대다수 <국민일보>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차장단은 <국민일보>가 한국교회 대변인임을 자처하고, 동성애를 반대하고, 기독교의 창조질서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했다. 다만, 주장과 사실관계가 구분되지 않은 동성애 기사가 지면을 차지해 왔다고 언급했다. 어떠한 언론도 한쪽의 목소리만 보도하지 않으며, 특정 대상이 잘못하고 틀렸다고 해서 그 대상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내용을 기사에 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극단에 치우친 반동성애 진영 목소리만 실어 온 종교국 보도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번 일로 종교국의 기사와 보도 과정에 충분한 검증과 견제 장치가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했다. 차장단은 "편집국과 달리 (종교국은) 다른 일간지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보니 편집국에 비하면 훨씬 더 제작 과정에서 건전한 경쟁을 하거나 비판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서 "종교국 보도를 견제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필수로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독교적 가치와 사회 일반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을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지와 관련해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기구나 자체적인 연구 기관을 만드는 일까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 10년 차 이하 평기자단'도 28일 입장문을 통해 성소수자를 문제 삼은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평기자단은 "최근 논란이 된 성소수자 관련 기사들이 그동안 배워 온 저널리즘 원칙에도,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국민일보>의 사시에도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것, 성소수자의 블랙 수면방 이용 실태를 밝히는 것은 불필요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평기자단은 "기독교적 가치는 혐오와 배척에 있지 않다. 그간의 성소수자 관련 보도가 기독교적 가치를 편협하게 해석한 결과물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때"라면서 "직접 기사를 쓰든 안 쓰든 성소수자와 관련해 교계에 여러 목소리가 있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어야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일보>가 독자들 비판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지와 관련해 논의 기구를 신설하자는 제안에 적극 찬성한다. <국민일보> 보도 전반에 대한 논의 기구가 신설되기를 희망한다. 회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다린다"고 했다.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종교국의 반동성애 보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민일보> 내부에서도 종교국의 반동성애 보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민일보> 내부는 현재 이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A 기자는 6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일부 기자는 '게이 클럽을 게이 클럽이라고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 본질은 그게 아니다. 독자들이 게이 클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오히려 그렇게 보도함으로써 성소수자 혐오가 덧씌워졌고, 외부에서 논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A 기자는 "<국민일보> 내부에서는 반동성애 보도를 해 온 두 명의 기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반동성애 취재나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인권 보도 준칙을 지켜 가면서 하라는 거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측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B 기자는 "평소 <국민일보>가 동성애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써 왔다. 이를 지적하는 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그동안 어떤 식으로 보도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 기자는 "교계가 전반적으로 동성애 문제에 보수적인 건 안다. 그런데 (종교국) 기사는 너무 극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만 실리니까 편집국 기자들이 불편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에 편집국 기자들이 각성과 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본다.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만큼 좋은 분기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판 수긍 못 하는 종교국 기자들
"숨어서 인권·혐오 표현 금지 타령 말라"
"팩트 썼는데 혐오로 몰아가
공론 기구 만들자? 재갈 물리려 해"

반동성애 기사를 써 오며 최근 논란을 야기한 <국민일보> 종교국 백 아무개와 유 아무개 기자는 내·외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이 쓴 기사는 혐오와 관련이 없고,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한다.

백 기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5월 중순경 사내 게시판에 "누군가에 대해 비판하면 무작정 혐오인가. 기분 나쁘게 비판하면 혐오인가. 그렇게 혐오를 아무 데나 딱지처럼 붙일 수 있다면 조국 혐오, 윤미향 혐오, 조주빈 혐오 표현 금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혐오는 역사적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절대 변하지 않는 속성을 비판했을 때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 보도 준칙도 언급했다. 백 기자는 "협회 준칙은 참조만 할 뿐이다. 무슨 상위 기관이 아니다"며 "기자협회가 정답이라고 하면 무조건 정답인가"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게이 클럽을 게이 클럽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전체주의국가가 됐는가. 동성 간 성행위가 그렇게 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 사상의 자유 시장에 나와서 증명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숨어서 인권, 혐오 표현 금지 타령 말라"고 했다.

유 기자는 6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 기사는 저널리즘 관점에서도,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나는 '게이 클럽'이라는 팩트만 썼는데, 이걸 혐오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나는 혐오하지 않았다. 성경에 입각하면 (동성애는) 죄니까, 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게이 클럽' 보도가 방역에 도움이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신천지도, 콜센터도, 심지어 교회도 왜 상호를 말하겠나. 방역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단체의 위치와 특성을 알아야 방역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기사에 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을 향한 내부 비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불명확한 근거를 들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기자는 "<국민일보> 안에서도 백OO, 유OO 기자 이름을 써 가며 공격하는데, 이건 명예훼손이다. 동료 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비판하려면 명확한 근거를 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성애와 성소수자 논의를 위한 공론 기구를 만들자는 내부 제안도 부정적으로 봤다. 유 기자는 "동성애 기사를 검토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언론사에 그런 기구가 있어야 하나 싶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차장단과 평기자단은 사측에 동성애 보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민일보> 차장단과 평기자단은 사측에 동성애 보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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