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클럽 보도 이후 <국민일보>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자, 교계 단체들은 <국민일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냈다. 국민일보 광고 갈무리
게이 클럽 보도 이후 <국민일보>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자, 교계 단체들은 <국민일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냈다. 국민일보 광고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유일한 교계 종합 일간지 <국민일보>가 최근 무분별하게 광고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교계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반동성애 단체들의 광고를 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5월 7일, '단독' 타이틀을 내걸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많은 시민단체와 언론이 감염병 보도 준칙, 인권 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은 이 보도를 비판했다. 코로나19 감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성적 지향을 기사 전면에 내세워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결과적으로 방역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논란이 일자 제목과 기사에서 '게이 클럽'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도 12일 성명을 통해 해당 보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측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노조는 "게이 클럽 같은 성적 지향과 관련한 정보를 언급하면서 해당 시설 방문자들이 검사를 꺼려 방역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초했다"고 했다. 또 "한국 주류 교회가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하는 상황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를 대변한다고 공언해 온 언론사라면 동성애를 비롯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품위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반성은커녕, 11일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가 낸 '팬데믹 상황에서 동성애 보호가 더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전면 광고로 게재했다. 교회언론회는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클럽을 언론의 보도 과정에서 드라이하게 팩트로 표기했다고 유독 반발하는 것은 팬데믹보다 동성애가 더 중요한 것인가를 묻고 싶다. 또 이를 감싸려는 행위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충분히 공익적 차원에서, 그리고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린 것이라고 본다"고 <국민일보> 보도를 옹호했다.

이 보도를 지지하는 광고는 며칠간 <국민일보>에 계속 실렸다. 아홉길사랑교회(김봉준 목사)도 14일 '<국민일보>만 옳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게이 클럽을 게이 클럽이라고 사실 보도한 것이 비난받을 일인가"라면서 "교회명은 만 천하에 공개하면서 왜 게이 클럽은 밝히지 못하게 하느냐"고 했다.

공정한사회를위한시민단체연합도 15일 <국민일보>에 광고를 내고, 인권 보도 준칙은 잘못됐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동성애자들을 감싸고 일부 언론은 <국민일보> 등의 진실 보도를 공격하고 있지만, 민심은 이와 크게 다르다. 관련 기사 댓글들은 압도적으로 이러한 진실 보도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를 공격하는 기사들을 맹렬히 규탄하고 있다"고 했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도 이날 <국민일보>에 전면 광고를 냈다. 동반연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천지 때처럼 동성애자들의 모임 장소와 그들의 활동 특성을 공개하라"고 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5월 12일 '게이 클럽' 보도와 관련해 비판 성명을 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민일보> 노조는 5월 12일 '게이 클럽' 보도와 관련해 비판 성명을 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민일보>는 교인들을 상대로 가혹 행위를 한 의혹을 받는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 옹호 성명도 실었다. 13일 자 지면에는 '총신대학원 84회 동창회 이동호 회장 외 일동' 명의 성명이 광고로 실렸다. 성명에는 "검증되지 않은 원색적 언론 보도로 충격과 상처를 받고 있는 980만 개신교도 및 3000여 명의 빛과진리교회 성도들을 가슴 깊이 위로하고,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성명이 나간 직후 논란이 일었다. 동창회 일동 명의로 나간 성명은 정작 내부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 전체 의견을 수렴한 것이 맞나"라는 <뉴스앤조이> 질문에 이동호 목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후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광고를 낸 것이 아니며 김명진 목사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 종교 섹션에서 빛과진리교회를 떠오르는 청년 교회로 수차례 소개했다. 2016년 6월 "[톡톡! 우리 교회-빛과진리교회 '카페 오르앤지드'] 예술 같은 공간, 지역 주민 사랑방", 8월 "빛과진리교회, 권위 빼고 자유 더해 만든 '청년들의 신앙 놀이터'", '은혜와 젊음이 폭발…빠져드는 수련회', 10월 "'남녀칠세부동석' 하니…말씀에 쏙 빠진 청년들", 12월 '온기 담은 쌀 5년째 이웃의 품에, 빛과진리교회 사랑 나눔', 2017년 2월 "'넌 스펙 쌓니? 난 성경 외운다' 빛과진리교회 성경 암송 대회" 등 미담 기사를 쏟아 냈다.

띄워 주던 교회에서 문제가 일어났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취재해 진실을 밝히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도 <국민일보>는 시큰둥했다. 5월 1일 문화 섹션에 객원기자가 쓴 기사가 하나 올라왔고, 6일 사회 섹션에 피해자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들 모두 교회·목사 이름을 비실명 처리했다. 종교면에서는 6일 교회 해명을 담은 기사와, 13일 예장합동 김종준 총회장 명의 성명서를 다룬 기사만 올라왔다. <국민일보>는 18일 평양노회가 열리고 나서야 사안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전광훈 목사가 추진하는 세계기독청 건립 광고도 실렸다. 국민일보 광고 갈무리
전광훈 목사가 추진하는 세계기독청 건립 광고도 실렸다. 국민일보 광고 갈무리

논란이 된 광고는 또 있다. 극우적 행보로 물의를 빚은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세계기독청 건립 광고다. 전 목사는 4월 20일 보석으로 석방된 후, <국민일보> 5월 4일 자 지면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대한민국에 세계적 개신교 기독청을 설립하면 연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며 대한민국은 즉시 GNP 5만 불을 넘어설 것이다. 일 년 내내 월드컵과 올림픽을 진행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실 <국민일보>에 실리는 광고가 문제가 되었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 측 교회들과,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와 관련한 광고를 실은 바 있다. 또 검증되지 않은 기도원이나 신학원, 치유 집회 등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종교면 광고로 실리고 있다.

사단법인 평화나무(김용민 이사장)는 <국민일보>가 무분별하게 광고를 실어 주고 있다면서 대응에 나섰다. 김용민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독자가 우스운 '광고 테러' 우범자 <국민일보>. 돈만 주면 광고 실어 준다는 <국민일보>. <국민일보>에 돈 주고 <국민일보> 비판 광고를 싣겠다"며 광고비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일보>가 광고를 거부할 경우 다른 종합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기사는 기사고, 광고는 광고
평화나무 광고 안 받겠다"
"동성애, 포기할 수 없는 수익 사업인듯"
최진봉 교수 "언론이 순간적인 유익 좇아
아무 광고나 실으면 망할 것"
<국민일보>측은
<국민일보>측은 "아무 광고나 싣지 않는다"면서 "광고 수위도 최대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민일보> 측은 광고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건 잘 알지만, 기사와 광고는 다르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5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사는 기사고, 광고는 광고다. 광고주는 기사도 못 쓰는데, 광고를 통해서라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우리가 다 실어 주는 건 아니다. 이단들도 광고 실어 달라고 사정하지만 안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수위를 최대한 조율한다고도 했다. 그는 "상당 기간 전광훈 목사 광고가 안 나간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문구가 거칠거나 지나친 광고는 안 내보거나 수정해서 낸 적도 있다. 사람들이 이걸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광고가) 나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광고는 영업이고 회사 수입과 직결된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행사도 없는데, 우리는 다 굶어 죽으라는 거냐"고 말했다.

평화나무가 광고 요청을 해 오면 받아 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도 안 된다. <국민일보>를 돈밖에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데 품위를 지켰으면 한다"고 답했다.

현재 <국민일보> 내부는 '게이 클럽' 보도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주니어 기자로 구성된 제1노조 측은 보도와 관련한 사측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한편, 동성애와 관련해 논의를 해 보자는 입장이다. 제1노조 측 관계자는 "편집국이 아니라 종교국이 동성애 기사를 다뤄 왔는데, 이번에 게이 클럽 보도로 논란이 일면서 <국민일보>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성애 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동성애 반대 광고까지 실리니까 주니어 기자들이 환멸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분별하게 광고를 받는 문제는 얼마든지 지적해도 좋다고 본다. 다만 경영 사정도 있으니까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코로나로 이번에 매출이 얼마나 떨어졌는데… 사측 입장에서 동성애는 포기할 수 없는 수익 사업인 것 같다. 이번에도 반동성애 광고가 줄을 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타사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수익에 예민한 상태다. 광고가 계속 들어오는데 현실적으로 안 받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내부적으로 수익과 회사 이미지를 놓고 고민 중에 있다. 사측도 광고 문제로 민감하다 보니 입장 표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비록 광고가 수익과 직결된다고 해도 언론사는 광고를 받을 때 신중해야 한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도 늘어나고 광고도 따라온다. 반면, 신문에 이상한 광고가 실리면 독자들은 '이 언론은 돈이면 다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며 "광고는 현실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합리화하는데, 언론사는 돈을 먼저 추구해서는 안 된다. 경영 문제로 아무 광고나 싣고 순간적인 유익을 쫓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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