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는 신앙적인 이유를 들어 현장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는 신앙적인 이유를 들어 현장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현장 예배를 다녀간 확진자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형태가 몇 차례 발생하면서, 모이는 예배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차례 종교 집회 자제를 권고했는데도 현장 예배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사례가 계속 나오자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회 전반적으로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는 이때,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들은 어떤 이유로 눈총을 받아 가면서까지 예배를 '강행'하는 것일까. <뉴스앤조이>는 현장 예배를 계속하는 교회들에 직접 이유를 물어봤다.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헌금'을 더 걷기 위해 모이는 예배를 고수하는 곳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현장 예배를 한다 해도 교인들이 예년만큼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목사들은 대부분 '주일성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신앙적·신학적 입장을 내세웠다. 오히려 교인들이 원해서 예배를 진행한다는 교회도 소수 존재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7대 수칙(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2m 거리 유지, 방역 등)을 지키고 있었고, 몸이 좋지 않거나 연로한 교인에게는 가정 또는 온라인 예배를 권한다고 했다.

집회 금지 통보받은 사랑제일교회
"박원순·문재인이 종교의자유 침해
공산주의 막고 자유민주주의 지켜야"

최근 시민들 눈살을 가장 찌푸리게 하는 교회 행태는 정부와 지자체 권고를 '종교 탄압'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예배하지 못하게 하다며 공산주의·사회주의와 연결하고, 예배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장 예배를 중단하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2000~3000명이 모여 예배당 안팎에서 예배한다. 서울시는 3월 23일, 방역 지침을 어긴 사랑제일교회를 고발하고 2주간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랑제일교회 한 장로는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러스를 빌미로 종교 탄압을 자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광화문 집회에 이어 이번에는 주일예배까지 못 드리게 하려 한다. 예배를 사모하는 이들을 향한 종교 탄압 아닌가. 버스, 전철, 식당 등은 폐쇄 안 하고 바이러스를 가지고 교회만 공격한다. 공산주의도 아니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100명도 안 되는 작은 교회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왔지, (현장 예배하는)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나 우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이 우리 교회나 큰 교회를 타깃으로 정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 참석해 온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도 3월 22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극장, 버스, 지하철, 관공서는 다 열어 놓고 왜 교회만 막으려 하느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은평제일교회는 온·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 심 목사는 생명보다 중요한 게 '신앙의 자유'라면서 교인은 예배로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심 목사는 "교회가 영적으로 부실 공사 되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허점이라도 보이면 종교 다원주의, 상황 윤리에 타협하는 것들이 들어오게 된다. 이런 것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유민주주의와 교회를 지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면 교회도 못 지킨다"고 말했다.

3월 22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서울시는 방역 수칙을 어겼다면서 2주간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3월 22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서울시는 방역 수칙을 어겼다면서 2주간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예배 포기하면 숨통 끊어져"
"신앙 양심상 교회 문 못 닫아"
"걸려 죽더라도 교회서 예배해야"

일부 극우 성향 교회는 종교의자유를 운운하며 정부를 탓하지만,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 대부분은 주일성수에 대한 문자적 신앙 때문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권하는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며, 예배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 김원철 목사는 "신앙 양심상 교회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주일성수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권하는 7대 수칙을 지키고 매주 공무원들이 나와 체크하고 있어서 문제 될 건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현장 예배를)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다. 그런 사람은 나오지 말라고 했다. 평소 300명 이상 출석하는데, 지금은 70~80명만 나온다"고 말했다.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이기도 한 김 목사는 조 목사에게 칭찬도 받았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명성·소망교회가 현장 예배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기 직전 조용기 목사님을 뵌 적이 있다. 내가 '우리 교회는 (현장)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하니까, '잘하는 것'이라고 하시더라. '초대교회는 죽여도 폐쇄 안 했다'면서. 교인들이 안 나오면 나 혼자라도 예배하려 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도 주일예배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소 목사는 "기독교인에게 예배는 '숨통'과도 같다. 예배를 포기하면 숨통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 다만 비상 시기인 만큼 정부가 제시한 준칙을 적극 따르면서 코로나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회는 (현장 예배 시) 모든 준칙을 따르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감염도 안 나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정부의 조치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보니 종교 탄압 주장도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신천지가 집단감염을 일으켰고, 소수지만 교회도 감염 사례를 보여 줬다. 국민 보건과 이웃 생명을 위해 교회가 선제적 대응과 조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질병이 또 올 수 있으니, 교단과 연합 기관이 위기관리대응위원회를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목회하는 ㅅ 목사 역시 주일성수 차원에서 현장 예배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2m 간격을 유지한 채 예배하고, 점심도 안 먹고 곧장 마친다고 했다. ㅅ 목사는 "교인이 잘 나오지 않는다. 50명 수준이다. 정부 지침을 잘 따르고 있어서 문제 될 건 없다. 지역사회 반발도 없다. 이번 기회에 원적외선이 나오는 공기정화기를 설치했다. 예배당에 들어가면 숲에 온 것 같다. 적어도 교회 안에서 감염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ㅅ 목사는 정치적으로 보수이고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현재 교회와 관련한 정책은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아예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준칙만 지켜 달라는 거 아닌가. 서로서로 조심하면 되는 걸 가지고, 종교 탄압이라고 하면 안 된다. 만약 정부가 교회 문을 닫으라고 했다면 내가 먼저 앞장서서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목회하는 ㄱ 목사도 신앙적인 이유로 현장에서 예배한다고 했다. ㄱ 목사는 "코로나로 사회가 시끄러운 건 잘 알지만, 주일예배는 포기할 수 없다. 예전처럼 강요는 하지 않는다. 나올 분만 나와서 드리라고 한다. 평소보다 1/5도 안 나온다. 70~8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장 예배를 병행하는 목사들은 온라인·가정 예배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말했지만, 이와 달리 오로지 현장 예배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목사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한 상가 건물에서 목회하는 ㅈ 목사는 "집에서 예배하는 게 교회인가. 모여야 교회인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증거이고 교회다. 가정 예배는 일종의 합리화가 아닌가 싶다. 그건 증거가 아니다. 교인들에게도 흔들리지 말라고 설교한다"고 말했다.

ㅈ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이 두렵지, 바이러스가 두려운 게 아니다. 믿는 사람은 순교 정신이 있어야 한다. 걸릴 각오를 하고 죽더라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기독교인은) 세속주의·혼합주의에 빠지지 말고, 목숨 걸고 순교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정 지역이라 위기 체감도 낮아"
"교인들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예배"
현장 예배를 하는 교회들은 방역 준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현장 예배를 하는 교회들은 방역 준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온라인·가정 예배로 전환하려 했지만, 교인들 요청 때문에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들도 있다. 전남 순천에서 목회하는 ㅇ 목사는 "완전 중단하려고 했는데, 장로님들이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수칙은 철저히 지키고 있는데, 불안해서 안 나오는 교인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 확진자(1명)가 적은 편이어서 지역사회 우려도 크지 않다고 했다. ㅇ 목사는 "순천이 (코로나) 청정 지역이다 보니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많다. 150명 이하 교회는 그대로 예배한다고 보면 된다. 이보다 교인 수가 많은 교회는 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에서 목회하는 ㅇ 목사도 "교인들 안전을 위해 예배당에 나오지 말라고 공지했는데, 일평생 주일예배를 지키고 살아오신 분들은 그냥 오신다. 최대한 안전 조치를 한 다음 예배하고 있다. 준칙에 따라 발열 체크하고, 서로 접촉 안 하고, 점심도 같이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도 교회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북 지역에서 목회하는 ㄱ 목사는 "예배를 중단해 오다가 교인들 요청으로 2주 전 주일예배를 재개한 적 있다. 7가지 준칙을 지키면서 소수만 나와서 예배했는데, 아무래도 불편하더라. 교회가 지역사회 불안 요소가 되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4월 5일까지 영상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나온다면?
"예배당 폐쇄 말고 답 없어"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 목회자들은 예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준칙을 잘 지키고 있어 확진자가 나올 확률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속출한 교회들도, 자기 교회에서 코로나19가 퍼질 줄 알고 현장 예배를 고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현장 예배 인원 중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 김원철 목사는 "현재로서는 대응책은 없다. 예배당 문을 닫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건강한 분들만 나와서 예배하고 있고, 정부 지침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니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순천 ㅇ 목사 역시 "확진자가 나오면 교회 폐쇄해야지 어떡하겠나. 하지만 현재 정부 준칙을 잘 지키고 있고,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포구 ㅈ 목사는 "교인도 별로 없고 다 떨어져서 예배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공무원들이 나와서 점검하는데, 지금까지 지적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포항 ㄱ 목사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감염에 걸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다수 교회는 감염을 우려해 현장 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전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다수 교회는 감염을 우려해 현장 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전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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