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10월 30일 제33회 총회 입법의회에서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가 10월 30일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에서 열린 제33회 총회 입법의회 둘째 날, 총회 산하에 성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찬성 344표, 반대 65표, 기권 1표로 대다수 총대가 동의했다.

투표에 앞서 윤보환 직무대행은 찬반 의견이 있는지 물었다. 중부연회 전기형 장로(대광교회)는 대책위 설치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대책위원회·동성애대책위원회도 존재하지만 예산이 없어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위원회 이름만 남아 있다. 위원회들을 통·폐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성폭력 관련 업무는) 동성애대책위원회에 넣어도 되지 않나. 있는 위원회도 제대로 못 하는데, 또다른 위원회를 추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여선교회연합회장 백삼현 장로는 한 영혼을 위해서라도 꼭 대책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국여선교회연합회장 백삼현 장로가 발언을 요청했다. 이번 입법의회 장정개정위원으로, 성폭력 관련 법 제정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백 장로는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25년 전 중등부 교사를 할 때 교회를 다니던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만나서 왜 교회를 안 나오는지 물어보니, 수련회에 가서 가장 점잖은 장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더라. 그 후로는 교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 (성폭력대책위는)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이 하나님을 떠나지 않도록,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성폭력 문제는 암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발견해서 도려내면 상처가 남아도 건강해질 수 있다. 수면 밑으로 숨겨 놓으면 암세포가 퍼져서 죽게 되는 거다. 여선교회에서는 이 부분을 위해 기금도 많이 마련한 상태다. 우리 딸들이, 우리 자식들이 병드는데 돈 얼마 때문에 (설치를) 마다하려는 건 직무 유기다. 대책위를 나 같은 늙은이를 위해 설치하는 것이겠는가. 우리 딸, 손녀, 며느리들이 좀 더 안정되게 신앙생활하게 하자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 만들어졌고, 장로교단도 특별법까지 제정하는 추세다. 꼭 협조를 부탁한다."

조미숙 목사는 세계적으로 성폭력 문제 대책을 세우는 상황인데 감리회에 위원회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삼남연회 조미숙 목사(신나는교회)도 발언권을 요청했다.

"성폭력은 여성 비율이 비교적 더 많을 뿐이지 여성만 당하는 게 아니다. 성폭력 문제는 전 세계,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상황인데, 우리 교단에 제대로 된 위원회조차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성폭력과 관계된 기관에 파송돼 일하는 목사로서, 우리 교단에 이런 게 없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우리 교단은 아주 자랑스럽고 어떤 교단보다 앞섰던 교단이다. 교단의 전통을 회복하는 입장에서라도 반드시 설치해 주시기 바란다."

이 법안은 감리회 내 여성 목회자·평신도 모임인 감리교여성연대가 제안했다. 감리교여성연대는 대책위원회 설치뿐 아니라 활동 목적, 위원회 구성 등 세부 내용도 올렸으나, 최종적으로 '신설한다'는 조항만 입법의회에 올라왔다.

권오현 장정개정위원장은 구체적인 대책위 설치 내용은 시행세칙으로 따로 정하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대책위원회 신설 제안 설명에서 "처음에는 시행세칙까지 올라왔다. 이 안을 장정에 넣기가 좀 그랬다. 내가 보니까 거기 나오는 말(성폭력·강간·추행 등)이 우리 교리와장정에 들어가면 내 마음이 아프겠구나 해서 반려했다"면서 "대책위원회를 신설한 이후 시행세칙과 위원을 정해서 별도로 운영하라. 시대적으로 이 정도까지만 해 주시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윤보환 직무대행은 전자 투표를 실시했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여성 입법의회 회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감리교여성연대 최소영 목사는 이번 입법이 반쪽짜리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 목사는 "장정에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가서 덕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요한 내용을 다 뺐다. 이래서는 심할 경우 위원회 구성부터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장정에 명확하게 활동 목적을 명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감리교여성연대는 10월 29일 총대 1/3 이상의 연서명을 받아, 범과 조항에 '성폭력' 추가, 모든 위원회에 여성 및 50세 미만 비율 15% 이상으로 확대, 부부 목회자 은급 부담 비율 조정 법안을 현장 발의했다. 그러나 장정개정위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이를 모두 부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감리교여성연대가 이번 입법의회에 현장 발의한 성폭력 및 여성 관련 법안은 모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감리교여성연대는 △현행 재판법 범과 조항에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성폭행 미수, 성매매)을 하였을 때' 추가(188명 발의) △모든 위원회에 성별·세대(50세 미만)별 15% 이상 할당 신설(172명 발의) △부부 교역자 중 은퇴 은급금을 30%만 받는 사람은 은급비도 30%만 부담(173명 발의) 등 안건 세 가지를 올렸다.

장정개정위원회는 29일 저녁 회의에서 이 안건들을 모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장정개정위원회 서기 명노철 목사는 29일 기자에게 "장개위 ⅔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자세한 내용은 30일 입법의회 분과 보고 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위원장은 "부결 여부는 위원장이 혼자 정하지 못한다"며 답을 피했다. 

현장 발의안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권오현 장정개정위원장은 30일 오후 회무에서 해명했다. 권 위원장은 "위원들과 심사숙고했다. 다 본안에 올리자고 했으나 무기명 투표에 들어갔다. 재판법 개정은 5:17, 위원회 할당제는 1:21, 은급법 4:18로 모두 부결됐다"고 말했다. 총대들이 장정개정위원회에 부결할 권한이 있느냐고 따졌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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