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현직 노회장 최 아무개 목사(ㅍ교회) 성추행 사건을 맡은 ㄱ노회가, 성폭력 피해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조사 절차와 형식에 문제가 있다며 해명 및 개선을 요구했지만, ㄱ노회 조사처리위원회는 이를 무시하고 총 세 차례 출석을 통보했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교단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최후 통첩한 상황이다.

ㄱ노회 조사처리위원회는 구성할 때부터 말이 많았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말 최 목사를 노회에 고소했고, 최 목사는 12월 1일 일요일 ㅍ교회 전 교인 앞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회는 최 목사 사임서를 수리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제출한 고소장도 반려했다. 그 후 자체적으로 조사처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됐다. 노회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최 목사 사임서와 고소장을 왜 반려했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최 목사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F 목사가 ㅍ교회 대리당회장으로 파송됐고 조사처리위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노회의 일 처리 방식을 보며, 과연 노회가 현직 노회장 최 목사 성폭력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고소장 무시하고 만든 조사처리위
일방적으로 날짜·장소 정해 출석 요구
앞뒤 안 맞는 내용 해명 요청하자
헌법 해석 '이현령비현령'

조사처리위는 1월 28일, 첫 번째로 피해자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언제 어디로 출석하라는 요구와 함께, 유의 사항이 몇 가지 적혀 있었다. 조사처리위는 예장합동 헌법 권징조례와 노회 규칙을 근거로, 교단 소속 목사·장로를 변호인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인정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교회 청년 여러 명을 성추행한 게 드러나 교회를 사임했다. 그럼에도 노회는 여전히 최 목사의 사임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교회 청년 여러 명을 성추행한 게 드러나 교회를 사임했다. 그럼에도 노회는 여전히 최 목사의 사임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출석 요구서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고소장을 제출했는데도 재판국이 아니라 조사처리위를 구성했으면서 왜 재판할 때 적용하는 권징조례를 근거로 드는지, 이미 고소장을 반려했으면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사건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어 요구한 날짜에 출석할 수 없다고 회신하며, 이런 의문점들을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사처리위는 2월 7일, 2차 통보서를 보내며 피해자들 질문 일부에 답변했다. 이들은 고소장 접수 여부와 상관없이, 노회 소속 교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조사처리위를 구성했다고 답했다. 예장합동 헌법 정치 제10장 제6조 10항 "노회는 허위 교회를 돌아보기 위하여 시찰위원 혹은 특별위원에게 위탁하여 노회 개회 때까지 임시로 목사를 택하게 할 수 있고 혹 임시당회장도 택하게 할 수 있다" 중 "혹은 특별위원에게 위탁하여"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위 교회를 돌아보기 위하여"라는 전제가 있다. 이 조항은 노회가 개교회와 당회를 돌아보고 교회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찰위원 혹은 특별위원을 둘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문만 잘 읽어 봐도 최 목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처리위 구성과는 상관없는 조항인 점을 알 수 있는데, 조사처리위는 이 같은 해명을 내놨다.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단 헌법 권징조례 제9장 97조 "상소인 자기나 대리할 변호인은 상회 정기회 개회 다음 날에 상회에 출석하여 상소장과 상소 이유 설명서를 상회 서기에게 교부한다. 상소인이 전기 기일에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불가항력의 고장을 인하여 위의 기간 안에 출석하지 못한 믿을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그 상소는 취하한 것으로 인정하고, 본 하회의 판결은 확정된다"를 근거로 들었다.

기본적으로 권징조례는 재판국이 구성됐을 때 적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하급 치리회 판결이 존재하고 이에 불복해 상소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ㅍ교회는 당회 재판이 없었기에 하급심 판결 자체가 없었다.

변호인 자격 교단 목사·장로로 제한
가해자 친분 있는 사람이 조사위원
피해자들 요구는 모두 배척

ㄱ노회 조사처리위 대응을 보면 이들의 성 인지 감수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할 일이 있으면, 이들이 심리적으로 압박받지 않도록 신뢰 관계자를 동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조사처리위는 출석 요구서에 "대리인이나 변호인을 신청할 수 있다. 단, 본 교단 소속 장로나 목사여야 한다"고만 공지했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알고 변호해 줄 신뢰 관계에 있는 예장합동 목사나 장로를 알지 못한다. ㅍ교회에 있는 유일한 장로는 최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인 자격을 예장합동 목사·장로로 한정하는 것은, 결국 변호인 도움 없이 조사에 임해 성폭력 상황을 진술하라는 이야기다. 피해자들은 2차 출석 요구서에 답변하며 "심리적 불안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교단에서 인정하는 변호인만 동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조사처리위는 2월 25일 3차 출석 요구서에서 이에 답하며, 헌법 권징조례 제4장 제27조 1항 "본 장로회 목사 혹 장로 아닌 자를 변호인으로 선정하지 못할 것이요"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요청하더니 이제는 법적 근거의 입장만 고수하느냐고 요청하니, 공정을 운운하면서 법적 근거를 떠난 공정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며 외려 피해자들을 나무랐다. 애당초 재판이 아닌데도 권징조례를 칼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조사위원 중 한 명은 최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F 목사다. 피해자들은 F 목사를 배척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사처리위는 "모든 회원이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지난해 전국을 세 권역으로 나누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모든 노회원이 꼭 참여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율은 저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지난해 전국을 세 권역으로 나누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모든 노회원이 꼭 참여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율은 저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피해자들은 조사처리위 대응을 보며 좌절했다. 한 피해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교회와 노회에 내놓았을 때 처참히 무시당했다. 목사들에게 나의 아픔을 수없이 반복해서 얘기했지만, 그들은 노회법을 거론하고 지역사회 노출을 두려워하며 아파하는 성도들을 우습게 여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목사·장로들 반응에 지쳤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우리는 이미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인데, 이를 무시하고 노회법을 내밀며 피해자 본인이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혹시라도 조사 과정 중 가해자와 마주치게 된다면 내가 더 힘들어질까 무서웠다. 노회는 성폭력 피해와 상처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지난 3개월 동안 기다리라고만 하고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노회의 처리 과정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조사처리위 위원장과 서기에게 △조사처리위 구성 근거로 든 법조문이 이번 사건에 적용된다고 생각하는지 △재판국이 아닌 조사처리위인데도 변호인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일반 사건이 아닌 성폭력 사건인데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 줘야 하지 않는지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다. 이들은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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