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1년 이전 기사를 검색하기 원하시면 + 버튼을 눌러 주세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1주년 "피해자와 함께 우리도 성장했다"
[인터뷰] 김애희 센터장 "교단 공조 힘든 게 가장 큰 한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8.02 20:14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입니다. 오셔서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 처벌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뭔지 알려 주고 가세요."

"저희가 만든 '성평등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약속'도 보고 가세요."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서한국 전국 대회가 열리는 한국성서대학교 일립관 지하. 각종 사회 선교 단체 부스 틈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가 자리를 잡았다. 활동가 새로와 이솔(단체에서는 서로를 활동명으로 부른다)이 부스 앞을 서성이는 기독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참석자들은 △성폭력 가해자 처벌 근거 미비 △교역자들의 성 인지 감수성 부족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목회자의 막강한 권력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교회가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곳이 되려면 어떤 점부터 고쳐야 하는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처음 알게 됐다는 참석자도 많았다. 반성폭력 운동은 알고 있지만, 교회 안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은 교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부스를 찾은 이들은 활동가들과 함께 교회 반성폭력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들. 왼쪽부터 새로, 이솔, 포뇨(김애희 센터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일주일 전 첫돌을 맞았다. 김애희 센터장을 8월 1일 전국 대회 현장에서 만나, 1년을 보낸 소감과 함께 어떤 활동을 했는지, 한계점과 계획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이야기 를 나눴다.

- 얼마 전 설립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솔직히 버틴 거라고 볼 수 있다. 운동의 선례가 없기도 하고, 하면서도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인이 안 됐다. 그 부분이 제일 답답했다. 전문 기관을 표방하면서 출발했지만, 우리도 처음인 건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우리도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자기 문제를 자각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처음 만날 때와 다르게, 상담을 진행하면서 변화한다는 걸 느낀다. 우리도 다양한 피해자를 만나면서 우리의 한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더 공부하는 과정을 겪는다.

- 상담을 주로 하지만 그렇다고 상담만 하는 건 아니다. 교육, 피해자 자조 모임, 사건 지원까지 여러 활동을 한다. 한정된 인원으로 하나에 올인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면.

반성폭력 운동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려면 개별 사건에 대한 지원·해결뿐만 아니라 구조 변화도 필요하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관여해야 하고 사람들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다. 교회 안에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시도는 물론 이해도 전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이 같은 필요에 반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회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다. 학생·직장인 등은 살면서 어떤 경로로든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한 경험이 있지만, 교회는 아니다. 사회도 부족한 부분을 제도화·입법화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런 과정이 너무 없다. 의제를 던지고, 교육이 필요하다 주장하고, 실제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 교회에 찾아가 교육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교회 현장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지원을 받아 '교회를 바꾸는 젠더 스쿨'을 진행했다. 심화 과정까지 마친 수료생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교회에서 어떻게 반성폭력 교육을 하면 좋을지 머리를 싸매고 논의한다. 사람도 길러 내고 콘텐츠도 만드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피해자 자조 모임은 지금 네 번째 시즌을 하고 있다. 사건 지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집했다. 피해자들이 조금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한 건데, 계속 진행하다 보니까 효과가 컸다.

예를 들면 한 개인이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을 찾아갈 때, 이 자조自助라는 게 말 그대로 스스로 돕는 기능을 하더라. 내가 나의 회복을 위해 과정을 밟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삶에 동기부여가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비난받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말할 때 생기는 힘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당사자들의 모임이 됐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부스에서 참가자가 새로의 설명을 듣고 있다. '모두에게 안전한 교회'는 어떤 교회인지 묻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성폭력 피해 상담 및 지원을 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

'교회 성폭력 사건'이라고 말하지만 사건 하나하나가 너무 다르다. 각 사건을 해결하면서 새롭게 개척하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 중첩되는 경우가 있다. 가정 폭력 피해자면서 동시에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경우다. 이렇게 새로운 조건을 맞닥뜨리면 나 역시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계속 선배 전문가들에게 묻고 배운다. 새로운 상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배우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척하는 느낌이다.

- 교단 밖 기관이라 느끼는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성폭력 상담을 전담하는 특별 창구를 마련한 교단도 있고 준비하는 교단도 있다. 상담하는 건 좋은데 문제는 그런 교단 실무진과 공조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 밖 사람들'이라는 거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 부분이 제일 한계일 것이라 예상은 했다. 우리는 경계에 있기 때문에, 교회 밖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분명한 색을 드러낼 수 있다. 교단의 이익 혹은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 피해자를 놓고 저울질하지 않아도 된다.

그 때문에 피해자를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교단 안에 있으면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교단 내부에서 처리하기 힘드니까 피해자 요구를 묵살하고 뭉개는 경우도 여럿 봤다.

피해자가 교단에 원하는 건 한 가지다. 가해자 치리다. 하지만 교단에서는 가해자가 내부 사람이기 때문에 독립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교단에서 이미 운영 중인 성폭력 관련 기구 역시 이것을 해 줄 수 없다. 그들의 결정이 강제력이 있지도 않고, 관련 법도 없기 때문이다.

-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은 1년에 한 차례 노회(연회) 차원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했다.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지금 그 방식으로 해서 효과가 있으면 안 된다. 강사 선정부터 문제다. 적어도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하는 강사 양성 과정을 수료한 사람이 강의해야 한다. 한번 강사가 됐다고 해서 평생 자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계속 교육받아야 하고, 1년에 교육을 몇 번 했는지 무슨 내용으로 했는지 보고해야 한다. 조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재위촉이 안 된다. 강의를 '한다'는 데 의의를 두면 안 된다. '무엇을' 강의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김애희 센터장은 다양한 현장에서 기독교인을 만난다. 성서한국 전국 대회에서 강의하는 김 센터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 기독교반성폭력센터임에도 꼭 '기독교'에만 한정된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

성폭력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기독교'라는 프레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프레임 안에서 상담하는 건 내담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피해자들이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 언어로 지지받고 싶어 하지만, 자기 종교 때문에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독교'라는 단어도 싫어한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말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관의 역량이 성장하기도 한다.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모두에게 안전한 교회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모두에게 안전한 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모든 구성원이 수평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교회다. 서로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동등한 역할과 참여를 통해 어떤 일을 도모하려 할 때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수평적인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권리를 침해받거나, 내가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하지 말아라", "안 된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이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피해자만 희생당하지 않고 문제가 바로잡히고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혜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line 여성 혐오 범죄 피해자들 기억하는 예배 여성 혐오 범죄 피해자들 기억하는 예배
line 교회 성폭력은 '이단', '기성 교회' 안 가린다 교회 성폭력은 '이단', '기성 교회' 안 가린다
line 성폭력 없는 안전한 교회가 되려면 성폭력 없는 안전한 교회가 되려면
line 총신대서 '반성폭력' 세미나 "너의 문제가 나의 문제" 총신대서 '반성폭력' 세미나
line "교회 성폭력 넘어 성평등 문화 만들겠다"
line "성폭력 대응 매뉴얼 있었다면 혼란 줄였을 것"
line 모두가 안전한 교회를 위해 <미투, 처치투, 위드유> 모두가 안전한 교회를 위해 <미투, 처치투, 위드유>
line "성폭력 목사 '사직' 말고 '치리'하라"
line 성폭력 가해자 요더, 신학은 별개로 봐야 할까 성폭력 가해자 요더, 신학은 별개로 봐야 할까

추천기사

line 예장합동, 여성 목사 안수 허하라 예장합동, 여성 목사 안수 허하라
line 공론장의 한국교회, 우리는 왜 실패하는가 공론장의 한국교회, 우리는 왜 실패하는가
line 빚 갚는 것 넘어 '일상 회복' 돕는 가계부채상담사 빚 갚는 것 넘어 '일상 회복' 돕는 가계부채상담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