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는 전광훈 목사뿐만 아니라 대형 교단 소속 목회자들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는 전광훈 목사뿐만 아니라 대형 교단 소속 목회자들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시와 보건 당국의 만류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이번 8·15 집회를 통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8월 19일 0시 기준, 집회발 확진자 10명). 일차적으로 전광훈 목사 잘못이 가장 크지만, 집회에 동참한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목사가 주도한 8·15 국민대회에는 서울·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참여했다. 집회를 주최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공지한 표를 보면, 집회 참석자들은 대구·경북·경남·충남·전북·전남 등 173개 지역에서 전세 버스 79대를 이용해 상경했다. 총 3000명 이상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솔 책임자'는 111명이었다. 이 중 목사 38명, 전도사 3명으로 목회자가 총 41명이었다. <뉴스앤조이> 취재로 소속 교단이 확인된 목회자는 30명.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예장대신 5명,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3명, 예장백석 2명, 예장통합·예장고신·예장백석대신·예장개혁·카이캄·기독교한국침례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에서 각 1명이 인솔 책임자로 참여했다.

<뉴스앤조이>는 인솔 책임자를 자처한 목사들에게 집회 참가 이유와 코로나19 검사 유무 등을 물었다. 예장통합 소속 남삼욱 목사(이천광성교회)는 8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불법을 저지르니까 헌법을 지키기 위해 갔다. 헌법에 집회·결사의자유가 보장돼 있는데, 이걸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집회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남 목사는 "내가 왜 검사를 받아야 하나. 집회에서 확진자를 접촉한 적도 없다.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공산주의 전체주의 발상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랑제일교회를 옹호하기도 했다. 남 목사는 "사랑제일교회는 아무 문제가 없다. 누가 바이러스를 보낸 건데, 언론이 사실을 왜곡·선동하고 있다. 8월 9일 이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집회를 앞두고) 갑자기 확진자가 나왔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을 타도하고 공격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캄 소속 임성훈 목사(대구정금교회)도 음모론을 제기했다. 임 목사는 "코로나19가 왜 하필 3·1절과 8·15 시기에 퍼졌을까. 보통 점진적으로 느는데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급격히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교회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왜 수많은 사람이 집회에 나왔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방역만 강조하고 있다. 공산주의 전초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전국 각지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집회 참가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전국 각지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 임윤규 목사(새소망교회)는 전광훈 목사의 시국 선언에 동의하기 때문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문재인 때문에 지금 나라가 공산화 직전이다.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는 내일 받겠다고 답했다.

예장대신 남승복 목사(마산성실교회)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완전히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를 범법자로 몰아가는 사람은 회개해야 한다. 우리가 폭동을 일으키기라도 했는가. 나라를 바르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으로 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 남 목사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내일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박문곤 목사(마산충일교회)는 "문재인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서 갔다. 교인들은 따로 가지 않았고, 일반 시민들과 같이 전세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 검사는 아직 안 받았다며 "천천히 가서 받겠다"고 했다.

예장백석대신 팽철수 목사(상문교회)는 교인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고, 코로나19 검사도 받았다고 했다. 팽 목사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문재인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비판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청에서 집회 갔던 사람들 명단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명단 제출보다) 조용히 검사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전중기 목사(높은뜻제일교회)는 "교인 몇몇이랑 관광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부동산 정책이나 차별금지법을 보면 황당하다. 문재인 정부가 좌경화로 가는 모습이 보여서 집회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정명희 목사(영천미라클교회)는 "애초에 문재인이 중국 우한 사람을 안 막아서 코로나19가 퍼졌다. 대한민국 정통성도 부정하고 있어서 집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몸에 이상이 없어서 아직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정 목사는 "기독교 언론은 전광훈 목사를 보호해야 한다. 최대한 성령의 인도함으로 목회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어느 교단 소속인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목사도 있었다. 예장합동 이상락 목사(벌지교회)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차로 오전에 참석했다가 본 대회 전에 나왔다. 그런데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나도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다. 오늘 입원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문재인 정부 탓에 나라가 어렵고 공산주의로 갈까 봐 걱정돼 많은 시민이 나왔다. 그런데 다들 왜 나갔냐고 욕만 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집회에 참가한 목사들은 '공산화' 위기에 처한 나라가 걱정돼 나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에 참가한 목사들은 '공산화' 위기에 처한 나라가 걱정돼 나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 현장에서는 교회 팻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 현장에서는 교회 팻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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