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공동 식사, 마스크 착용 미흡 등으로 집단감염…정은경 본부장 "반드시 비대면 예배" 요청

지난 8월 15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목사와 교인들은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참석자 명단을 숨기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통해 지역 교회들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광화문 집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 8월 15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목사와 교인들은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참석자 명단을 숨기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통해 지역 교회들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광화문 집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와 광화문 집회발 감염이 확산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전국 교회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8월 26일 광주 성림침례교회에서 30명이 확진된 데 이어, 27일에는 서울 노원구 빛가온교회에서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일 오후에는 동작구 서울신학교(부흥교회 부설) 기도 모임과 관련해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작구청은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감염 중 대다수가 광복절 집회와 연관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회에 참석하고도 다녀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다른 교회 예배에 참석했으며, 그 예배 현장에서 방역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로 광화문 집회 참석 교인을 매개로 대량 감염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이후 교회와 관련한 주요 집단 발생 현황이 총 12곳 146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8월 28일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발생 전 시작했던 경기 김포 주님의샘교회(18명), 고양 기쁨153교회(27명), 반석교회(38명)와 용인 우리제일교회(203명) 등 286명을 제외한 1174명은 모두 사랑제일교회 사태 이후 발생한 사례다. 여기에 사랑제일교회발 n차 감염지 9곳과 광화문 집회발 n차 감염지 6곳 등 15곳을 더하면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는 27곳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28일 현재 959명으로 1000명에 근접했고,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해서도 49명이 발생했다. 양천구 되새김교회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인천에서는 부평구 갈릴리교회 46명, 서구 주님의교회 39명, 남동구 열매맺는교회 21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294명이 발생한 광화문 집회 참석자와 관련해서도 교회 6곳으로 감염이 확산됐다. 동대문구 강북순복음교회(15명), 가평군 북성교회(8명), 청주순복음교회(2명), 광명 생명수교회(3명), 양주 덕정사랑교회(3명), 광주광역시 성림침례교회(30명) 등 총 61명이다.

특히 8월 27일 광주 성림침례교회 사례에서는 지표 환자(감염군 내 최초 확진 환자)가 역학조사를 방해한 정황이 확인됐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광주284번 확진자는 16일 주일예배에 참석한 후 18일부터 증상이 발현했다. 그런데도 19일 수요 예배에 참석했다.

광주광역시 박향 복지건강국장은 27일 브리핑에서 "284번 확진자는 검사할 때 광화문에 다녀왔다고는 했지만 교회를 다닌다는 진술은 없었다. GPS 추적 결과 성림침례교회 동선이 나타났고, 이를 토대로 질문하자 그제서야 이야기했다. 그때가 24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림침례교회 성가대에 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교인 671명을 검사한 결과, 추가로 확인된 확진자 30명 가운데 27명이 성가대원이었다고 밝혔다. 성가대원은 전체 50명이었다. 박향 국장은 "당시 교회 CCTV도 고장 나 있어 성가대가 어떤 형태였는지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제보가 있었고 식사한 정황도 있다. 이를 통해 전파된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또 다른 집회 참석자의 거짓말도 있었다. 광주252번 확진자는 8월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나주에 있는 한 스파를 다녀왔다고 주장했다가, GPS 추적 등으로 거짓말이 들통났다. 앞서 이 환자가 목사라는 소문이 퍼졌으나, 확인 결과 일반 교인이었다. 박향 국장은 "이 사람은 27명이 모이는 소규모 교회 교인이었다. 교인들 전수조사와 자가 격리 조치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 주님의교회도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한 교인이 지표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8월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3일 확진된 이 교인은 확진 판정 이후 행방불명됐다가 24일 보건소를 찾아와 격리 시설로 옮겨졌다. 그는 동선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님의교회는 23일부터 예배를 비대면으로 전환했으나, 16일까지는 2부로 나누어 진행했다. 16일 예배 참석자 약 160명 중 현재까지 39명이 확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환기가 불량한 밀폐된 예배당에서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이후 발생한 교회 관련 감염 사례가 12곳 1460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소모임, 식사, 마스크 미착용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자료 갈무리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이후 발생한 교회 관련 감염 사례가 12곳 1460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소모임, 식사, 마스크 미착용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자료 갈무리

이처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교인들의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전국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환자 개인이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역학조사에 가장 필요한 자료인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마저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충주경찰서는 광복절 집회 당시 144명을 인솔해 서울에 다녀온 한 전도사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그는 명단을 파쇄했다며 40명분만 제공했다. 경찰이 압수 수색에 나서자, 그는 "교도소 가는 한이 있더라도 못 준다"고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에서도 광화문 집회 참석 명단 제출을 거부한 사례가 발생했다. 경찰은 23일 전주 지역 집회 관련자들의 교회와 주거지를 압수 수색하고, 25일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참가자들을 인솔한 목사들 역시 명단을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규탄 집회를 열던 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교회가 무슨 잘못인가. 정부가 한국교회를 마녀사냥하며 희생양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던 주요셉 목사는 22일부터 발열 증세를 보인 후 24일 확진됐다. 주 목사의 아내 등 가족 2명도 함께 확진됐으나, 20일 집회 참석자 및 경찰 중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다음 주 일일 확진자가 800~2000명까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방역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고 외출 및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일부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드시 비대면으로 전환해 달라. 교인과 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 그런 것을 기대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