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이춘수 전도사(임마누엘하우스교회·43)는 자신이 고꾸라진 날을 잊지 못한다. 2016년 1월 19일 초저녁, 집에서 빨래를 개던 중 픽 쓰러졌다. 그 시기 아끼던 교회 중등부 제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일을 하느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심근경색으로 사경을 헤매던 순간 자신의 죽음에 고통스러워 할 아내 모습이 '이미지'처럼 떠올랐다.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꺼져 가는 의식을 붙들며 가까스로 119를 불렀고 다행히 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특별한 경험 때문일까. 이춘수 전도사는 10년간 다니던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관두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인간의 죽음을 신학적·목회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1월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에서 만난 이춘수 전도사는 "자비량 사역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공교롭게 장례지도사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는 죽은 사람을 모시고 유가족을 돕는 일을 한다. 이 전도사는 1년 넘게 이 일을 해 왔다. 예전엔 장의사라고 불렸고 '염장이'라며 비하하는 말까지 있었다. 여전히 기피 업종 중 하나지만 생각거리를 적잖이 던져 준다고 했다.

"고인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만의 성찰 시간을 갖는다. 유가족을 보고 고인의 생전 삶을 유추하며 정리하는 글도 쓴다. 그러면 죽음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는 똑같아 보이지만 이면에 숨은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이런 일을 반복해 정리하면서 죽음을 되돌아보고 목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장례지도사 일을 하다 보니 '기독교식 장례'에 관한 고민도 많이 한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기독교 장례는 어디를 가든 특색이 없고 다 똑같은 것 같다. 설교도 비슷비슷하다.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추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십자가 달고 예배만 드리는 장례 문화를 넘어서 목회 철학이 반영된 기독교식 장례를 디렉팅하고 싶은 꿈이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교회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죽음 문턱 체험 이후 신대원 진학
처음부터 '자비량 사역' 계획
마을 주민들과 교제 위해
독립 서점 '오롯이서재' 오픈

이춘수 전도사는 신대원에 다닐 때부터 '일하는 목회'에 큰 관심을 가졌다. 강의실보다는 '현장'을 선호했다. 방학 때는 '일하는 목회자'를 꾸준히 찾아다니면서 어떻게 사역하는지 관찰·연구했다. 이 전도사는 "공부도 좋지만 현장을 나의 소명과 연결하는 데서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다.

일과 사역을 병행하고 있는 이 전도사는 '이중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중직이라는 용어는 목회와 현장을 분리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일이 곧 목회가 될 수 있고, 교회 사역만 목회가 아니라 교회 밖에서 일하는 것도 목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춘수 전도사 부부가 세운 독립 서점 '오롯이서재' 내부 모습. 이 전도사는 고요함, 모자람 없는, 온전함이라는 의미에서 책방 이름을 '오롯이'로 지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춘수 전도사 부부가 세운 독립 서점 '오롯이서재' 내부 모습. 이 전도사는 고요함, 모자람 없는, 온전함이라는 의미에서 책방 이름을 '오롯이'로 지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근 이춘수 전도사는 거주 중인 별내동에 '오롯이서재'라는 독립 서점을 냈다. 27평 규모 서점에는 각종 도서와 굿즈,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점 층고가 4m에 이르러 넓고 시원시원해 보였다. 이 전도사는 동네 마을위원회와 조금씩 교류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서점 공간을 영화 상영, 북 콘서트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독립 서점은 '선교적 활동'을 위해 세웠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책을 매개로 동네 사람과 더 가까이 만나고자 한다.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앉아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가면 된다. 동네에 이슈가 생기면 이곳에 모여 논의도 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춘수 전도사는 현재 전업으로 하는 일이 없다. 장례지도사 일도 정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수입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 종합 쇼핑몰에서 일할 때보다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지금은 고정 수입이 없다 보니까 들쭉날쭉하다. 교회 사례도 없고…. 수입의 80~90%가 줄어서 자괴감이 든 적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삶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제도권 교회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전도사는 "기성 교회가 싫어서 나온 건 아니다. 목회적 관점에서 죽음을 다루고 싶었고 자비량 사역도 하고 싶었다. 그게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나중에 어디로 어떻게 부르실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일하는 목회'를 해 나갈 생각이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