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대전광역시 서구 갈마동의 한 주택가에는 '즐거운커피'라는 카페가 있다. 15평 규모로 아담한 크기에 간판도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언뜻 봤을 때 카페인지도 모를 만큼 외관도 심플한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좋은 소문이 자자하다. 커피 맛과 분위기가 좋으니 지나갈 일 있으면 들러 보길 추천한다는 평이 많다.

즐거운커피는 조금 독특하다. 주중에는 카페인데, 주 후반에는 모습이 달라진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예약제 식당으로 바뀐다. 주인장이 음식을 준비해 내어놓고,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교제한다. 일요일에는 예배당으로 변신한다. 이곳은 부부 목회자 김경민 목사(39)와 김나경 전도사(36)가 함께 일구는 일터다. 2019년 1월 이곳에 자리를 잡아 2년째 터를 닦고 있다. 앞서 부부는 경기 부천에서도 4년간 카페 교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목회자 부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대형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평소 '교회론'에 관심이 많았던 부부는 공간을 넘어서는 '흩어지는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한창 고민하던 때 거리마다 카페가 급증했고, '카페 교회'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보통 교회를 개척할 때 주변 목회자에게 조언을 구하게 마련인데, 부부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1월 13일 즐거운커피에서 만난 김경민 목사는 "목회 멘토링 프로그램 같은 곳에 가면, 나오는 이야기가 거의 비슷하다. 나는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디자이너·기획자·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공간 디자인을 고민했다. 예배당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생각을 거듭했고, 한 공간에서 카페·책방·식당을 운영하기로 했다. 카페 안쪽에는 '한쪽가게'라는 이름을 내건 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젠더·인권·환경 등 생각해 볼 주제를 담은 책을 주로 취급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적으로 사람을 사귀면서 인맥 네트워크를 쌓아 가고 있다. 김 목사는 "직접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내린 선택이다. 예배당뿐만 아니라 다용도로 쓰니까 여러 장점이 있다. 물론 일상이 더욱 바빠지긴 했는데, 예배당을 놀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이즈 미션(Business is Mission)." 김경민 목사는 사역과 노동은 떨어져 있지 않고, 마찬가지로 신앙과 삶도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주일 중 일요일만 거룩하게 살지 말고, 평일에도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주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 부부의 소명이다. 삶의 대부분은 주중에 이뤄진다. 대다수가 직장·학교 등에서 살아가지 않나. 그곳을 거룩하게 만드는 게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일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 자체가 목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페는 일요일에 '즐거운교회'가 된다. 보통 주일예배에는 10여 명이 참석한다. 김나경 전도사는 "우리는 교회에 나오라고 초대하지 않는다. 신앙을 고민하는 분이 있으면 교회를 추천해 주거나,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온 분들을 위로해 주는 정도다. 우리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데, 그게 우리에게 잘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경민 목사는 "왜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면 굳이 말로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그 가운데 성령님이 역사하신다. 실제 전도를 하지 않았는데도, (영향을 받아) 신앙생활을 시작하거나 세례를 받은 분도 있다. 상처받고 교회를 떠났지만 다시 교회로 돌아간 분도 있다"고 했다.

자비량 사역 중인 김경민 목사(사진 왼쪽)와 김나경 전도사. 목회자 부부는 대전에서 카페와 책방,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자비량 사역 중인 김경민 목사(사진 왼쪽)와 김나경 전도사. 목회자 부부는 대전에서 카페와 책방,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자영업은 '경쟁력' 갖춰야
버티려면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생각 틀 바꾸면 안 보이던 게 보여"

목회자 부부는 카페·책방·식당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을 감안하면 하루 15만 원 정도는 벌어야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경민 목사는 자영업은 특히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이면 카페 교회를 한 지 6년이 된다. 유지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커피 배울 때도 실력 있는 분을 찾아가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결국 '맛'이 제일 중요하더라. 카페든 식당이든 실력이 좋으면 단골이 생기게 마련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영업은 현실이다. 엄청난 노력을 해야 버틸 수 있다. 단순히 취미로 할 수는 없다. 부지런히 공간을 관리하고, 맛과 기술을 향상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준비 과정 없이 목회적 도구로서 자영업을 한다? 어렵다고 본다. 버티기 위해 노력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특히 목회자 같은 경우 단순히 자영업으로 성공하려는 게 아니지 않나. 이 비즈니스 자체를 소명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2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는 지난 6년간 카페 교회를 해 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입이 적어 힘들 때도 있었고, 사람과의 관계 문제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나경 전도사는 "우리 안에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진작 엎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버티면서 변화를 주니 유지가 되고 있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목사와 김나경 전도사는 인터뷰 내내 '꾸준함'과 '변화'를 강조했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하고, 못 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부부는 지금의 카페를 만들기 위해 전기, 조명, 테이블 제작, 나무 바닥 수리 등 웬만한 작업을 직접 했다. 김 목사는 "관건은 이걸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각의 틀을 바꾸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예를 들어 '성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교회 등록하고 십일조 헌금 내는 이를 성도로 볼 건가? 아니면 나와 교제하고 함께 기도하는 이를 성도로 볼 건가? 내가 어떻게 목회와 성도를 규정하느냐에 따라 목표가 달라진다. 우리가 은연중 받아들인 것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일반 직장인은 살아남기 위해 'N잡러'가 되고 있다. 한두 가지 일을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반면 목회 영역은 아직도 수동적이다. 도전하려 하지 않고,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민 목사와 김나경 전도사는 자비량 사역을 하면서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꿈을 묻자, 대전 외곽 지역에 '스테이'를 세우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목사는 "그곳에 오두막 같은 건물을 짓고,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나누고 교제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 목공과 인테리어도 배우고 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굴삭기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나경 전도사는 "로마서 12장 12절에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단한가. 그럼에도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발견하면 좀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 일상을 통해서 누군가 즐겁게 변화하고 즐거운 일상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민 목사는 "교회가 어렵고 위기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새롭게 일어날 기회가 주어진다고 본다. 새롭게 도전하는 목회자는 분명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무너지게 하지 않으시니까. 자비량이든, 이중직 사역이든 꾸준했으면 한다. 부지런히 지속적으로 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카페 안쪽에는 작은 책방 '한쪽가게'도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카페 안쪽에는 작은 책방 '한쪽가게'도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목회자 부부는 6년째 카페 교회를 하고 있다. 김나경 전도사는
목회자 부부는 6년째 카페 교회를 하고 있다. 김나경 전도사는 "버티는 게 힘들면서도 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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