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버거 가게를 낸 임인철 목사는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기여를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수제 버거 가게를 낸 임인철 목사는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기여를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임인철 목사(45)는 선교 단체에서 12년간 사역하고, 기성 교회에서 8년간 목회해 왔다. 예배와 집회, 찬양과 목양을 전업으로 삼아 온 임 목사는 우연히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를 읽게 됐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경험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목회자와 교인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별하는 것 자체를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존 스토트 말에 임 목사 생각이 바뀌었다.

존 스토트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동등하며, 교권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강변한다. 임 목사는 이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다. 목회자도 일반 교인처럼 주중에 동등하게 일하면서 주일에 사역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마침 교회를 사임하고 나온 시기였고, 임 목사는 그렇게 '세상 일'에 뛰어들었다.

맨 처음에는 곰탕집에 취업했다. 면발을 뽑고, 김치와 깍두기 등을 날랐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햄버거를 파는 가게에서도 일했다. 그러던 중 평소 교제해 온 이현준 교수(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외래)의 제안과 지원으로 '비프앤치즈'라는 수제 버거 가게를 개업하기에 이르렀다.

임인철 목사를 만나기 위해 오픈 다음 날인 1월 7일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가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기 굽는 냄새와 감자튀김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8평 남짓한 가게에는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점장으로 있는 임 목사는 분주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철판에 미리 준비해 둔 빵과 패티를 굽고 감자를 튀겼다. 그렇게 햄버거 세트가 나오는 데 5분도 안 걸렸다. 바빠 보인다고 인사를 건네자 임 목사는 "차라리 정신이 없는 게 낫다. 손님이 없는 것보다 있을 때가 더 재밌고 덜 지루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목회자 대부분은 처음부터 이중직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목사도 마찬가지다. 20년간 교회 밖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던 임 목사는 "'목회자도 성도'라는 존 스토트 말에 감명을 받았다. 내게는 목회자와 성도는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다가와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밖에서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치열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선교 단체와 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적은 금액이지만 사례비가 꾸준히 들어왔는데, 밖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일이 중간에 끊기면 당장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평소 돈에 대한 관념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돈이 어느 정도 중요하구나 싶다. 교회에 있을 때만 해도 사역하고 사례비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밖에서는 (정규직이 아닌 이상)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해진다"고 했다. 창업하기 전까지 임 목사는 매달 평균 150만 원 정도 벌었다. 지금은 그보다 나은 조건으로 일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임 목사가 수제 버거를 만들고 있다. 하루 평균 40개 이상 팔아야 가게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임 목사가 수제 버거를 만들고 있다. 하루 평균 40개 이상 팔아야 가게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임 목사는 씨앗교회에서 사역 중인데, 따로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씨앗교회는 지난해 8월 예배당 보증금을 빼서 교인들에게 기본 소득을 나줘 준 곳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임 목사는 자신이 몸담은 교회를 자랑하기도 했다.

최근 주일예배 시간 방송 사고가 났는데, 어떠한 지적도 받지 않았다면서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 목사는 "이전 교회였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엄청 긴장했는데, 씨앗교회는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대했다. 목회자들이 상하 관계가 아니라 형제로지내서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인철 목사는 지금 하는 일이나 사역도 모두 만족한다고 했다. 앞으로 하는 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수제 버거를 40개 이상 팔아야 한다면서 "그저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따름이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일이 잘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 했다. 임 목사는 "목회는 성도들의 삶을 돌보는 것인데,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기여하고 싶다. 살아갈 힘이 없는 분을 모셔서 일을 가르치고, 힘을 길러 주는 그런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인철 목사는 자신보다 더 힘들게 지내는 목회자들이 많은 걸 안다면서 응원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잘 버텨 나갔으면 한다. 요즘 말로 '존버'라고 하던데, '존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인철 목사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사역하지만 고되지 않다고 했다. 자신처럼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열심히 버텼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임인철 목사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사역하지만 고되지 않다고 했다. 자신처럼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목회자들이 열심히 버텼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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