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부교역자가 근로자가 맞냐 아니냐를 법적으로 다투는 일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온다. 법원은 그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부목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판례가 쌓일수록 부교역자들은 더욱 고용 불안에 내몰린다.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사건 하나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법원 판단과 교단 헌법 등의 맹점을 알아본다.

2017년 5월 1일 세종시 J교회에 부교역자로 부임한 ㅇ 목사는 1년 만에 교회를 나와야 했다. J교회 당회가 2018년 4월 1일, ㅇ 목사의 연임을 노회에 청원하지 않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J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헌법상 부목사는 매년 노회에 연임을 허락받아야 한다. ㅇ 목사는 그해 4월 30일 자로 J교회에서 떠났다.

ㅇ 목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018년 10월, 교회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부임 전 면접 자리에서, J교회 담임 ㅈ 목사는 ㅇ 목사에게 최소 3년 이상 사역을 같이했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ㅇ 목사는 담임목사가 3년 임기를 보장해 준다고 했기 때문에, 경기도 김포에서 세종시로 이사까지 간 것이며, 교단 헌법상 부목사 임기가 1년이라도 근로계약을 연장한다는 '갱신 기대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해고 사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ㅇ 목사는 ㅈ 목사가 자신을 이단으로 몰아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J교회 당회록을 보면, 교회는 ㅇ 목사가 교회학교 교사 강습회 등에서 하나님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하고 사도신경의 미흡함 등을 이야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전에도 ㅈ 목사는 ㅇ 목사의 설교·교육 내용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으며, 교인들에게 ㅇ 목사가 이단성이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ㅇ 목사는 이단성을 이유로 해고하려면, 자신의 설교 전문을 가지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연구를 맡긴 뒤 결론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J교회는 부목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 자체가 아니라고 맞섰다. 교단 헌법상 부목사 임기는 원래 1년이고, ㅇ 목사 청빙 1년이 지난 후 당회가 그를 재청빙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뿐이라고 했다. ㅈ 목사가 면접 자리에서 3년을 이야기한 것은, 잦은 부목사 교체는 좋지 않으니 그 정도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지, 실제로 근로 기간 3년을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는 아니며 교단법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ㅇ 목사를 이단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교회가 그럴 권한도 없다고 했다. 다만 ㅇ 목사의 설교와 교육이 교회 교육 방침상 부적절한 면이 있었고, 그가 평소에도 교구 업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교회 중직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 중에 청빙 기간이 만료된 것이며, 노회에 연임을 청원하지 않기로 결의하는 데 공신력 있는 기관에 ㅇ 목사 이단성 여부를 확인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ㅇ 목사와 ㅈ 목사는 법정 다툼에서 수차례 서면을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ㅇ 목사와 ㅈ 목사는 법정 다툼에서 수차례 서면을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법원은 2019년 8월, ㅇ 목사의 소송을 기각하고 J교회 손을 들었다. 법원은 ㅇ 목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며, 따라서 이 사건은 해고가 아니라는 교회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사유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부목사는 위임목사를 보좌하는 목사로서 교인들을 심방하고 신앙을 지도하는 등 종교적·영적 가르침에 중점을 둔 목회 활동을 주로 수행하는데, 그 내용 및 성격상 교회나 위임목사로부터 업무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고 △부목사도 위임목사와 같은 '목사'이며 위임목사 부재 시 설교·예배 등을 자율적으로 주관하기 때문에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 바도 없고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았으나 이는 근로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목회 활동으로 다른 영리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례 내지 생활 보조금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며 △근로소득세를 내거나 산재보험·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ㅈ 목사가 면접 시 3년을 언급한 것도 3년 근무를 약정한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부목사로서 목회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인 및 위임목사와의 신뢰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 한 계속 시무할 수 있도록 당회가 노회에 연임을 청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결국 ㅇ 목사가 1년간 사역하면서 ㅈ 목사 및 교인들과의 신뢰 관계가 훼손됐으며, 이를 이유로 당회가 연임을 청원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ㅇ 목사는 항소했다. 본격적인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 법원은 강제조정을 시켰다. J교회가 ㅇ 목사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에는 교회 측이 이의를 신청해 재판이 재개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3월 31일, 원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2심 모두 패한 ㅇ 목사는 4월 14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ㅇ 목사는 현재 다른 교회에도 가지 못하고 사역을 쉬고 있다. J교회에서 사역할 때, 새벽 기도를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쳐 2년 한시 장애 판정을 받았다. ㅇ 목사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겪은 일을 연재하며, 대법원에 제출할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전국 교회 수많은 부교역자가 나와 같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과로와 부당 해고,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

J교회 ㅈ 목사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불편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교회는 교단법에 따라 처리한 것뿐이다. 목사들은 이미 교단 헌법과 신학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동의해 안수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ㅇ 목사는 교단 신학과 방향이 다른 내용을 계속 이야기하고, 연임 청원 안 해 줬다고 소송을 걸었다. 부목사 한 명 잘못 들여서 온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담임목사-부목사, '종속된 관계' 아니다?
"목회자 현실 반영하는 판결 나와야"

ㅇ 목사 사례처럼, 현재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서 부목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다. 법원은 대부분 위와 같은 이유로 부목사를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드물게 부교역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은 판례도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근로 계약서를 작성했거나, 목회보다는 행정 업무를 주로 했다거나, 업무 도중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것이다.

사법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있는지 여부다. 법원은 부목사가 설교나 예배 등에서 재량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담임목사에게 종속된 관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또 부목사는 노회·연회 등 상급 기관에서 파송되는 형태라서, 교회를 사용자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법부 판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일까. 한국교회 현실에서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에게 종속돼 있다. 업무는 물론 설교 내용이나 교육 방침 등에서 지시 및 교정을 받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 이유 또한 담임목사 성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또 표면적으로는 상회가 매년 부목사를 파송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 부목사의 임기를 결정하는 사람 역시 담임목사다. 노회는 큰 문제가 없는 한 개교회가 부목사 연임을 청원하면 받아 준다. 대부분 한국교회 당회에서는 담임목사 영향력이 가장 크다.

교단 헌법은 이런 맹점을 합법화한다. 예장합동뿐 아니라 대부분 교단이 부목사 임기를 1년으로 해 놓거나 아예 정해 놓지 않는다. J교회 사례처럼 사법부는 판단할 때 종교 단체 내부 규정을 우선시한다. 상황이 이러니 부목사들은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1·2심에서 ㅇ 목사를 대리했던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사법부 판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의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절대적이다. 같은 목사라고 하지만, 담임목사와 부목사는 급여나 권한 차이가 엄청나다. 부목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많은 것을 알면서도 이런 현실적인 내용으로 다퉈 봤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동안 형성된 완고한 벽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사회는 계속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종교 단체 내 노동관계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교회 내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교회에서도 상근 직원이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며 "목회자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 지금 교단 헌법대로라면 부목사는 모두 1년짜리 계약직이다. ㅇ 목사처럼 최소 3년 이상 일하자고 해서 지방으로 갔는데, 1년 만에 잘려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안전장치 없는 부목사들
90%가 계약서 안 써
"담임목사 인식 바뀌어야"

부목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데 애매한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목사의 업무 내용 및 시간을 구체화하기가 어렵고, 교회 내부에서도 목사는 성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목사와 담임목사(교회)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로 형성되는 현실의 교회에서, 부목사의 고용 환경을 지켜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점은 문제다.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도 받게 해 달라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만약 부목사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면, ㅇ 목사는 '3년 근무 보장'이라는 구두계약으로 법정에서 더 다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구두계약도 인정한다. 애초에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말이 다를 경우를 차단하고자, 모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 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근로 계약서는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이런 계약서를 쓰는 부목사는 거의 없다. 2016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부교역자 94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본 적 없다고 응답한 부교역자는 93.7%였다. 기윤실은 모범 '사역 계약서'를 내놨다. 부목사를 근로자로 보기에는 걸리는 지점들이 있지만,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18년 전도사닷컴 설문에 응답한 부교역자 426명 중 89%가 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없다고 했다.

기윤실이 만든 모범 사역 계약서. 사진을 누르면 자료집을 다운받을 수 있다. 

부교역자들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담임목사다. 2016년 당시 모범 사역 계약서 보급 운동을 벌였던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기윤실에서 진행했던 운동 중 가장 반발이 거셌다. 담임목사들에게 항의를 많이 받았다. 본인들은 부교역자 시절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열심히만 했기 때문이다. 요즘 부목사들 사역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고 말했다.

기윤실 요청대로 2016년부터 사역 계약서 작성을 실행한 교회도 있었다. 강남동산교회 고형진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부교역자들과 사역 계약서를 쓰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요새는 좀 더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애초에 사역 계약서를 쓰려고 하는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계약서 내용보다 더 챙겨 주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고형진 목사는 "무엇보다 담임목사들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반 회사에서는 무조건 근로 계약서를 쓰고 지켜야 한다. 이런 투명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겠다. 교회도 계약서 쓰고 실천하는 걸 배우는 게 필요하다. 담임목사의 인식도 변해야 하고, 동시에 교단 총회가 법적으로 룰을 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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