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가 해임됐다. 총신대 이사회는 이 교수가 부적절한 성희롱적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제기한 총학생회 등에 2차 피해를 유발하고 학내 문란을 야기했다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가 해임됐다. 총신대 이사회는 이 교수가 부적절한 성희롱적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제기한 총학생회 등에 2차 피해를 유발하고 학내 문란을 야기했다는 등의 사유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이사회(이승현 이사장직무대행)가 '성희롱 발언 전수조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원 교수(기독교윤리)를 해임했다. 이사회는 5월 18일 자로 이 교수에게 교원징계위원회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와 함께 문제가 됐던 전 대학부총장 김지찬 교수는 정직 1개월, 나머지 문 아무개 교수와 김 아무개 교수는 감봉 처분됐다.

징계 결과가 발표된 후 이상원 교수 해임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원 교수(3건)는 김지찬 교수(10건)에 비해 문제가 된 발언이 적다. 또 이 교수는 '동성애의 문제점'을 설명하려 했다며 수업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데 비해, 김 교수는 대부분 수업과 상관없이 농담조로 발언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상원 교수가 더 강한 징계를 받았다.

이상원 교수는 수업 중 한 발언뿐 아니라 논란 이후 취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이 교수는 발언이 공개된 후부터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생물학적이고 의학적 사실로서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본인은 앞으로도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 동성 간 성관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상원 교수는 오히려 학생들이 자신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몰아간다고 반발했다. 그는 "대자보 게재자들 의도가 바로 현 정부가 입법화하고자 전방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독소 조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총학생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사과문을 쓰지 않으면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교계 반동성애 단체들도 학교 앞에서 수차례 시위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지원사격했다. 이들은 이상원 교수의 성희롱성 발언이 동성애 반대 발언이며, 총신대가 친동성애 행보를 보인다고 왜곡·과장했다. 이재서 총장까지 나서 "총신대는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학교를 향한 압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동성애 찬반 프레임을 통한 공격이 계속되자, 총신대 이사회는 1월 16일 회의에서 "이상원 교수가 성희롱 징계 논의를 동성애 비판 강의에 대한 탄압 사건으로 몰고 가는 진영 논리로 학교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를 징계 의결 요구 사유에 추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결국 이상원 교수 징계에는 이런 사유가 포함됐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총신대 이사회는 이 교수가 총학생회에 보낸 내용증명이 2차 피해를 유발했고, 총학생회를 동성애 옹호·지지 세력이라고 묘사해 학내 문란을 야기했다는 징계 사유를 명시했다. 이상원 교수는 납득할 수 없다며 교원 소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총장 "동성애와 무관"
총학생회 "반동성애 진영 2차 가해 지속"
신대원 학생·교수는 '이상원 교수 구하기'
교계 반동성애 단체들이 12월 5일 총신대 정문 앞에서 '이상원 교수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좌파 성향'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또한 이 교수 징계는 동성애 위험성을 알리려는 시도를 입막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의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계 반동성애 단체들이 12월 5일 총신대 정문 앞에서 '이상원 교수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좌파 성향'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또한 이 교수 징계는 동성애 위험성을 알리려는 시도를 입막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의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상원 교수 해임 소식이 알려지자 반동성애 단체들은 다시 들끓어 오르고 있다. 이들은 징계 결과를 비난하며, 총신이 성경적 성교육을 포기한 것이라고까지 확대해석했다. 임시이사들이 총신을 망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이승현 재단이사장직무대행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다른 교수들은 같은 발언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징계를 받았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이 성희롱이라고 느낀 부분을 진영 논리로 몰고 가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 외 나머지 3명은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했다며, 다른 교수들처럼 징계위에 임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신대학교 이재서 총장도 이번 결정은 이사회 소관이며, 동성애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2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총신대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는 교원 1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원했지만, 이사회는 교원 4명 모두를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 결정은 자체 조사와 법규에 따른 독립적인 판단이므로 학교는 절차에 따라 일단 그 결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서 총장은 징계의 적절성·공정성은 해당 교수들의 소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동성애와 엮지 말라고 했다. 그는 "반동성애 진영의 최전선에서 싸워 온 총신대학교가 이런저런 오해와 비판을 받은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총장인 나를 비롯하여 총신의 모든 교수는 결코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용인하지 않으며 일관되게 그리고 확고하게 그러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 총학생회도 "이 사안은 동성애 문제가 아닌 교내 성희롱적 발언에 대한 문제로만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총학생회는 5월 22일 "이상원 교수는 강의 중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등의 성적 발언을 했고, 그것은 의도와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가져다준 명백한 성희롱적 발언이었다. 전수조사를 통해 발언이 드러났을 때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바랐지만, 이상원 교수는 전 총학생회장에게 법적 대응을 하고자 내용증명을 보내 2차 가해를 하고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했다.

반동성애 단체를 중심으로 이상원 교수를 비호하는 것도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외부 세력은 지속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며 징계위원회에서 공정한 절차를 밟아 결정된 징계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성희롱 사건으로 상처받고 아파했던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조은영 총학생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반동성애 진영 유튜브 등에서는 (이번 문제를 제기한) 총학생회 임원들이 동성애자 아니냐는 등의 댓글도 달린다.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현재 총신대 신대원 자유게시판에는 이상원 교수 해임을 철회해 달라는 게시물이 3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총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총신대 신대원 자유게시판에는 이상원 교수 해임을 철회해 달라는 게시물이 3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총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피해를 본 학부생들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는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징계 사실이 처음 알려진 5월 18일 이후, 총신대 홈페이지 신대원 자유게시판에는 이상원 교수 해임을 철회해 달라는 게시물이 300건 이상 올라왔다. 대부분 신대원생이 올린 글이다. 이들은 이 교수가 성경에 근거해 발언한 내용이 왜 성희롱·성차별이 되느냐며 징계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원모 신대원 원우회장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원우회가 생각하기에도 이상원 교수 업적을 생각해 봤을 때 해임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의 수업 내용을 학부 학생들과 신대원생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기로는 이 교수도 '일부 표현으로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 입은 이들이 있다면 오해를 풀어 달라'고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잘 수용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대원 교수 27명(강웅산·김광열·김대웅·김상혁·김성태·김영욱·김요섭·김희석·문병호·박영실·박용규·박철현·박현신·배춘섭·양현표·오성호·오태균·윤영민·윤종훈·이관직·이상웅·이상일·이풍인·정승원·정원래·조호형 교수)도 5월 24일 중징계를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이상원 교수 구하기에 나섰다.

신대원 교수들은 "지난 20년 동안 신대원에서 수천 명의 제자와 후학을 가르치며 우리 교단 및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보여 준 신학의 교훈과 귀감을 생각할 때, 총신 구성원뿐 아니라 교단과 많은 교회가 이상원 교수의 해임을 수용하기 어려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총신대 이사회에 "이상원 교수가 학교를 위해 기여한 업적과 신대원의 신학적 정체성, 그리고 향후 신학 교육 일관성을 고려해 이번 중징계를 재고해 달라"고 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 아무개 교수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신대원 교수회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개별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성명서"라고 말했다. 이번 신대원 교수들의 성명서가 피해를 본 학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교수가 마음을 모은 거라 개인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양해해 달라"고만 답했다.

신대원 교수들은 이상원 교수 징계를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대원 교수들은 이상원 교수 징계를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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