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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시대의 교회, 생명의 엄중함과 피임법 동시에 가르쳐야"
[인터뷰] 낙태 반대 운동 25년, 프로라이프 김현철 목사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4.15 00:28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헌법재판소의 4월 11일 결정을 앞두고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낙폐반연)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여 명 넘는 참석자가 현장을 지켰다. 참석자들은 길 건너에서까지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 반대를 외쳤다.

현장에는 그동안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던 개신교인들도 등장했다. 낙폐반연에 이름을 올린 79개 단체 중 상당수가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해 온 곳이다. 참석자들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잡고 "낙태는 태아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앞으로 한국 사회가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그 결과로 낙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1000만 명이 낙태했다는 근거 없는 소리도 나왔다.

<뉴스앤조이>는 4월 12일, 25년간 활동해 온 대표적인 낙태 반대 단체 사단법인 프로라이프(구 낙태반대운동연합) 전 대표 김현철 목사를 만났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번 결정에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헌재 앞에서 마이크를 잡던 사람들처럼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논리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김현철 목사는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라이프는 과거 말 그대로 낙태 반대 운동에 열심을 냈지만, 현재는 △예방 사업, 성교육, 홍보 △위기 임신 상담 △미혼모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현철 목사는 1994년 프로라이프가 시작할 때부터 운동을 이끌었다. 올해 2월로 7년간 역임한 대표직을 내려놓은 그는 지금도 서울 목동 프로라이프 사무실에 상주하며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장에서 많은 여성을 돕던 김현철 목사가 이번 헌재 결정을 보며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지 들어 봤다. 더불어 낙태죄가 폐지되는 시대에 한국교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들었다. 수십 년 낙태 반대 운동을 한 사람의 시각에서도, 단순히 '낙태죄 폐지 = 태아 살인'이라는 구호만 외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김현철 목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임신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는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결정했다. 국가와 사회가 여성의 선택을 범죄화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지였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해 온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서구와 비교할 때 특별한 경우이기는 했다. 정부가 산아제한을 이유로 낙태를 권장해 온 과거가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물론 그렇다고 낙태를 찬성한다는 건 아니다.

낙태죄가 사문화했다는 여성 단체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낙태죄가 과거에는 누군가를 처벌하는 수단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처벌보다는 예방을 위한 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유지할 권리도 여성에게 있다. 현장에서 보면, 남자 친구(배우자) 혹은 그의 부모 손에 이끌려 낙태하러 가는 여성도 많다. 그럴 경우, 신고하면 어쨌든 경찰이 바로 출동해서 남성 측과 분리시켰다. 꼭 낙태죄 때문에 출동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행동이 의사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 헤어진 남자 친구(배우자)가 낙태죄를 이용해 여성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고,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남성이 먼저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많다. 여성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현실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미혼부 책임법', '친생부 책임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현재는 민법을 적용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기기는 어렵다. 임신 책임이 있는 남성이 이를 책임지지 않으려고 할 때, 어떠한 근거로, 어느 정도의 형량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구체적 구문이 포함된 법이 있어야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여성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면, 친부가 병원비, 출산비, 출산 후 양육비까지 강제하는 강력한 법이 있어야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캐나다나 미국처럼 여권·운전면허증을 정지하는 방법을 쓰면서까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낙태죄는 이런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 폐지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먼저 없애고 나면 분명히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죄가 있어도 낙태를 강요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죄가 없어지면 남성들이 더 자유롭게 낙태를 요구하지 않겠는가.

- 프로라이프가 제안한 이런 대안이 입법까지 가지는 못했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대안을 제시했으면 누가 움직여야 하는가. 입법은 정부 아니면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한 사람이 직접 출마까지 해서 법을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동안 정치권에서 낙태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건드리면 골치 아프고, 그렇기에 오히려 가만히 두는 쪽을 택했던 사안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바닥에 주저앉은 이도 보였다. 현장에는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정치권은 그렇다 쳐도, 기독교계는 왜 이런 대안에 힘을 실어 주지 않았을까. 여기에 집중했다면 교회가 외치는 '생명 존중'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교회에서도 낙태는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은 임신중절을 경험했다. 교회도 한국 사회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 통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교회 안에도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선택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 기독교라면 당연히 낙태를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로 침묵해 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낙태 반대 운동은 단순히 '낙태 반대'만 외쳐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생명 교육, 즉 성교육을 수반해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괜히 교회에서 성교육했다가 긁어 부스럼 날까 봐 쉬쉬하고 넘어갔다. 임신한 미혼 여성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

- 헌재 앞에서 '낙태 반대'를 외쳤던 기독교인들은, 낙태죄가 폐지되면 사람들이 생명을 경시하게 되고 낙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건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외도 낙태죄를 폐지했다고 해서 갑자기 낙태가 증가한 사례는 없다. 아주 잠시 동안 살짝 증가하는 추세가 될 수는 있지만, 이제 낙태죄 폐지했으니까 다들 나가서 막 낙태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

- 이번 헌법 불합치 결정은 사실상 낙태죄 폐지와 다를 바 없다. 이런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회는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회가 변하는 방식대로 교회가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교회, 기독교인은 스스로를 구별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렇다면 교회가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솔직히 교회가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가 교회를 바꾸려는 건 막을 수 있다. 성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생명의 엄중함과 피임법을 동시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절제만 가르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섹스, 피임 다 같이 가르쳐 줘야 한다. 줄 수 있는 정보는 다 줘야 한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더 나은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쉬쉬하면서 대충 얼버무리는 성교육이 아닌,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 성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프로라이프가 하는 성교육은 유럽식 교육에 가깝다.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만든다. 교육을 듣는 어른들이 놀랄 정도다.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면 아이들이 콘돔 사서 실행에 옮길 거라고 걱정하는데, 어리석은 생각이다. 단순히 피임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설명하면 자신의 선택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걸 이해한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한다. 남녀공학 교실에 수업을 가면 'yes means yes, no means no'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통계상으로 보면 한국의 낙태율은 감소하고 있다. 가임 여성 수도 줄고 피임법도 많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OECD 국가들 중에서는 피임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남성들은 질외 사정 같은 안전하지 않은 피임법을 여전히 선호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당사자 양쪽 다 피임하는 '더블 더치'를 해야 한다. 원치 않는 임신은 결국 준비되지 않은 임신 아닌가. 그렇다면 준비된 섹스를 하라는 게 우리의 지론이다.

그동안 교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우리 단체를 제일 안 찾는 곳도 교회다. 개인적으로 교회는 어차피 목사들의 인식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한다. 목사들이 먼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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