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진리교회가 언론 보도에 대응하겠다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과장되고 왜곡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는 내용의 교인들 탄원서가 외벽에 붙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빛과진리교회가 언론 보도에 대응하겠다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과장되고 왜곡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는 내용의 교인들 탄원서가 외벽에 붙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가 가혹 행위가 자행됐다는 일련의 언론 보도에 반박하며 '왜곡 보도'를 바로잡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교회는 예배당 입구에 '빛과진리교회를 지켜 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담장과 외벽 전면에 교인들 탄원서를 이어 붙였다.

5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빛과진리교회 예배당을 찾아가자, '우리를 무지하고 분별력 없는 사람들로 몰아가지 말아 주세요. 많은 교인이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편파 과장 왜곡 보도 STOP', '우리 자신의 결정입니다. 세뇌 X, 그루밍 X', '모든 것이 자발적이었습니다' 등이 적힌 피켓과 외벽 전면에 붙은 탄원서가 한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노란 조명도 설치해 멀리서도 눈에 띌 수 있게 했다. 교인 두 명이 나와 현장을 지키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쇄된 교회 입장문을 나눠 주고 있었다. 교인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와전돼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인터뷰는 꺼렸다.

교회 건너편에서는 빛과진리교회에서 신앙생활 중인 가족을 돌려 달라는 자매 두 명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 자매 중 첫째와 셋째로, 교회 리더로 남아 있는 둘째를 데려가기 위해 수요일부터 집회 신고를 하고 시위하는 중이라고 했다. 교회 앞에는 경찰이 나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빛과진리교회를 초창기부터 다녔다고 말했다. 교회를 나온 지 3주 됐다는 셋째는 LTC(리더십 트레이닝 코스) 바로 전 단계인 HTC(헬퍼 트레이닝 코스) 교육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교회 위주로만 살다 보니 내 생각이 사회 일반 인식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늘 교회에서는 '우리 교회가 최고다. 우리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목사의 말을) 하나님 말씀으로 받으라'고 했다. 사회와 멀어지게 되고,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이 종속됐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둘째를 이단 상담소에 데려가 상담받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빛과진리교회를 다니다 나왔다는 자매들은, 교회에 남아 있는 동생을 데려 가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빛과진리교회를 다니다 나왔다는 자매들은, 교회에 남아 있는 동생을 데려 가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 공식 입장
"자발적 훈련, 교회에서
정해 주는 내용 없어"
"교회 때문에 살 만한 마을 됐다"

빛과진리교회는 5월 22일 보도 자료를 발표해 "교회는 가학 행위를 강요한 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히 문제가 된 LTC 훈련(고린도후서 6장)은 교인들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왜곡 보도에 맞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빛과진리교회에서 빠져나온 교인 한 명은 4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 LTC 훈련 과정 중 리더에게 '인분을 먹으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실행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해 전송했다고 말했다. 리더가 "(훈련을) 쉬운 것만 골라 한다. 다음에 똥 한번 먹으라"고 말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빛과진리교회는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극한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일 뿐, 실제로 인분을 먹으라고 강요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극한'을 잘 전달하려는 비유적 언어 표현이었다. 더 정중하고 예의 바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빛과진리교회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문제가 된 일부 내용이 교회 공식 훈련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훈련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빛과진리교회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문제가 된 일부 내용이 교회 공식 훈련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훈련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매 맞기, 구더기 먹기, 양수리에서 교회까지 행군하기, 트렌스젠더바·사창가에서 전도하다 매 맞고 쫓겨나기 등 인분 먹기 외에도 다양한 훈련이 있었다는 빛과진리교회 탈퇴자들 폭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리더 출신 다른 교인은 "망우리(에서 매 맞는 훈련) 컨펌받았다"는 등 리더에게 허락을 구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뉴스앤조이>에 공개했다. 또 훈련 근거로 사용되는 고린도후서 6장 구절과 이에 해당하는 훈련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엑셀 파일도 함께 공개했다.

교회는 이에 대해 "언론에서 회자되는 '비상식적이고 가학적인' 내용의 리더십 훈련 내용을 교회 차원에서 제안한 적이 없다. 교회는 공식적인 훈련표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참여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예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훈련 내용은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리더십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훈련 참여자들에게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조언하는 중이라고 했다. 교회는 "담당자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계획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고 있다. 참여자도 담당자의 조언을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다.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100%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다"고 했다.

교회는 고린도후서 6장에 근거한 훈련 사례라며 몇 가지를 공개했다. △서대문형무소 1인 감옥 체험 장소에서 15분 있기(갇힘) △일주일 동안 돈 쓰지 않기(궁핍) △외국어로 성경 30구절 외우기(지식) △나의 용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기(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함) △매일 아침 세안하고 저녁에 샤워하고 자기(깨끗함) △14년 동안 뵙지 않았던 친가 친척들에게 찾아가 안부 인사하기(자비함) △미운 마음이 들었던 회사 상사에게 감사 표현으로 작은 선물 드리기(자비함) 등, 언론에 보도된 엽기적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이러한 훈련 때문에 지역에서 교회 평판이 좋아졌다고도 했다. "교회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리더십 훈련과 교회 자체적인 여러 캠페인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은 빛과진리교회 덕분에 마을 전체가 활기차게 변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동네에 빛과진리교회가 들어서면서 노숙자들로 가득했던 공원이 청년들의 웃음소리로 메워졌고, 유동 인구도 늘어나면서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인들은 탄원서를 작성해 교회 대문에 붙이고,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 시위를 벌이는 등 '빛과진리교회를 지켜 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교회 측은 탄원서 작성에 800명 이상 참여했다고 밝혔다. 교인 김 아무개 씨는 "누군가 지나치게 과도한 훈련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교회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 교회가 그동안 나눈 헌신과 사랑까지 모욕하지 말아 달라"고, 남 아무개 씨는 "50대부터 63세를 바라보는 시간 동안 제가 받은 고마운 경험들이 한 편의 기사로 인해 다 없어지는 것 같아 슬프기만 하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교회는 외벽에 게시물을 붙이는 것 외에도 검찰청 앞 1인 시위,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비대면 시위 등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는 외벽에 게시물을 붙이는 것 외에도 검찰청 앞 1인 시위,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비대면 시위 등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KBS 시사 프로그램 '제보자들'은 5월 20일 저녁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다뤘다. 피해자들은 KBS에 출연해 인분·구더기 먹기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또 주간 계획표를 작성해 모든 일과를 리더에게 승인받는다고 말했다. 영화 시청 등 여가 생활까지 컨펌을 받아야 했고, '죄 자백'이라는 명목으로 자위행위 등 드러내기 민감한 사생활까지 다 공유했다고 말했다. 리더가 팀원들의 '죄 자백' 여부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도 공개했다.

가혹 행위 논란에 김명진 목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는 내가 LTC 조교를 했다. 그때는 가벼운 극기 훈련 위주로 했다. (요즘도)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청년들이 많다 보니 승부욕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마 조교는 참가자들이 자원해서 훈련 목표와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과 선택을 믿어 줬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해당 조교를 나무랐다고도 했다.

제보자들 스토리헌터로 출연 중인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은 "피해자가 한두 명일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이나 피해 사실에 대한 진위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건같이 무수히 많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속출해서 나오는 경우에는, 발생했던 가해 행위나 가혹 행위가 없었다고 말하기 불가능해 보인다. 교회에서는 정확히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가 된 점은 정확하게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신앙·종교를 이유로 사람의 인권이나 정신적인 부분을 지배해서 통제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행위를 한 자가 있다면 사법적으로 정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