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클럽에 간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 대다수 시민이 노력해 이룬 성과에 구멍을 낸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이태원을 제외한 유흥가 클럽은 또다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지자체의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확진자의 성적 지향을 향한 비난은 마땅하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원인은 밀집된 공간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의 성적 지향 때문이 아니다. 동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동성애를 욕할 것이라면, 이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성애를 욕할 것인가.

신천지 경우와도 다르다. 이태원 클럽에는 신도들을 통제하는 교주도 없고 그의 말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사람들도 없다. 신천지를 문제 삼는 이유는, 수뇌부가 신도들에게 거짓말하라고 지시하고 신자들은 그 명령에 따르는 반사회적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신천지라고 해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언론은 이런 보도를 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게이 클럽'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며 성적 지향을 타깃 삼은 <국민일보> 기사는 낙제점이다. 많은 시민단체가 지적했듯이, 이런 보도는 감염병 보도 준칙, 인권 보도 준칙에도 맞지 않다. 인권 보도 준칙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1. 다 항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많은 지적에도 <국민일보>는 반성은커녕, 소수자 보호라는 이유 때문에 당국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바로 말하자. 방역을 힘들게 한 건 <국민일보> 보도다. 첫 기사부터 성적 지향을 겨냥했고, 안 그래도 자기 성적 지향을 들킬까 봐 불안해하는 성소수자들을 더욱 숨게 만들었다. 정말 방역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런 식으로 보도할 수는 없다.

사실 기자 생활하는 동안 <국민일보>를 주시해 왔던 입장에서 이런 보도는 놀랍지도 않다. 종교부 몇몇 기자는 마치 '성소수자 말살'이 목적인 것처럼 보도해 왔다. 동성애와 관련한 온갖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유포해 온 교계 반동성애 진영에 많은 지면을 내준 곳도 <국민일보>다. 아예 여기 기자 중 한 명은 반동성애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다닌다.

<국민일보>를 주시해 왔던 입장에서, <국민일보>에도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고민하는 좋은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이런 기자들이 왜 종교부 몇몇 기자의 수준 떨어지는 기사들을 그냥 보고만 있는지 오랜 시간 의문이었다. 이번에는 침묵하지만 말고, 당신들의 동료가 방역을 어렵게 한 데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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