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는 남대서양 날씨를 생각하며 실종자를 걱정하는 가족. 뉴스앤조이 유영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실종 46일째.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점차 올라가는 기온이 못내 야속하다. 생존했을 선원들이 구명벌에 의지해 떠돌 남대서양은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나고 한 주가 지났지만, 추운 바다를 헤매고 있을 실종자들을 생각하니 가족들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한 가족은 "시간이 이렇게 야속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열악해진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시위를 멈출 수 없다. 수색이 종료되고 바다 상황도 나쁘지만, 가족들은 실종자 생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선원들은 대부분 잘 훈련됐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한 명이 탔든, 10명이 탔든, 20명이 탔든 구명벌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심해 수색 장비로 배에 구명벌이 걸려 펼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도 확인해 주어야 한다. 죽었다고 말하려면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을 보여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5월 16일 시위 장소를 서울역 근처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청와대 인근으로 옮겼다. 다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실종자 가족들이 집회 신고를 한 장소는 효자동주민센터 건너편이다. 대통령 경호로 경찰 차량이 지나다니고 시민 검문을 하는 곳 바로 앞이다. 경비가 삼엄한 곳이라, 가족들 집회 시각에 경찰 20여 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가족들을 대하는 경찰 태도는 한결 부드러웠다. 차량을 주차할 장소도 안내해 주었다. 가족들은 국무총리 관저 앞에서 경험한 경찰 태도와 비교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수막을 다는 실종자 아버지. 뉴스앤조이 유영

가족들은 처음 길거리에 나섰을 때보다 시위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시위 장소에 도착하자 자동차에서 현수막과 피켓, 돗자리, 서명 용지 등을 빠르게 내렸다. 실종자 아버지들은 바로 현수막을 달았다. 실종자 어머니들은 현수막 위에 붙일 '표류 중인 구명 뗏목 지체 없이 수색하라', '선원들은 살아 있다 조속히 구조하라'는 문구를 테이프로 연결했다. 피켓과 함께 수색 재개를 청원하는 서명 용지도 배치했다.

가족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변했다고 말했다. 아파하는 사람들 마음이 이전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이제 누군가 들고 있는 피켓 하나, 현수막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모른 척 지나쳤던 많은 피켓에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그동안 거리에서 시위하는 분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고통받는 가족들이 거리에서 서명받는데, 사람들이 지나쳤을 때 무척 마음이 상했다. 그런데 나도 그런 행동을 했던 게 떠올랐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추운 바다를 헤매고 있을 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같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다른 선원들을 생각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보도록 늘어놓은 피켓과 서명 탁자. 뉴스앤조이 유영

가족들은 새 정부가 실종자 수색에 힘써 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추운 바다 위에 있을 선원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수색이 재개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가 하겠다고 한 공약이 속히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 위기상황실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안보수석이 내정되어야 한다. 안보수석이 내정된 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부에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 시각 경찰이 몰려왔지만, 한결 부드러운 반응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유영
현수막 위에 가족들 요청 문구를 설치하는 실종자 어머니들.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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