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는 정부와 회사에게 버려진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도 마찬가지로 버려진 것 같다."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세월호 미수습자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산토스 남동방 2,500km 지점,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탑승자의 가족들 말이다. 국민이 처한 위기를 외면하는 정부 모습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은 다시 경험하고 있다.

정부의 외면은 4월 17일 총리공관 앞에서 일어난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종자 가족은 이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있는 총리공관을 찾았다. 답답한 심정을 이길 수 없어 갑작스레 방문을 결정했지만, 아무 연락 없이 무작정 찾은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4월 11일부터 외교부장관을 통해 황 대행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8일째 검토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공관을 찾은 가족에게 돌아온 건 총리 답변이 아닌 공권력의 폭력이었다.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총리공관을 찾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경찰이 갑자기 우리를 둘러쌌다. 둥글게 원으로 둘러싸 우리를 가두었다. 총리공관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에 항의했다. 그러자 경찰은 우리를 강제로 끌어냈다. 나는 내동댕이쳐졌다. 여성을 남성 경찰이 뒤에서 안으며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도 있었다. 피해자 가족에게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찰에 둘러싸인 실종자 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제공

스텔라데이지호는 14만 톤급 화물선으로 브라질과 중국을 오가며 철광석 등 광물을 실어 날랐다. 실종되지 않았다면 5월 6일 중국 칭다오에 도착했어야 했다.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해 24명의 선원이 탑승했고, 현재까지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다. 22명은 실종된 상황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
"가족 요구는 미군 초계기
찍은 미확인 사진 한 장"

정부를 향한 실종자 가족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계속 확인하는 탓이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정부를 신뢰했다. 외교부는 미국과 브라질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무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4월 8일부터 12일까지는 수색 상황 브리핑도 잘해 주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부산 지사가 아닌 서울 본사에 상황실을 설치해 준 것도 외교부의 노력이었다.

불신 상황은 미국과 브라질이 지원하던 초계기(음파탐지기 등으로 잠수함을 수색하는 정찰기) 수색을 중단한 시점에 일어났다. 보통 선박이 실종되면 주변 국가는 보름 정도 수색을 지원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에는 미군과 브라질군이 초계기를 지원했다. 초계기가 8차례 정찰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13일 수색 중단을 알려 왔다. 실종자 가족은 재수색 협조를 부탁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난색을 표할 뿐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초계기가 발견한 특이 물체를 정부와 미군 모두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9일 미군 초계기가 해수면에서 특이한 물체를 발견했다고 알려 왔다. 당시 미군은 "노란색 혹은 주황색으로 보이는 이 물체가 구명벌(무동력 구조 보트)처럼 보인다"고 보고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있던 구명벌은 모두 4척이 실렸다. 구명벌은 배가 가라앉으면 자동으로 펼쳐진다. 스텔라데이지호 구명벌은 현재까지 3척이 빈 상태로 발견됐다.

미군이 보고한 물체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구난 업체 상하이샐비지 소속 더조우호가 제대로 수색하지 않은 까닭이다.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우루과이 해군과 화물선, 구난선 더조우호 등 7척이 구역을 나눠 수색하고 있었다. 미군이 구명벌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한 곳은 더조우호가 수색했다. 그런데 더조우호가 무선에 응답하지 않았다. 끝내 응답하지 않아서 독일 화물선 A호가 수색하러 나섰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찾지 못했다.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기상이 좋지 않아 수색도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그 물체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가족은 외교부를 통해 미군이 수색하며 찾은 물체를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자 했다. 외교부에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가족들은 "미군도 이것이 구명벌이라고 판단하면 다시 수색해야 할 명분이 생기니 주지 않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정부도 사진 확인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사진 하나 확인하는 일이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가족들은 실종자를 기다리며, 매일 수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한다. 사진은 정부 브리핑 자료와 실종자 가족의 메모. 뉴스앤조이 현선

이어지는 회사의 거짓말
"영업 손해 내세우며
생명 찾는 일 뒷전"

모든 책임을 져야 할 회사 폴라리스쉬핑의 반응도 실종자 가족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현재 수색 지역에는 스텔라토파즈호와 스텔라리오호, 솔라호프호, 상하이샐비지 소속 더조우호까지 총 4척이 남았다. 폴라리스쉬핑은 소속 화물선을 수색에서 빼려고 실종자 가족에게 둘러대는 말만 하고 있다. "영업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화물선을 빼려고 거짓말한다는 것이 실종자 가족 설명이다.

"최초 수색에 참여했던 스텔라코스모스호와 엠버호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스텔라코스모스호는 알람 모니터 계기판이 모두 고장 나 수리하기 위해 케이프타운 항구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수색에서 빠지고 수리하러 가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항구에 도착하지도 않은 배가 자력으로 수리했다고 회사 측이 알려 왔다. 정비사가 방문한 것도 아닌데, 자력으로 불가능하다던 수리가 된 상황이었다.

계기판이 수리되었으니 스텔라코스모스호는 바로 싱가포르로 가야 한다고 회사가 알려 왔다. 원래 목적지로 가겠다는 의미다. 임시로 고친 상황에서 위험을 감행한 상태로 한 달을 항해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왜 임시 수리된 위험한 상황을 감수하면서 항해하느냐, 케이프타운에서 수리하고 수색 작업에 동차하게 하자'고 했다. 그러자 회사는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스텔라코스모스호가 수색에서 빠진 다음 날, 회사는 엠버호도 수색에서 빼야 한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배에 실린 식자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엠버호 선원들 생각에 실종자 가족들은 고민했다. 그런데 엠버호가 중국에서 출발할 때, 왕복할 수 있는 식자재를 모두 가지고 갔다는 사실을 다른 선원을 통해 알게 됐다. 한 실종자 가족은 "거짓말로 수색 대신 영업을 이어 가려고 한다"며 통탄해 했다.

수색 작업에 투입된 화물선 위치를 설명하는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 뉴스앤조이 현선

가족들은 회사에 식자재 현황과 재고를 확인하자고 요구했다. 회사는 "최초에 식자재 대장만 만들고 재고 파악은 하지 않는다. 선박에 부담이 되니 재고 파악을 요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역시 거짓이었다. 장기 항해를 해야 하는 선박은 식자재 재고를 월 1회 의무 보고해야 한다. 회사도 이를 인정했지만, 여전히 식자재 재고 목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폴라리스쉬핑은 그동안 수색 해안에 도착할 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엠버호가 빠지는 상황에서 회사는 실종자 가족에게 스텔라리오호가 14일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문서로 제공했다. 가족들은 없다던 배가 갑자기 있다고 하니, 가족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회사에 현재 소속 화물선 전체 위치가 담긴 지도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들은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회사가 16일 지도를 제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회사가 이미지 작업을 해서 배 위치를 찍어 두었다. 인도양 부근에는 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배들이 정오에 정기 보고하는 위치를 요구했다. 회사는 기밀이라고 말하며 제공하지 않는다. 회사의 거짓말에 더 지쳐간다."

회사 "화물선 대신 구난 선박 투입"
실종자 가족 "구난 업체는
기간 연장으로 돈 벌 생각만"

폴라리스쉬핑은 소속 화물선을 빼고, 구난 선박을 수색에 넣으려고 한다. 실종 선원 수색에 구난 업체가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은 구난 업체가 오히려 성과를 더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재 투입된 상하이샐비지 소속 구난선 더조우호 문제에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조우호는 구난 기간에 따라 돈을 받는다. 구난 결과에 따라 수당을 받지 않기에 수색과 구조 기간이 늘어나야 이익이 커진다.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 보면, 데조우호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 최선을 다해 수색하지 않는 것 같다. 앞서 드러난 구명벌로 보이는 물체 확인에 나서지 않은 상황만으로도 믿지 못할 이유는 충분하다. 구조할 수 있을지도 몰랐을 상황에서 무전에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며칠 전, 폴라리스쉬핑은 실종자 가족에게 회사 소속 화물선을 구조에서 빼고, 남미에 있는 플랜트선을 수배해 투입하는 게 어떤지 물어 왔다. 화물선은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구난선은 구조에 최적이고, 플랜트선도 화물선보다는 구조에 용이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견한 유류물은 모두 독일 상선 A호가 발견해서 건져 올렸다. 더조우호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도 할 수 없다. 플랜트선도 더조우호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한다고 했다. 회사 말은 믿을 수가 없다."

가족들, 살아 있다는 기대 여전
"정치권·국민 관심 더 많이 필요"

가족들은 실종자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여러 상황과 정황이 이러한 기대와 믿음을 저버릴 수 없게 한다. 구명벌 안에는 생존을 위한 낚시 도구가 있다. 실종 현장에 많은 비가 내려 식수를 구하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수색 작업에 회사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실종자 가족이 기다리는 구명벌 모습(위). 구명벌에는 생존을 위한 낚시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아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제공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정치권과 국민이 더 많이 관심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들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을 외면한다. 외교부와 회사가 수색을 포기하고 외면하는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국회에 도움을 구했다. 외교부를 압박할 수 있는 외교통일위원회와 선박 회사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를 압박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연락했다.

국회에서 되돌아오는 답은 처참했다.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는 "한 위원회 위원장 비서관에게 '대선 기간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속 정당 대선 후보 유세를 돕기 위해 지방에 있어 만날 수도 없다고 하니 정말 기가 찼다. 정치권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전에도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국민과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실종자 가족들과 나눈 대화와 그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기반으로 이들이 어떠한 일을 겪으며 20여 일을 지냈는지 후속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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