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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선사 상무는 농담, 회장은 연락 두절"
책임 회피에 피 마르는 실종자 가족들
  • 유영 기자 (young2@newsnjoy.or.kr)
  • 승인 2017.04.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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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아, 네 동생이 탄 배에 물이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배하고 연락이 두절됐다는데 이게 어쩐 일이고? 회사에서 내일 상황 설명할 테니 부산으로 오란다."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4월 1일, 김미선 씨(가명)는 갑작스러운 어머니 전화에 당황했다. 말은 들렸지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이렇게 답했다.

"엄마, 다시 잘 알아 봐. 배에 물이 들어오면 침몰한다는 이야기잖아. 나도 연락해 볼 테니까. 엄마도 다시 확인해 봐."

미선 씨 동생이 타고 있던 배는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항해하다 3월 31일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14만 톤급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였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는데, 다른 설명은 없었다. 선사는 4월 2일 오후 1시에 브리핑하겠다고만 했다. 연락받은 날에는 몰랐지만, 선사가 가족에게 연락한 때는 실종자들이 해경에 침몰 신고를 한 뒤였다. 가족에게 침몰 사실을 숨기고, 이틀이 지나서야 상황을 전달했다.

기다림에 지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 뉴스앤조이 현선

회사 중역, 웃으면서 해명
가족들 아연실색
"생명 두고 농담 일관"

미선 씨 가족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바로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는 선사 폴라리스쉬핑 지사가 있다. 미선 씨 가족과 다른 실종자 가족은 2일 오후 1시가 아닌 1일 밤, 폴라리스쉬핑 부산 지사를 바로 찾아갔다. 가족을 만난 안전담당자 정 아무개 상무 태도에 가족들은 아연실색했다.

"가족들은 정 상무에게 현재 상황은 어떤지, 물에 빠지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궁금한 사항을 물었어요. 그런데 상무가 농담을 하면서 '나처럼 배 나오면 네 시간 정도 사는데, 보통은 한 시간 정도밖에 못 살 것이고, 애들은 보통 못 살 거'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웃으면서 말입니다.

그 말에 사과를 요구했어요. 그랬더니 '그건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그건 제가 사과드릴게요'라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어요. 4월 2일 공식 브리핑에서도 정 상무 태도는 같았어요. 전날과 같은 말실수가 이어졌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요. '가족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잘 아니까 설명 좀 해 줄게' 이런 태도로 말하더군요."

가족들은 더는 그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나와서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부장이 나와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났는데, 책임자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가족들 요구에 부산 본부장 김 아무개 전무가 나왔고, 김완중 회장은 서울에서 저녁 7시가 다 돼서야 내려왔다.

선사 회장은
거짓말에 막말까지

2일 저녁, 김완중 회장은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회장은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듯 상심한 얼굴이었다고 실종자 가족들은 기억했다. 김 회장은 "일본 출장 중이어서 자정에 문자로 사고 소식을 들었다. 아침 가장 빠른 비행기로 돌아왔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 드러났다. 4월 7일, 동업자 한희승 회장이 부산에 있는 가족들을 찾았다. 한 회장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보고를 4월 1일 오전 8시에 들었다고 했다. 가족 공동대표 ㄴ은 "김 회장은 자정에 연락받았다던데, 왜 한 회장에게는 연락이 늦었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김 회장이 자신 입장이 유리하게 하려고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색에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허망한 소식만 들려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노후한 유조선을 개조한 벌크선이었고, 낡은 선박을 부실하게 관리한 것이 침몰 원인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부산에 가족 상황실이 꾸려졌지만, 서울에서만 교류가 이뤄지던 수색 정보와 정부 대응은 실종자 가족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외교부를 찾아 수색 상황과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색 상황표. 뉴스앤조이 현선

가족들은 고통의 시간을 3일이나 더 보내고, 4월 10일이 돼서야 김 회장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정부 직원들, 김 회장과 선사 임원들이 함께 실종자 가족을 만나는 자리였다.

김 회장은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가족들은 김 회장이 "거짓말한 것 맞다. 오전에 배가 침몰했다고 연락받았다. 연락받고 바로 왔다. 그게 오후 3시였다. 거짓말해야 가족이 안심할 것 같아 그랬다"고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김 회장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가 막힌 상황은 그날 저녁에 다시 이어졌다. 김 회장이 실종자 가족 ㄴ 공동대표와 통화하며 막말을 한 것이다.

"정부 사람들 앞에서는 손 모으고 고개 숙이고 있더니, 오후에 가족들과 전화 통화에서는 성질을 내더라고요. 선사 회장의 거짓 해명과 노력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 '당신'이라고 불렀는데, 그 말이 거슬렸나 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니, 배 위치가 찍힌 자료를 주기로 한 요구를 들어 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와서 뺏어 가든가'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더군요."

일주일 잠적한 선사 회장
임원들은 서로 책임 미뤄
"핑퐁 게임에 일주일 낭비"

10일 저녁부터 김 회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회사도 일주일간 회장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수색이 한창 진행되던 일주일간 최고 책임자가 사라진 것이다. 회장이 없는 사이 실종자 가족은 회사와 아무 대화도 진행하지 못했다. 부장이나 상무들은 결정권이 없어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에 참여할 다른 배 위치를 알려 줄 수 없다며, 배를 수색에서 빼자는 제안만 해 왔다.

다른 결정 사안은 부산 본부장 김 전무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김 전무는 안전담당자는 정 상무라며 책임을 미뤘다. 정 상무는 서울에 있는 지 아무개 전무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겠다고 했다. 지 전무에게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나는 재무 담당이라 이런 상황은 부산 본부장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결국 서로 책임을 돌리는 직원들 탓에 핑퐁 게임으로 한 주를 보냈다.

실종자 가족 상황실 모습. 숙식은 선사가 제공한 호텔에서 해결하고, 상황실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머문다. 뉴스앤조이 현선

선사는 회장이 사라진 시기를 잘 이용했다. 가족들이 어렵게 임원과 연락이 닿으면 결정권자인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수색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도 못 하고, 회사 임원들이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4월 16일, 김 회장이 나타났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다른 임원에게 전권을 주었다고 했고, 임원들은 책임을 회피했다. 오히려 가족에게 "영업에 타격을 준다"며 화물선을 빼야 한다고만 강조했다. 애타는 심정으로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회사의 태도에 크게 분노하고 지쳐 갔다.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사실 여러 큰 사건, 사고를 볼 때 우리가 피해 가족이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도 대선과 다른 이슈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일에 신경도 쓸 수 없어요. 그러니 대선 후보들에게도 무어라 부탁을 못 하겠습니다. 그저 실종된 가족을 찾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선사가 선원들 생명이 걸린 일에 발을 빼려는 모습만 보이는 상황을 바꾸려면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사 보강(4월 19일 21시 현재)

폴라리스쉬핑은 기사 중 실종자 가족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뉴스앤조이>에 알려 왔다. 선사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론 내용을 추가한다. 다음은 익명을 요청한 선사 임원 A가 4월 19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전달한 이야기다.

"실종자 가족들은 김완중 회장과 일주일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김 회장은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이틀간 입원해 있었다. 70세가 넘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가족들의 강한 표현과 계속된 연락으로 지친 상황이었다. 이후에는 업무에 복귀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회사와 논의하지 못했다는 부분도 표현이 과하다. 상황실 앞에는 직원이 늘 상주한다. 수색 상황 보고에도 매일 참여해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수색선을 4척 이하로 뺀 적이 없다. 우리가 빼려고만 했다는 것 역시 과한 표현이다. 앞으로 플랜트선을 포함해 추가로 3척이 더 투입된다. 그러면 최대 7척이 수색에 참여한다. 회사가 영업 손실만 생각했다면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배를 수색에서 가장 먼저 빼려고 했을 것이다. 수익이 나는 배는 현재도 계속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선사는 현재 가족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가족은 회사 근처 라마다호텔에서 지내며, 매일 도시락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회사는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 실종자들이 바다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기에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선사도 생각한다.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위해 노력을 이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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