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5월 10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수색 작업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가족 공동대표 2인은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민원함에 서한문을 넣었다. 허경주 가족 공동대표는 "새 정권에게 전달된 첫 번째 서한인 만큼, 국민들이 가진 안전 사회에 대한 염원이 이 정도로 강렬하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이런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서 청와대에 컨트롤타워가 속히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에게 5월 9일 수색 종료를 문자로 통보하고, 10일 새벽 수색을 종료했다. 가족들은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길거리 농성 중이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문재인 대통령님께

제19대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느 때보다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 시기에 대통령직을 수행하시게 되었습니다. 상처 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시길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했던 세월호 사고의 상처들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7년 3월 31일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던 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선사와 정부의 안일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대처로 구조 골든 타임을 놓쳤고, 22명 선원들이 타고 있을 구명벌 한 척은 지금도 대서양 한복판을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 선박 역시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개조된 선박이었고, 25년이나 노후된 선박이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는 생명을 경시하는 악덕 기업주의 탐욕이 부른,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입니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긴박한 구조 요청을 받고도 언론에 노출되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정부에 알리지도 않은 채 구조 골든 타임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지나자마자 선사는 기습적으로 수색 축소와 상황실 폐쇄를 통보했고, 저희는 지금 일주일째 서울역 인근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 길거리에서 천막 농성 중입니다. 심지어 오늘 비상대책반 주관 부서인 외교부는 선사의 요청만으로 가족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수색 종료 선언을 통보했습니다. 5월 10일 새벽 4시에 투입되어 있던 모든 수색 선박을 철수하겠다고 합니다.

대통령님! 

저희에게는 아직 찾지 못한 한 척의 구명벌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생존 도구가 갖춰져 있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충분히 훈련받은 선원들은 남대서양 어느 곳엔가 분명히 살아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수색 종료 선언을 철회하고 수색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시급히 조치해 주십시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인공위성, 초계기, 군함, 헬리콥터, 드론, 열화상감지카메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분명히 생존 가능성이 있는 선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십시오. 활용 가능한 국내 인공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고 해역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은 며칠 되지 않습니다. 이제야 사고 해역을 넓고 높은 시야에서 수색할 수 있고, 구명벌 발견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수색 종료 선언은 아직 살아있는 선원들을 포기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해수면 수색과 더불어 심해 수색 장비를 지체 없이 투입해 주십시오. 저희가 찾고 있는 구명벌 1척이 만약 침몰한 배에 걸려 뜨지 못했다면 심해 수색 장비로 사진을 찍어 보여 주십시오.

대통령님의 공약 사항에 청와대 중심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컨트롤타워가 중심이 되어 스텔라데이지호 상황대책위를 마련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해 주시고,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제3의 세월호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위기관리센터 내 국가 위기 관리 메뉴얼을 총 정비해 주십시오. 

이제는 어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이 대통령과 국가를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십시오.

저희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수색이 지속될 수 있다면, 저희의 아들이, 남편이, 형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2017년 5월 10일
남대서양 침몰 화물선(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승조원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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