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 날, 스텔라호 가족들은 새 정부에 실종자 수색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 근처 효자동 주민센터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현선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41일이 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에서 무정부 상태를 경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컨트롤타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 부처들은 동원 가능한 국내 수색 자원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담당자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가 4월 13일 진행한 '생명 존중 안전 사회를 위한 약속식'에서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서약했다. 실종자 가족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새 정부 밖에 없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대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외교부, 수색 종료 상황 문자로 통보
선사는 여전히 수색 종료로 일관"

실종자 수색은 5월 10일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외교부는 5월 9일 실종자 가족에게 문자 메시지로 수색 종료 사실을 통보했다.

"수색 현장에는 페리도트호가 있으나 10일 수색 종료 예정이다. 솔라프런티어호는 8일까지 수색 참여 후 임무 해제. 우루과이 MRCC(우루과이 해경)는 수색 자원 한계 등을 고려하여 10일부로 수색 지역을 지나는 선박 위주로 수색 체제 전환 예정임을 알려 왔다."

실종자 가족들은 일방적인 수색 종료 통보에 분노했다. 수색 종료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 논의한 적 없다. 가족들은 수색을 지속하도록 MRCC에 연락해 달라고 외교부에 당부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선사가 MRCC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 선사가 더는 선박 동원이 어렵다고 통보해 MRCC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외교부가 실종자 가족에게 보낸 수색 종료 통보 문자 메시지. 실종자 가족 제공

외교부는 소통 창구를 단일화한다며 선사와 가족이 MRCC에 연락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사가 직접 MRCC에 수색 종료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는 "우리는 정부와 선사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수색을 끝내려는 짓으로 보고 있다. 축소된 수색을 확대하기는 용이해도 종료된 수색을 외교 라인을 동원해 다시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사는 그동안 수색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 40일 동안 실종자 수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20여 일 이상 수색에 진전이 없었고, 남대서양을 지난 강한 저기압 영향으로 수색 반경을 다시 설정하기도 어렵다. 국내 해양 사고에서도 20일 이상 수색을 이어 간 사실이 없다"고 수색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대선 캠프에 마련한
가족 소통 창구, 청와대로 이전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들이 생존한다고 믿는다. 미군 초계기가 찾았던 구명벌 한 대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구명벌에 준비된 생존 장비에 있는 낚시 도구로 식량을 구할 수 있고, 비가 내려 물도 부족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선사는 이런 실낱같은 희망을 살리지 못했다.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는 여러 장비가 동원되지 않았고, 진정성 있는 수색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수색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 정도 되는 바다를 선박 3~4척이 수색한 꼴이다. 산꼭대기에서 산 아래에 있는 가방 찾기와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실종자 가족이 진심으로 노력한다고 느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위성도, 심해 수색 장비도 갖추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벌써 몇 주 전부터 확인하고 요청한 내용인데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 달라."

가족들은 새로운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만나 수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은 후보 캠프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위한 창구를 마련했다. 김경협 의원이 소통 창구가 되어 가족들이 처한 상황과 요청 내용 등을 청취했다.

김 의원실은 사실관계 등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관계 부처와 선사 등에 여러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한 사안을 토대로 청와대에 전달할 보고서 작성도 마쳤다. 청와대에 보고서를 전달하고, 문 대통령 약속이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날 오전에도 실종자 가족을 찾은 박주민 의원. 뉴스앤조이 현선

5월 6일부터 매일 가족들을 찾은 박주민 의원도 김 의원과 정부가 대응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경협 의원과 논의한 사안은 10일 청와대로 넘기기로 했다. 이후에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켜 가야 하는 영역이다. 국회의원은 감시하는 자리다. 정부가 잘하는지 계속 확인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10일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진행된 실종자 가족 기자회견에 참여해 가족들을 격려했다. 세월호 가족을 지원하는 오세범 변호사는, 먼 대양에서 일어난 사고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며 새 정부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는 한 국가의 성숙도를 판단할 척도라고 본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피해자와 가족을 모욕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텔라데이지호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정부가 제대로 된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에 가족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로 그치면 안 된다. 행동이 뒤따르는 새 정부가 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여기고 국민이 동참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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