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8일째. 여전히 실종자 수색에는 진척이 없다. 폴라리스쉬핑 선박들은 4월 29일부터 수색에서 빠질 예정이고, 상하이샐비지 구조선 더조우호도 5월 2일 수색을 종료한다. 수색 한 달이 지나도록 최초 구조된 필리핀 선원 두 명 외에는 아무 성과가 없다. 필리핀 선원들은 침몰 당일 밤 11시경 침몰 예상 지역 인근에서 구조됐다.

구조 당시 필리핀 선원은 침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브리지 근처 오른쪽 갑판[5번 홀드(P)]에 균열이 생겨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였고 이후 배가 침몰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당시 기상은 쾌적했고 바다는 잔잔했다. 더구나 스텔라데이지호는 30년이 다 되어 가는 노후 선박이다.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장이 선사에 보낸 문자. '물이 샌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실종자 가족 제공

물이 샌다는 증언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장이 선사에 긴급하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확인된다. "긴급 상황이다. 2번 포트에 물이 샌다. 포트 쪽으로 긴급하게 기울고 있다." 선사 역시 4월 2일 가족들에게 한 최초 상황 보고에서 배에 균열이 생겨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균열로 인한 침몰 외에 침몰 원인은 설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실종자 가족들은 균열로 인한 침몰 이야기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종자 가족 ㄱ 공동대표는 26일 <뉴스앤조이> 기자와 만나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 증언에서도 균열 이야기가 사라졌다. 선원들이 회사 측과 연락이 닿은 이후 첫 증언에 있던 균열 증언이 빠졌다. 선사가 케이프타운에서 선원들과 만나 회유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선사 내부 문건과 다른
실종자 가족 보고 문건
"필리핀 선원과 말 맞췄나"

가족들이 설명하는 정황을 이해하려면 몇 주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폴라리스쉬핑 부산 지사에 있던 가족들이 외교부차관을 만나 서울로 온 4월 7일 전후에 일어난 일이다.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이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하던 10일경. 가족들은 외교부에 "공무원들이 선사와 함께 구조자를 만나 달라"고 요청했다. 선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사가 구조된 선원들과 만나 어떤 압력을 넣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케이프타운에는 폴라리스쉬핑 지사가 있고, 구조된 선원들은 폴라리스쉬핑 지사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케이프타운 선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첫 증언은 구조 선박에서 이뤄졌다.

선사는 가족들 반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선사는 "실종자 수색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고, 가족들이 믿어주기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구조된 필리핀 선원과 직접 연락하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 요청에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통신이 어렵다"고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실제 기상이 좋지 않으면 위성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아는 가족들은 선사 이야기를 믿었다.

그런데 최근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선사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는 정황이 있다. 선사가 매일 진행하던 수색 상황 보고서인데, 가족에게 보고된 내용과 선사 내부에 보고된 내용이 다르다. 가족에게는 구조된 선원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부 문건에는 유선 통화가 이뤄졌다고 나온다.

"구조된 필리핀 승무원 2명과 유선 통화(이메일 불가)를 진행하여 케이프타운 하선 시점에 외교부/중앙해양심판원(해심원) 등 정부 관계자와 사고 조사(비디오 촬영 포함) 및 선원 가족과 전화 통화가 가능함을 본인들에게 확인함."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보고한 것으로 되어 있는 내부 문건과 외부 문건. 뉴스앤조이 유영

문서에 기록된 시간으로 추정하면, 선사 내부 보고 문건은 한국 시각 10시에 전파한다. 이후 실종자 가족에게 11시 정도에 보고된다. 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구조된 필리핀 선원과 연락이 닿았다는 내용을 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 ㄴ 공동대표는 "연락이 된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부터 이상하다. 구조된 선박으로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할 때,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사는 내부 문서에 담긴 내용이 실종자 가족의 착각이라고 답했다. 선사 한 임원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오전과 오후에 나눠 보고한 문건인데, 가족이 착각한 것 같다. 오전에는 연락이 안 되었다. 오전 보고 시각이면 구조자들이 있는 지역은 밤이니 연락이 잘 안 될 수 있다. 오후에는 연락이 됐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사의 반박은 근거가 부족하다. 11일 오후에 선사 보고가 이뤄진 사실은 맞다. 문제는 보고된 문건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당시 오후에 보고된 문건에도 '필리핀 선원과 연락이 닿았다'는 내용은 없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문건은 10시에 작성했다고 나와 있다.

한희승 회장, 가족 몰래
필리핀 선원 만나
가족들 "선사는 왜 감추었나"

폴라리스쉬핑 한희승 공동회장이 가족들 모르게 케이프타운에 방문해 필리핀 선원과 만난 사실에도 가족들은 의혹을 제기한다. 한 회장은 4월 둘째 주 가족들 모르게 실종자 수색 지휘소가 있는 우루과이를 방문했다. 가족들은 선사를 통해 한 회장 출국 사실을 알고는 귀국 날짜를 물었다. 우루과이에서 나눈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 회장이 말도 없이 나가서 좀 의아했다. 복귀 날짜를 선사에 문의하니, 케이프타운에 들러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했다. 필리핀 선원들이 케이프타운에 들어가는 시기와 맞물렸지만, 선사는 '한 회장이 필리핀 선원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 회장은 케이프타운에서 수리 중인 스텔라유니콘호를 보러 갔다'고 알려 줬다. 그런데 한 회장이 실종자 가족과 만나 필리핀 선원과 나눈 이야기를 했다. 선사의 계속된 거짓말에 다시 한 번 한탄한다."

한 회장이 들려준 필리핀 선원 답변은 평소 실종자 가족이 궁금해한 내용이었다. '침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무엇인지', '한국인 선원들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등 가족들이 외교부에 전달한 질문이었다. 가족들은 외교부에만 알린 내용을 한 회장이 어떻게 알고 물었는지 의아하다.

성과 없는 수색 소식이 고통스러운 실종자 가족들. 가족들은 선사가 침몰 원인으로 지적되던 균열 이야기가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외교부는 해양심판원 직원들과 함께 질문지를 들고 12일경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해심원이 조사할 내용 외에 개인적으로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을 들려주겠다며 질문지를 받았다. 그런데 질문 내용을 받지 못한 한 회장이,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이 한 답변을 가족들에게 19일 전달했다. 실종자 가족이 외교부로부터 관련 영상을 받은 시기와 겹친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후 필리핀 선원들 증언에서 균열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선사가 스텔라데이지호가 노후화하여 균열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침몰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실제 같은 시기 유조선에서 벌크선으로 개조된 스텔라데이지호 쌍둥이 배라고 불리는 스텔라유니콘호도 균열로 케이프타운에서 수리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들은 27일 실종자 수색과 침몰 원인 조사를 위해, 외국에서 활동하는 심해 조사 선박을 운용해 달라고 선사에 요청했다. 혹시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이유도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MacArtney'라는 업체는 2009년 추락한 프랑스 여객기 승객 시신 154구를 인양했다. 당시 여객기는 3.5Km 심해에 있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3.7Km 심해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는 여러 의혹이 실종자 가족의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균열, 조사 중인 민감한 사안,
세간에 알려진 내용은
실종자 가족 오해에서 비롯"

선사는 가족이 제기하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침몰 원인 등은 현재 해심원과 해경 등에서 조사 중이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사 한 임원은 28일 <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한 회장은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려고 케이프타운에 갔다. 스텔라유니콘호를 보러 갔다는 이야기는 잘못 전달된 것이다. 이 역시 가족에게 알렸다고 들었다. 구조된 필리핀 선원과 연락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케이프타운에 도착하기 전에 조사받는다는 내용 외에 나눈 이야기가 없다.

침몰 원인으로 지적한 균열과 관련한 내용은 현재 민감한 내용이니 말할 수 없다. 해심원과 해경에서 조사하고 있다. 관련 서류를 조사받는 기관에 제출했다. 국가기관보다 더 강력하게 조사하는 보험사에서도 조사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 조사할 예정이라 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될 것이다. 가족들이 요청한 심해 수색은 논의하고 있다."

현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조사는 해심원과 해경에서 진행하고 있다. 각 기관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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