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 재판위 "간음은 성관계만을 의미하는 것"…반대 교인들 허탈해하며 오열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재판위원회(B반·박용학 반장)가 9월 6일 교인들을 성추행 및 설교 표절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현종남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행 당시인 2018년 교리와장정에는 '성추행'이라는 범과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등 이유다.
경기연회 재판위는 이날 연회 본부 회의실에서 재판을 열고, 총회 재판위원회 당부재판부가 기소한 현 목사의 △성추행 △이단 사상 설교 또는 저술 △직권 남용과 규칙 고의 오용 △교회 기능 질서 문란과 교인 불화 조장 △설교 표절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또는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박용학 재판위원장은 선고에 앞서 교인들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전에 목회하던 교회가 100년이 넘는 역사적인 교회였는데, 누구의 잘못인지는 몰라도 송사를 다투는 동안 교인들이 떠나고 교회를 지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단에 매매됐다. 성광교회도 누구의 잘못을 가리기 전에 1000여 명이 넘는 교회에서 출석 인원이 500명으로 줄었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린도전서 6장에서 바울은 교회에게 송사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이는 송사를 하느니 차라리 손해를 보고, 세상 법정에서 다투지 말고 교회 안에서 지혜 있는 자가 해결하라는 의미다. 오늘 판결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116년의 역사적인 성광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해 속히 합의하고, 교회와 성도들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재판위원장은 이어 판결 이유를 읽어 내려갔다. 현 목사의 성추행 범과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위는 "간음의 사전적 의미는 아내가 있는 남자 또는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맺는 일을 의미하며, 법적으로 질에 음경을 삽입하는 것만을 의미한다"면서 "현종남 목사가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2018년에 시행된 교리와장정은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의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를 하거나 간음하였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간음은 성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재판위원회는 올해 3월 총회 장정유권해석위원회가 "간음에는 성추행도 포함된다"고 결정한 것을 근거로 기소했지만, 재판위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위는 "아무리 징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리와 장정에서 정한 문헌의 의미를 벗어나 피고발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정유권해석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성적인 비리 행위가 무한히 확대되어 죄형법정주의가 형해화되고, 성도와 교역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하급심에 해당하는 연회 재판위원회가 상위 기관인 총회의 유권해석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위는 현 목사가 성추행 범행 장소로 지목된 의료 봉사실을 임의로 폐쇄한 것도 무죄라고 했다. 재판위는 "의료 봉사실은 연세 드신 교인들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용도로 이용했을 뿐 그 외에는 이용한 사람이 거의 없고, 찬양대 파트 연습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관리국장 등과 협의 후 (용도를) 변경한 것으로 행정 책임자로서의 정상적인 업무 지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상설 의료 봉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또한 현 목사가 피해자를 해외 선교 참가 인원에서 빼라고 지시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일 수는 있어도 직권 남용이나 규칙 고의 오용 범과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 목사가 성추행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장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판결도 나기 전에 대표 기도에서 배제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봤다. 재판위는 "명예훼손죄는 성추행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사실을 즉시 공표함으로써 성립할 수 있는 범죄이고, 담임목사의 인사 문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하는데 해당 장로는 수차례에 걸쳐 현 목사에게 조기 은퇴, 사임을 강요했다. 신성한 예배 절차에서 담임목사를 보조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교 표절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위는 "안산성광교회의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종남 목사의 설교 표절이고, 이 사실이 밝혀지자 예배 시간에 전교인 앞에서 표절을 시인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였음에도 이를 어기고 다시 표절을 계속한 행위는 담임 목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면서도 "교리와 장정에 설교 표절을 범과로 인정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고 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재판에 참여하던 현 목사는 재판위가 성추행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 안도하듯 미소를 띄었다. 다른 범과에 대해서도 무죄 또는 공소 기각 결정이 이어지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물을 마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지지 교인들과 함께 웃으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현종남 목사 징계와 사임을 요구해 온 교인들은 재판 결과를 기대했지만, '전부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자 하나같이 격분했다. 이미 검찰이 현 목사의 성추행을 인정해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고, 감리회 총회 당부재판에서도 현 목사의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교단 재판과 관련되지는 않았으나, 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그에게 10여 년 전 강간을 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선고 결과를 들은 교인들은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경기연회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다. 재판위원들을 향해 "어떻게 다 무죄를 내릴 수 있느냐", "하나님을 믿는 게 맞느냐", "목사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던 한 교인은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장로는 "총회 당부재판 결과를 뒤집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현종남 목사 측의 논리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연회 재판은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다. 감독은 당부재판에서 현 목사가 성추행으로 기소된 이후 직무 정지를 내려야 함에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교인들은 판결에 불복하고 총회 재판위원회에 상소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