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조건으로 △2025년까지 목사직 유지 및 급여 지급 △사택 요구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일방적으로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고, 자신을 지지하던 선임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일방적으로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고, 자신을 지지하던 선임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상습적으로 설교를 표절한 사실이 들통나고 여성 교인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도 목회를 계속하던 현종남 목사(안산성광교회)가, 7월 14일 긴급 기획위원회(장로교회의 당회)를 소집해 모든 직무를 내려놓고 담임목사직무대행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지지해 온 선임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세웠다. 

앞서 7월 12일, 현종남 목사 찬반 교인을 대표해 선임장로와 원로장로, 안산지방회 전직 감리사 4명은 현 목사에게 교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협상안에는 △연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일 설교를 멈출 것 △퇴임할 때 퇴직금 포함 3억 원 지급 △퇴임 시기는 늦어도 2개월 내 정할 것 △설교를 내려놓았는데도 담임목사에 대한 일에 진전이 없을 시 안산지방회 전직 감리사들과 현직 감리사가 책임을 지고 담임목사를 도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설교 표절과 성폭력 의혹이라는 추문에도 억대의 전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현종남 목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 목사를 만난 감리사 A 목사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 목사를 만나 결단을 촉구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사임한 다음 나머지는 교회 처분에 따르라', '좀 희생해 달라'고 말했다. 우리 지방회 교회가 더 이상 세상의 지탄을 받아서는 안 되고,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 목사는 2025년 12월까지 목사직을 유지해 주고,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 다음 날부터 설교 및 목사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025년 12월은 현 목사가 교리와장정상 조기 은퇴로 인한 은급비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 

'목사직 유지'는 2025년 12월까지 교회가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을, '살 집'은 25평 상당의 아파트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A 목사는 "당장 교회를 나가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교회에서 좀 해 줘야 한다고 하더라. (목사직 유지를 요구한 건) 아무래도 급여 부분일 것이다. 집은 아파트를 원했다. 한 25평짜리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현종남 목사가 제시한 '합의안'.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현종남 목사가 제시한 '합의안'.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를 전달받은 현종남 목사 반대 측은 다시 중재안을 작성해 현 목사에게 전했다. 이들은 현 목사의 요구에 대해 △목사직은 유지하게 하겠으나 급여는 50%만 지급할 것 △2억 상당 전셋집을 4년간 마련해 주고 계약자 명의는 교회로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7월 21일부터 모든 설교를 중단하고, 교회 출입 금지 및 목양실 사용을 중지할 것 △SNS 등에서 교인들과 접촉을 중단하고 교회 네이버밴드에서 탈퇴할 것 △이 최종안이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약속을 파기할 시 지금까지 미루어 왔던 사회법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종남 목사는 이 중재안마저 거부했다. A 목사는 "현 목사가 '내 요구대로 안 하면 나는 (사임을) 못 하겠다. 내 교회니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는 손을 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기획위 소집 사유서에서는
"3개월간 요양, 월급은 그대로
합의안 제시 안 하면 즉시 담임목사직 복귀"

현종남 목사는 그 주 주일인 7월 14일, 갑자기 강단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보에 찍힌 대로라면 현 목사가 설교해야 했지만, 강단에는 외부에서 온 다른 목사가 섰다.

현종남 목사는 이날 오후 기획위원회를 소집해, 자신을 지지해 온 이 아무개 선임장로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는 "교회의 모든 직무를 내려놓고 직무대행 체제로 가겠다. 모든 현안은 이제 화합해서 함께 풀고, 교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교리와장정 '장로 직무' 중 '담임자가 장로에게 위임한 범위 내에서 담임자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장로회 선임이고 연급이나 나이도 위인 이 장로에게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기획위원이 "부목사가 있는데 왜 장로를 직무대행으로 세우느냐"고 항의하자, 현 목사는 "나도 안다. 그러나 부목사는 중립적으로 입장을 지켜야 하고,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협상하기 어렵다. 장로님들은 그래도 교회를 위해서 함께 협력하고 의논해야 할 직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현 목사는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났다. 

현종남 목사(맨 앞)는 7월 14일 주일예배 강단에 서지 않았다. 주보에는 그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외부에서 온 다른 목사가 설교를 전했다. 안산성광교회 예배 영상 갈무리
현종남 목사(맨 앞)는 7월 14일 주일예배 강단에 서지 않았다. 주보에는 그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외부에서 온 다른 목사가 설교를 전했다. 안산성광교회 예배 영상 갈무리

이날 기획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 목사는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두기도 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긴급 기획위원회 소집 사유' 문서에 따르면, 현 목사는 "기획위원회에 참석한 장로들은 적극 협의해 담임목사 거취 문제에 대해 제1순위로 논의한 후, 후임자를 정해 인사구역회에서 이임 결의를 하면 담임목사는 사임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단, 양측 합의안을 3개월 이내에 제안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만약 3개월 이내에 합의안을 제안하지 않으면, 즉시 담임목사직에 복귀하겠다고도 했다. 직무대행 선임 이유에 대해서는 "육체적 건강과 영적 건강 회복을 위하여 3개월 동안 요양한다"고 적었다. 직무대행 기간에도 본봉을 지급해야 하고, 3개월간 모든 예배와 교회 출입은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현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교회가 계속해서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 원로장로는 "현종남 목사는 지금까지 교리와장정이나 교회 정관을 모두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밀어붙여 왔는데,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담임목사직을 연장하고, 자기 뜻대로 합의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장로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종남 목사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스스로) 사임할 생각은 절대 없다. 조건이 맞아야 사임을 하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사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건이 무엇인지 묻자 "그런 이야기는 할 것 없다"고 말했다. 

기획위원회 소집 사유서 내용은 초안일 뿐, 실제 기획위원회에서는 그대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담임목사로서 갈등을 봉합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건 모른다. 나는 직무대행을 선임했고, 알아서 수습해야 하니까. 나는 이제 관여 안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그쪽에 물어 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이 장로에게도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