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100여 명, 설교 거부하고 피켓 시위 "현 목사 사임할 때까지 이어 갈 것"

현종남 목사가 7월 7일 주일예배에서 또다시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현종남 목사(안산성광교회)의 교인 성폭력 의혹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현 목사는 계속해서 사건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7월 7일 주일 설교에서 "언론 기사는 특정인들의 거짓말을 토대로 한 아주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허위 기사"라며 "근거는 입장문으로 대신하겠다. 입장문은 금주 내 여러분 가정에 우편으로 배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산성광교회는 맥추감사절을 맞아 1부, 2부로 나뉜 예배를 하나로 통합해 진행했다. 예배에는 약 600명이 참석했다. 설교 시간, 강단에 오른 현 목사는 갑자기 자신의 입장문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용을 미리 준비해 온 듯 강대상에 놓인 태블릿을 수시로 쳐다보며 2분가량 입장을 밝혔다. 

현종남 목사는 "최근에 보도되는 언론 기사들과 관련해서 성도 여러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린다. 36년 목회와 64년의 삶이 한순간 무너지고, 인생이 물거품 되어 버리는 것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입장문을 교인들의 자택으로 발송하겠다면서 "성도 여러분께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잘 판단해 달라. 나는 모든 허위 사실을 법적으로 밝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명명백백하게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 목사의 입장 발표는 <뉴스앤조이>의 연속 보도에 이어, 7월 3일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까지 그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 목사는 JTBC 보도에서,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성폭력 혐의를 일부 인정한 이유에 대해 "교회가 혼란에 빠질까 봐,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셨듯이 나를 희생하면서 해당 기사를 내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7월 7일 기준 조회 수 8만 8000회를 기록했다. 

현 목사는 이야기를 마치고 옆으로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교인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고성이 뒤섞여 나왔다. 일부 교인은 큰 소리로 "아멘"을 외치기도 했다. 곳곳에 앉아 있던 교인 100여 명은 현 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교인들이 현종남 목사의 설교를 거부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들이 현종남 목사의 설교를 거부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들은 소예배실로 이동해 자체적으로 예배를 이어 갔다. 찬양과 기도, 설교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교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주에 비해 참여하는 교인 수도 늘어나 있었다. 이들은 기자와 만나, 현 목사가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밟기를 바라 왔지만 오히려 거짓으로 사건을 호도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안산성광교회를 다녔다는 30대 한 교인은 "처음 표절 건이 터졌을 때는 '목사님이 그러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 연속적으로 드러나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언론에 부산 여행을 갔다고 해 놓고 말을 바꾸고 계속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동안 망설였는데, 교인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아서 나서게 됐다. 추억이 담긴 교회가 망가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안산성광교회를 다녔다는 한 권사는 "지금까지는 현 목사가 교인들 앞에 반성하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오늘 그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언론 보도까지 무시하면서 자신이 예수님처럼 희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교인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00명 되던 교인들이 분쟁 이후 60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교인들을 계속 싸움 붙이고, 서로 융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목회자의 역할인가. 교인들은 상처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한 달 넘게 별도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들은 한 달 넘게 별도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현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예배를 마친 후 교회 앞에서 비를 맞으며 30분가량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자기 합리화와 가스라이팅을 얼마나 들어야 하는가", "이전에 사랑이 넘치는 교회로 돌아갑시다", "(성폭력) 사실 인정하고 사임하라"는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예배당 입구에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현종남 목사를 향해 "현 목사는 물러나라", "베낀 설교 중단하라", "강단에서 내려오라"고 외쳤다. 현종남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인사를 이어 갔다. 

이들은 현 목사가 물러날 때까지 매주 피켓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B 장로는 "현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이 '7월 한 달간 현 목사와 협의해 볼 테니 설교 거부와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현 목사는 당장 강단에서 내려와야 한다. 우리는 현 목사가 사임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예배 후 피켓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들은 예배 후 피켓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