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합신 1년 연구, 예장합동은 임원회서 논의…예장고신은 10월 6일 다룰 예정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 주요 장로교단들 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신성모독 발언을 내뱉고 코로나19 확산을 조장하는 등 수많은 물의를 일으킨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이단 규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반나절만 진행했다지만, 총대들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다룰 시간이 있었다. 교단들은 1년간 연구하겠다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대위)는 105회 총회에 "(전광훈은) 말과 신학에 이단성이 있는 이단 옹호자"라며 "전 목사 관련 모든 집회에 교류·참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총회 현장에서는 이대위 보고를 처리하지 않았다. 이대위 보고는 다른 안건과 마찬가지로 총회 임원회에 넘어갔다. 전광훈 목사 이단 지정 여부와 관련해 소강석 총회장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건 없다. 임원회에서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예장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이대위는 지난 1년간 전 목사를 연구해 왔지만, 아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대위는 총회 보고서를 통해 "전 목사와 관련한 심의 요청 건은 신학적·교리적·성경적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105회기로 이첩해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대위원장 심상효 목사(대전성지교회)는 9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전광훈 목사를 다뤄 왔는데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수·우파 운동을 해 온 전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심 목사는 "개신교가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다 보니 전 목사에 대한 친근감이 큰 게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개최했을 때처럼 개교회는 물론이고 총회까지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서울동노회와 경북노회는 이번 총회에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성을 조사해 달라고 헌의했다. 심 목사는 헌의안이 올라온 이상 안 다룰 수는 없다고 했다. "결과는 내년 106회기 정기총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우리는 철저히 교리적으로만 접근해 연구할 것이다. 전 목사의 정치·사회적 문제는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합신(박병화 총회장)에도 이번 총회에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가 있었다. 예장합신 총회는 이를 이대위가 아닌 신학연구위원회에서 1년간 연구·조사하기로 했다. 총회 한 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은 우리 교단이 (이단 결의를) 유보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교단 신학자들이 성경 말씀에 근거해 (전광훈 목사를) 분석·평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전 목사의 이단성을 연구해 온 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 이대위도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105회 총회에 보고했다. 예장고신은 22일 온라인 총회와 23일 이대위 회의를 열었으나 이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전 목사와 관련한 안건은 10월 6일 정책 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교단들의 이러한 태도는 이중적이고 기준도 모호하다. 지난 몇 년간을 돌아봐도 교단들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대옥 목사(전 한동대 교목),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등을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는 이유로 참여·교류 금지를 결의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신성모독적 발언을 한 적도 없으나, 총회 현장에서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고 이같이 규정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남오성·박종운·윤선주·최갑주)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교단들을 규탄했다. 개혁연대는 9월 23일 논평에서 "전광훈 씨에 대해 각 교단 총회가 보여 준 직무 유기와 관대함에 강한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며 "예장합동·통합·합신은 전광훈 씨에 대해 아무런 결론도 내놓지 않고 본회의를 끝냈다. 덕분에 전 씨는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목사라고 불린다"고 했다.
개혁연대는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같은 말을 해도 부끄러움 없이 그를 목사라고 인정하는 교단 현실에 심한 환멸을 느낀다"며 "교단 총회는 침묵과 지연으로 전광훈 옹호자임을 자인하는가. 지금이라도 바로 치리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전광훈 씨와 공범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배종석·정현구·정병오 공동대표)은 24일 논평에서 "대부분 교단 이단대책위는 전광훈 씨를 이단 옹호자로, 한기총을 이단 옹호 단체로 보고했다. 임원회 및 정책 총회 등으로 결정이 미뤄져 아쉽지만, 향후 합리적 판단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