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 전 장로부총회장과 부흥사회 대표회장 등 교단 중진 장로·목사가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유튜브에 출연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방송에서 전광훈 목사는 소강석 총회장을 맹비난하고 "이단 지정하려면 해 보라"면서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했는데, 방송에 출연한 예장합동 장로·목사들이 전 목사를 거든 꼴이 되면서 교단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예장합동 권영식·강자현·남상훈·임은하·권정식 장로는 4월 6일 사랑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만몰라TV에 패널로 출연했다. 전광훈 목사는 '전국 장로들이 일어났다!'라는 주제로 1시간 50분가량 이들과 대화했다. 이들 다섯 명은 모두 예장합동 전국장로회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냈고, 특히 권영식·강자현·남상훈 장로는 예장합동 장로부총회장까지 지낸 중진 인사들이다.

예장합동 장로들은 전광훈 목사에게 찬사를 보냈다. 권영식 장로는 "하나님께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을 내세워서 이렇게 애국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시니 우리도 힘을 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자현 장로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걱정하는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본회퍼가 되겠다는 말씀을 듣고 매일 기도했다. (중략) 이러다가 공산주의 포로가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 가운데 전광훈 목사 같은 분이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기관지 <기독신문> 사장을 역임한 남상훈 장로도 "나라가 완전히 좌파 세력으로 넘어가는 이때 전국 30만 장로가 전광훈 목사 하는 일에 전폭적으로 앞장서서 기도하고 참여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전광훈 목사는 "목사님들 금방 장로들 말씀 들으셨나. 그동안 장로들이 못 가게 해서 못 간다고 거짓말했는데, 봐라. 장로들 왔지 않나. 이제 거짓말하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애국 운동하러 나오라고 하면 나오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중진 장로들은 4월 6일 전 목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주사파를 몰아내고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면서 전 목사를 적극 두둔했다. 이 방송에서 전광훈 목사는 이들의 교단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를 비난했다. 너만몰라TV 갈무리 
예장합동 중진 장로들은 4월 6일 전 목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주사파를 몰아내고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면서 전 목사를 적극 두둔했다. 이 방송에서 전광훈 목사는 이들의 교단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를 비난했다. 너만몰라TV 갈무리 

대화 도중 전광훈 목사는 4월 4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 예배를 비난했다. 소강석 총회장은 물론이고, 장소를 제공한 오정현 목사도 비난했다. 부활절 연합 예배에 문재인 대통령 축사가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전광훈 목사는 "나는 문재인 주사파가 대한민국을 해체하려는 걸 목숨과 인생을 다 걸고 운동해서 막으려는데, 어디 문재인 영상 축사를 틀고 그따위 짓을 하느냐. 소강석·오정현 목사 정신 차려라. 분별력도 없어서 영적 소경이 됐다. 어디 한국교회를 문재인한테 팔아먹으려고 그따위 짓을 하나. 괜히 까불지 말라"고 말했다. 전 목사가 교단 총회장을 비난하는 동안, 장로들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로들이 전광훈 목사 유튜브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교단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전 부총회장 출신 장로가 3명이나 참여했고 대화 중 상당 부분이 예장합동 총회장을 향한 비난이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예장합동 총회 임원회는 4월 20일 회의에서 전광훈 목사 이단성 조사를 이단사이비피해대책연구조사위원회(이대위·배만석 위원장)로 보내 신속하게 조사하도록 결의하고, 장로 5명에 대한 처리는 소강석 총회장에게 일임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105회 총회에서 전 목사 관련 집회에 대한 교류 및 참여 자제를 결의했을 뿐, 전 목사에 대한 이단 조사는 본격화하지 않고 미뤄 둔 상황이었다. 이와 별개로, 예장합동 전국장로회연합회는 장로 5명을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장로들은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에 출연한 5명은 4월 20일 자 <기독신문>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너만몰라TV'에 출연하여 애국 토크에 동참한 것은 애국심의 발로에서 비롯했으나, 토크 진행 중 전광훈 목사가 소강석 총회장을 비판·비난하는 상황이 연출되어 무척 당황했다. 그러나 생방송으로 진행된 특수성 때문에 어떤 입장을 밝히지 못한 무력함에 한탄했다"고 해명했다.

장로들은 "전광훈 목사가 소 총회장의 발언을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 과도하게 해석해 비난과 비판을 가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교단과 총회장의 위상에 해가 되는 발언 혹은 비난하는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한 기도와 애국 운동에는 변함없는 마음을 갖겠다"며 전 목사와 동석한 사실 자체나 색깔론·음모론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에는 예장합동 부흥사회 목사 3명이 전 목사 방송에 출연해 똑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 방송에서도 전광훈 목사는 소강석 목사를 비난했다. "이단 지정하려면 해 보라"며 주요 교단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웃기도 했다. 너만몰라TV 갈무리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에는 예장합동 부흥사회 목사 3명이 전 목사 방송에 출연해 똑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 방송에서도 전광훈 목사는 소강석 목사를 비난했다. "이단 지정하려면 해 보라"며 주요 교단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웃기도 했다. 너만몰라TV 갈무리

장로들의 사과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예장합동 부흥사 출신 목회자 3명이 또 전광훈 목사 유튜브에 출연했다. 예장합동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을 역임한 김병호·김학목 목사와 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서태섭 목사가 타 교단 부흥사들과 함께한 것이다. 이들은 4월 24일 너만몰라TV '부흥사의 대부들이 일어났다! ..난리났다!' 방송에 출연했다.

이 목사들 역시 전광훈 목사를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김학목 목사는 "전광훈 목사가 선두에 서서 애국 운동 역할을 감당할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한국교회 모든 목사가 나라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우리 애국 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지지했다. 서태섭 목사도 "전광훈 목사를 뵙게 돼서 영광이다. 전광훈 목사가 애국 운동과 복음 사역에 큰 기수가 되셨는데, 목회자뿐 아니라 전 성도가 뜻을 같이해서 나라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너알아TV 등 전광훈 목사 집회에 자주 출연한 김병호 목사도 "민족 복음화에 앞장서시는 전광훈 목사님과 애국 토크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시간 20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색깔론을 내세우며 전광훈 목사를 거들었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방송에서도 소강석 총회장을 비난하는 한편, 앞서 방송에 출연한 장로들을 징계하고 전 목사 본인에 대한 이단 조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점도 거론하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전 목사는 "장로들이 와서 대화했는데, 소강석이 칼자루 잡고 제명시킨다고 협박해서 장로들이 사과문을 썼다. 이대위 불러서는 전광훈을 이단으로 만들라고 한다.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니 구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목사들 역시 전 목사의 발언을 제지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기독신문>에 따르면 22일 유튜브에 출연했던 3명 중 김학목 목사는 23일 총회 임원들을 찾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본의 아니게 참석했다"며 사과했다. 김 목사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총회 결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못 건드는 교단들
예장합동, 한기총 통합 문제로 미적대다
뒤늦게서야 이단 조사 재개

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교단은 여전히 전 목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임기 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 연합 기관'을 만들겠다며, 전 목사에 대한 이단 연구를 유야무야 넘겼다.

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지난해 11월 총회실행위원회에서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그가 이단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주장을 교리화하거나 책으로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사과하고 회개하도록 엄중 경고했다. 전광훈 목사가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예장합동 교인과 교회들은 그와 관련한 집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후 전 목사 이단 조사는 잠정 보류됐다. 이번에 교단 목사·장로들이 유튜브 출연으로 물의를 빚자, 이제야 연구를 재개한 것이다.

예장합동만 전 목사에 대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심상효 위원장)도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연구를 보류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표면상으로는 전 목사 소속 교단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심상효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의 발언의 진의는 '하나님께 까불면 죽어'인데 이것이 '하나님 까불면 죽어'로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전 목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신학·교리적으로 가장 엄정한 보수 신학을 고수한다고 자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도 전 목사에 대한 이단 연구를 보류한 상태다.

주요 교단이 이렇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자, 전 목사는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전광훈 목사는 4월 20일 유튜브에서 "소강석 목사는 부활절 예배에 박지원·박영선 앞에 앉혀 놓고, 문재인 축사를 읽게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책망하는 전광훈을 죽인다고? 한번 이단 만들어 보라. 누가 이단인지 해 볼까"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예장통합이 이단성 연구를 보류했을 때도 "한국교회가 날 이단으로 지정할 수 있을 것 같냐"며 되레 주요 교단을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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