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랫동안 후원하시던 독자님께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후원을 5만 원 증액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이후 덧붙이신 말씀이 저를 놀랍게 했습니다. 

"후원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동성애'에 대한 입장 때문입니다. 이게 좀 아이러니한데요. 저는 <뉴스앤조이>가 주장하는 동성애 의견에 동의가 안됩니다. 그런데요. 제가 믿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좀 논리가 이상하지요. ^^ 그런데 결국 사랑이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내가 무조건 옳다'는 전제를 가지는 순간 타락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기도 하구요."

<뉴스앤조이>에 있다 보면 후원자님들을 통해 은혜를 받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의 존재만으로 교계에서 희망을 본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제가 괜히 좋은 사람이 된 거 같고 자존감이 쑤-욱 올라갑니다. 칭찬의 힘이겠지요. 항의 전화를 받을 때는 내가 왜 이런 비난을 듣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간간이 오는 응원 메시지는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맞이하는 추석입니다. 힘든 여건에서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오승연

처치독 리포트
  • 주요 장로교단이 총회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독자 분들 중에서는 교회 다니면서 '총회'를 들어 본 경험이 많지 않았을 거 같아요. 왠지 중요해 보이는 거 같은데, 우리와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오늘은 총회를 설명해 볼게요.
  • 매달 마지막 주는 교인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목사, 기독교 활동가, 서점 사장, 북매니저 들의 '별의별평'을 기대해 주세요. (이번 주 '이건 왜 그래'는 쉬어요~*)

총회가 뭐야?
먹는 거야?

매년 9월 말은 한국교회 장로교단들이 총회를 여는 시즌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중에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정확히 어떤 교단에 속해 있는지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무슨무슨 장로회'라는 교단만 200개가 넘는다니 여러분 잘못은 아닙니다. 아무튼 이 무슨무슨 장로회가 대부분 9월 말 총회를 열어요.

교단 총회는 말 그대로 그 교단 사람이 다 모여서 회의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다 모일 수는 없겠죠? 그래서 각 노회에서 '총회 대의원'(총대)을 선출하고, 이 총대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대의 민주주의죠. 대의원을 통한 모든 소속인이 회의를 하는 것이니 당연히 교단 내 최고 권위를 가진 의결 기구가 됩니다. 총회에서 결의된 것은 각 노회와 당회(개교회)가 따라야 하죠.

그게 그렇게 중요해?

이런 엄청난(?) 회의인데, 보통 교인들은 총회가 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모태신앙에 교회 활동에 전념하면서 살았는데 <뉴스앤조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총회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사실 총회가 뭔지 몰라도 교회 생활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강하니까요. 교단 방침보다는 각 교회가 결정한 것이 더 피부에 와닿죠.

그렇지만 총회 결의는 교단 소속 교회와 교인들에게 큰 방향을 설정해 준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결의했는데요. 최종 통과되면 앞으로 예장통합 교단 내 모든 노회에서는 노회원(목사와 장로)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해야 해요. 중직자들이 이런 교육을 받으면 아무래도 교회 내에서도 장애와 관련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겠죠?

이번에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세 교단에서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 언론'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총회에 올라갔어요. 만약 이게 통과되면, 이것이 세 교단 공식 입장이 됩니다. 이 세 교단 소속 목회자나 교인분들 중에서도 저희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시고 후원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교단이 이렇게 정해 버리게 되면, 후원하면서도 '흠칫' 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구독·기고·후원하다가 걸리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있고요. 총회 결의란 그런 것입니다.

·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 청원 보기
· 예장합신 이단대책위원회 청원 보기  
· 예장합동 반기독교대응위원회 청원 보기

그렇게 중요한 총회 결의라는 게…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총회에서 내리는 결정이 대부분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데 있어요. 위에서 예를 든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의무화는 정말 보기 드문 '좋은 결의'랍니다ㅠㅠ 예장통합 교단은 2년 전 '요가'와 '마술'을 금지하는 결의를 해서 빈축을 샀죠. 예장고신 교단은 작년에 "주례 없는 결혼식은 하나님 없는 결혼식"이라는 결론을 냈고요. 예장합동 교단에서는 올해 다시 한번 "여성 안수는 비성경적"이라고 결의했어요. 매해 수십 개씩 쏟아지는 총회 결의는 보통의 신자들과 비신자들에게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 예장통합 요가·마술 금지
· 예장고신 "주례 없는 결혼식은 하나님 없는 결혼식"
· 예장합동 여성 안수 불허 

왜 이런 걸까, 총회의 문제점은 수십 년간 제기돼 왔어요. 그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여기는 것은 바로 '총대 구성'이에요. 총대는 목사와 장로밖에 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신자들은 회의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요. 총회라는 조직 자체가 신자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말이죠. 게다가 목사와 장로 중에서도 소위 '짬밥'을 좀 먹어야 총대가 될 수 있는 분위기라서, 총대 평균 연령은 60대랍니다. 여성에게 목사와 장로 같은 안수직을 주지 않는 교단에서는 총대가 전부 남성이고요. 여성 안수를 주는 교단도 여성 총대 비율은 1%대(예장통합), 많아야 10%(한국기독교장로회) 정도예요. 그래서 예장합동 같은 교단은 총대 1500명이 전부 60대 남성이 되는 셈이죠...ㅠ

모든 교인을 대표하는 총대가 이렇게 특정 직분, 연령대, 성별로 구성되다 보니 정말로 모든 교인을 대표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톨릭이 이단이냐, 이교냐'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매해 박터지게 싸우는 게 총회 현장입니다. 일반 신자들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신앙적 고민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요.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총대 구성을 바꾸려면 노회에서 총대를 뽑는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말 교단 전체 구조와 중직자를 비롯한 교인들 의식을 뜯어고쳐야 할 판이랍니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뉴스앤조이> 기자들도 매년 총회를 취재하고 나면 심신이 탈진해 버립니다. 뭔가 변화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어찌 보면 처치독을 구독하시는 여러분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부터가 희망의 시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속한 교단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 교단 총회에서 올해 어떤 결의를 내놨는지 살펴보세요. 어떤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교회에서 함께 이야기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위로부터의 개혁은 이미 틀렸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다면 아래에서부터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 올해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왔는지 궁금하다면?(클릭)

by 구권효

별의별평
<사복음서 설교 - 종교의 언어를 넘어 삶의 언어와 마주하다>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168쪽 / 1만 2000원
<사복음서 설교 - 종교의 언어를 넘어 삶의 언어와 마주하다>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168쪽 / 1만 2000원

"마태복음의 짧은 네 개 메시지에서 데워진 마음은 마가복음이 제시하는 '회개'라는 정신적 틀과 '사막'이라는 장소, '복음'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일으킨 화학작용으로 방향성을 질문하며 멈추어 서기도 했다. 곰곰이 방향을 성찰하던 추상적 질문은 누가복음을 만나 나사렛과 사마리아라는 지리학으로 구체성을 얻었다. (중략) 생명과 죄, 의를 심도 있게 풀어낸 요한복음에 이르러서는 '오해'를 통해서도 끝내 진리로 가는 길을 만드시는 부활의 주 앞에 내 모든 오해를 내려놓고 무릎 꿇었다. 이렇게 일요일뿐인 한 달이 완성됨. 여러모로 허기진 영혼 앞에 유진 피터슨이 차려 준 31일의 복음 성찬을 감사히 받아먹고 기운을 차려 본다." (더 보기)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 부정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 / 더글라스 존 홀 지음 / 이민희 옮김 / 비아 펴냄 / 340쪽 / 1만 6000원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 부정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 / 더글라스 존 홀 지음 / 이민희 옮김 / 비아 펴냄 / 340쪽 / 1만 6000원

"우리가 그동안 믿고 있던 게 송아지가 아니라 하나님이 맞는지, 우리가 믿고 있는 것 중에 본질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겸손하게 살펴야 하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보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캐나다 개신교의 흥망을 지켜본 노신학자의 조언을 들어 보자. '부정신학'이라는 무시무시해 보이는 단어에 겁먹을 필요 없다. 손주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바치는 글'을 읽으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천천히, 곱씹으며 하나씩 읽다 보면 분명 '중심'에 대해 이전보다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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