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05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총회를 지켜보며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에 대한 의견을 가볍게 무시하는 총회의 행태에 좌절했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인준을 부결하는 장면을 보며 분노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곧 평정심이 찾아왔고, 이 불의한 현실에 맞서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이번 예장통합 총회는 거의 모든 순서가 불의와 부정의 연속이었다. "법이요"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는 총회장과 총대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이 말하는 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50분간 피켓을 흔들던 총대를 건너뛰고,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발언하지 못한 특정 노회의 총대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총회장의 '시력'이 마치 교단과 한국교회 현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었던가. 기업형 교회들의 성공 신화를 들으며, 화려한 음악과 미사여구로 치장된 예배 문화에 취하며,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관대한 삶의 태도를 예수의 삶과 동일시하는 그런 교회를 주님의 몸 된 교회라고 여기던 것은 아닌가. 이런 분위기에 취하고 안주하며 굴러온 삶이, 교회의 모습이 우리나라를 '십자가가 뒤덮인 나라'라고 착각하며 살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의 시력도 총회장의 시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연 누가 죄인인가? 목회를 세습하여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특정 인물이나 교회인가? 그렇다. 나는 교회란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라고 배웠다. 목회 세습은 교회를 '하나가 아니고, 속되고 개별적이며 자의적인 교회'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배운 바에 의하면, 목회 세습은 분명한 잘못이다.

물론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어리석은 사람과 집단은 반성과 회개가 더딜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더 큰 죄인은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그 잘못된 인물과 사회로부터 이익을 얻어 내려고 하는 이들이다.

나는 보았다. 이번 총회에서 명성교회 목회 세습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너무도 뻔하고 뻔뻔한 술수를 보았고, 그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술수가 효력을 발휘하는, 힘없고 답이 없는 총회의 현실을 보았다. 다시 질문이 생겼다. 누가 예장통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누가 한국교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2017년 11월 12일, 명성교회 예배당에서 열린 '김삼환 원로목사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에서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7년 11월 12일, 명성교회 예배당에서 열린 '김삼환 원로목사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에서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 몇 년간 예장통합은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로 분열되었다. 분열, '찢어져 나뉨'이라는 뜻을 가진 이 명사는, 목회 세습을 옹호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목회 세습에 저항하는 이들도 포함하고 있다. 나는 감히 내가 사랑하는 우리 교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고 애쓰는 목회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장로교회는 교인들이 선출한 장로가 치리하는 정치 형태를 가진 교회이다. 교회의 신성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교회 정치'의 형태 중 대의정치 원칙을 가진다. 즉, 장로교회에서 정치 활동은 필수적 요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장로교단 안에 교회 정치를 혐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교단의 질서는 교단 정치가 바로 세워져야 온전해진다. 하나님 뜻에 합당한 정치 활동은 교단을 바른길로 이끈다. 그런데 선하고 뜻있는 목회자들은 정치를 혐오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교단 정치 영역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가 죄인인가? 자신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교단의 정치를 외면한 '선하고 뜻있는 목사와 장로들'은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신학생들과 이 땅의 수많은 장로교인 또한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불의한 105회 총회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 장로교인들, 신학생들, 그리고 선하고 뜻있는 목사와 장로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모든 현실을 외면하고 화려한 예배에 취하고 세속적 성공을 꿈꿨던 나 자신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한다. 이 땅을 밟고 사는 우리는 이 땅의 문제와 상관있는 존재이다. 교단 정치의 불의함은 선하고 뜻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해야 바로잡을 수 있다.

105회 총회 총대들과 총회 임원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어른들 덕분에 신학생들이 시력을 회복하고 있고, 이 회복된 시력은 바로 교단 정치를 향하고 있다고. 우리의 눈으로 교단의 이 모든 현실을 지켜보고, 분노하고, 불의한 현실에 맞서겠다고. 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그리스도인, 장로교인이 되겠다고 말이다.

오영근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 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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