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온 전광훈 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전 목사는 다시 반정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온 전광훈 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전 목사는 다시 반정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민국은 체제 전쟁에 돌입했다.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려 한다. 북한 같은 공산주의 사회로 바꾸려고 문재인 주사파 정치인을 비롯해 언론 좌파 지식인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략)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되기를 원하나. 공산주의 되기를 원하나. 전라도를 김정은에 갖다 바치기를 원하나. 아니라면 문재인 저놈을 쳐 내야지. 언제까지 속을 생각인가."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1월 19일 전주에 있는 한 교회에서 한 말이다. 전 목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3·1절 국민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 순회 집회를 시작했다. 그는 평소 주장해 왔듯이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로 규정하고 보수·우파 국민이 일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12월 30일 재판부는 예상을 깨고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목사는 자신이 주도한 반정부 집회에서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하는 등 상식 밖의 발언을 내뱉어 왔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문제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 판결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다.

전광훈 목사는 2018년 8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검찰은 법에 따라 전 목사가 10년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 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2019년 12월에서 2020년 1월 사이에 열린 집회·기도회에서 전 목사가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검찰이 지적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내년 4월 15일 날 자유 우파 정당들이 연합을 하든지 해서 300석 중에 200석을 확보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만약에 반대로 주사파 정당이 2/3를 하고 자유한국당을 중심한 우파 정당이 100석을 한다면 국가 해체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들이 합쳐서 200석을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수도권에서 100석만 우리 걸로 돌이키면 이것이 대한민국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중략) 우리가 대표로 황교안을 선택했으면 금식 기도를 통해 응답받은 대로 해야 된다. 이건 선거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들이 합하여 우리가 2/3, 200석을 해야 되는 것이다. 우파 정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님에게 자유대연합을 완성하기를 부탁드린다. (중략) 우리가 선택한 황교안 대표님, 역대 이후로 이와 같은 지도자는 없었던 것이다. 반드시 승리하자."

 

"비례대표 찍을 때 기독자유당 찍어야 한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주신 자유한국당도 사실 기독자유당이었으니까 잘 협력해 그쪽은 지역구에서 다 당선되기를 바라고, 우리는 비례대표로 당선되면 둘이 합쳐지면 반드시 역사는 일어난다."

검찰은 전 목사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 우파 정치 세력이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청중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전 목사 측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발언 자체는 21대 총선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것이기에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지지한 정당·후보자 구체적으로
특정 안 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어
'간첩'은 수사학적 비유적 표현
표현의자유는 좌우의 문제 아냐"

재판부는 전광훈 목사가 집회와 기도회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발언 내용만으로는 전 목사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정 정당이 아닌) 특정 개인 후보자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개별 후보자들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만으로는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 우파 정당', '자유 우파 연대'라는 표현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전체 발언 취지 등에 비춰 볼 때 기본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정당이라는 막연한 추측이나 짐작이 가능하기는 하나, 그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각 개념의 외연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당시 있었던 30여 개 정당 중 그에 해당하는 실제 정당을 명확히 특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또 "발언 문맥상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하여 자유 우파 정당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정도의 취지로, 그 의미의 방점이 반드시 '자유한국당' 지지에 놓여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으로 등록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전광훈 목사가 발언한 시기는 2019년 12월 2일에서 2020년 1월 21일 사이로,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도 않은 때라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정당마저도 특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의 전제가 되는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발언은 어느 모로 보나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표현의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든 보수든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해야만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재판부는 표현의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든 보수든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해야만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문재인 정부가 공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이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간첩은) 오히려 수사학적 비유적 표현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사회적 세력'과 같은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등에 이르기까지, 발언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확장, 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간첩의 의미를 문맥이나 발언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의적으로 단정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간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피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으로서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전쟁을 경험하고 지금도 분단 중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어떤 사람에게 간첩 또는 간첩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고 공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일은, 표현의자유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간첩', '공산화' 등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부정적 표현을 했다 해서 이를 부당한 표현이라는 평가를 넘어 바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61654)을 인용하면서 표현의자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표현의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해야만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략)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표현의자유 수혜(?)를 입은 전광훈 목사는 계속해서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전 목사는 "이재용 구속한 것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 28조가 날아갔다. 너(문재인)는 사형이야", "내가 6개월 감옥에서 살고 왔지만, 우리나라 정치·경제·군사·사회·외교는 북한의 지시로부터 시작된 거다. 어제(1월 18일) 이재용 구속된 것도 나는 북한의 지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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