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소수자에게 환대를 베풀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에게 '출교'를 선고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판결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세습과 성 문제, 횡령 같은 문제에는 눈감으면서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한 것은 쫓아낼 죄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17일 기준으로, 23곳이 넘는 단체·교회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리회 교인·목사뿐 아니라 타 교단, 타 종교, 일반 시민사회 단체, 정당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세상이 주목하는 재판이었지만, 재판은 온갖 절차적 하자와 편파적인 진행으로 비판을 받았다. 교리적 이유로 동료 목회자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과 고민 등은 온데간데없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종교재판의 특수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하자투성이인 재판을 강행했다.

본래 이 재판은 경기연회 재판위원장인 박인환 목사(화정교회)가 맡을 예정이었다. 재판위원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고, 6명씩 A반과 B반으로 나뉜다. 박인환 목사는 전체 재판위원회 위원장이자 A반 반장이었고, 이동환 목사 재판은 A반에 배당됐다. 그러나 이 목사를 고발한 반동성애 목사들은 박 목사가 이동환 목사와 가까운 인사라며 교체를 요구하는 등, 그를 몰아내려 했다. 

그들의 요구와 무관하게 박인환 목사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발인 중 한 명과 같은 지방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제척 사유'가 됐기 때문이다. 박 목사를 대신해 B반 반장인 박영식 목사(병점상동교회)가 재판을 이끌었다. 애당초 이 재판은 심사위원회의 하자로 공소기각돼 끝났으나, 재판위원들은 박인환 목사를 배제하고 재판을 부활시킨 후,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박인환 목사는 12월 초 경기연회 박장규 감독에게 재판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12월 19일 쓴 '사퇴의 변'에서 이번 재판에서 절차 논란이 발생한 것과,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부재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20일 화정교회에서 박인환 목사를 만나, 재판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물었다. 

박인환 목사는 12월 20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재판위원장을 사퇴한 배경에 대해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인환 목사는 12월 20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재판위원장을 사퇴한 배경에 대해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재판위원장직을 사퇴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내가 법(교리와장정)에 대해서 철저하지 못했다. 나도 완벽하지 않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느꼈다. 그러나 문제는 과정이었다. 재판위원장인 나를 무시하고 진행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재판위원회는 8월 공소기각으로 사건을 끝냈다. 그러면 이 재판이 없어지는 거다. 그리고 나서 재판을 다시 하려면, 같은 내용으로 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건이다. 사건번호도 달라진다. 그러면 재판위원장인 나한테 먼저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나는 제척 사유가 있어 재판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판위원장이 먼저 전체 회의를 소집하고 그다음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도 없고, 나한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나중에 보니까 자기들끼리 벌써 재판을 하고 있더라.

이런 과정을 보면서 교회 재판을 통해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힘 있는 자가 이기고 마는 상황인데, 이것을 내 능력으로 법과 신앙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판위원장직이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한 거다.

- 고발인들은 박인환 목사가 이동환 목사와 같은 '새물결' 소속이어서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새물결'을 언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프레이밍이다. 새물결은 목회를 바르게 하고 감리회를 바로 세우자는 충정을 가진 목사들이 모인 모임으로, 전국에 500명 이상이 가입돼 있다. 대부분 작은 교회 목사들이기도 하다. 여기에 교권을 가진 목사, 힘 있는 목사는 없다. 만일 방귀깨나 낀다는 목사들이 새물결에 섞여 있었으면 그런 프레임은 씌우지 않았을 거다. 내 기억으로는 새물결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공론화한 적도 없다. 

'새물결' 프레임은 3년 전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느꼈다. 나에 대한 이미지가 새물결 목사, 세월호 목사, 이미 '빨갱이 목사'로 형성돼 있는 거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새물결, 운동권, 세월호"라고 하면서 안 찍었던 것 같다.

고발인들이 내가 '새물결'이라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했는데, 고발인들이 재판위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재판위원 기피는 원래 피고발인 이동환 목사만 할 수 있는 거다. 심지어 고발인 쪽 변호사는 나한테 알아서 회피하라고도 하더라. 나를 어떻게든 재판위원회에서 몰아내려고 그런 거다. 고발인들이 보기에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을 것 같은데 박인환 목사 하나만 자기들한테 협조 안 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지 쳐 내려고 한 것 같다. 

박 목사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등 동성애에 관한 다양한 신학적 관점이 담긴 책들을 읽자고 재판위원들에게 제안했지만, 싸늘한 반응만 돌아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 목사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등 동성애에 관한 다양한 신학적 관점이 담긴 책들을 읽자고 재판위원들에게 제안했지만, 싸늘한 반응만 돌아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왜 그들이 박인환 목사만 없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보나.

재판할 때 기본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입장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판위원들에게 김근주 교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허호익 교수의 <동성애는 죄인가>,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읽자고 제안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동성애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다양한 관점이 담겨 있는 책이다. 다 읽을 수 없으면 목차라도 읽고 동성애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고 재판에 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위원들이랑 밥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는데, 반응이 놀라웠다. 웃고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확 바뀌더라. 나를 보는 눈초리들이 무서웠다. 나도 속으로 '이게 뭔가. 내가 괜한 말을 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다른 재판위원들이 나를 보며 '저 사람은 이동환한테 무죄를 줄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신은 동성애 지지자가 맞다'는 식이다. 

- 재판은 끝났지만, 그 과정에 대한 절차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판위원들에게는 절차가 가장 중요하니 절차를 잘 지키자고 말했다. "재판 절차는 잘 지키자. 나중에라도 '서둘러서 재판 아무렇게나 했다'느니, '프레임 짜서 했다'는 식의 소리는 듣지 말자"고 얘기했다. 그 취지 자체는 다들 공감했다. 나는 '동성애 찬성 및 동조'라는 규정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악법도 법이다. 내가 볼 때 이동환 목사는 교리와장정 조항대로라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판위원회는 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재판위원들이랑 식사를 하거나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눠 보면, 법적인 얘기는 거의 안 하고 이미 이 목사는 동성애 지지자니까 출교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것 같더라. 공소기각 후에 재판을 되살려 강행할 때, 경기연회 감독하고 총무에게 "왜 이렇게 절차를 무시하느냐"고 따졌다. "변호사 자문을 받았는데, 그냥 해도 된다고 해서 하는 거다. 아무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 나는 분명히 이거 문제가 생길 거라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라고 했지만 그냥 하더라. 아직도 왜 그렇게 성급하게 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재판위원회는 판결문에 공소기각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고발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를 썼다. 

(놀라며) 그랬나. 그건 말이 안 된다. 사표 내고 뒷담화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이건 어떻게든지 유죄로 끝내려 했다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현이다. '고발인 프렌들리' 재판인 거다. 재판이라는 게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피고소인·피고발인의 방어권을 굉장히 존중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은 법 상식도 없는 거고, 재판위원들도 제3자의 입장이 아니라 고발인 입장에서 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감리회 경기연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청구한 재판비용. 재판위원장 부분에 박인환 목사의 이름이 빠져 있다. 사진 제공 이동환
감리회 경기연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청구한 재판비용. 재판위원장 부분에 박인환 목사의 이름이 빠져 있다. 사진 제공 이동환

- 재판비용을 2800만 원이나 청구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비용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재판비용은 여비와 식사비로 구성돼 있다. 여비는 1인당 8만 원 정도 될 거다. 나는 처음에 가서 점심식사도 싼 걸로 먹자고 했다. 고발인들이 공탁한 돈인데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1인당 2만 원짜리 밥도 먹고 그런다.

다만 자기들 하자로 각하한 재판비용까지 이동환 목사에게 물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심사위원회 잘못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그러면 심사위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든지 아니면 재판을 계속 진행하고 싶은 고발인들에게 받든지 했어야 한다. 이건 법 이전에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간다. 그건 비도덕적인 거다.

이렇게 된 데는 재판위원회의 책임도 있다. 판결문에 "소송비용은 피고발인이 부담한다"고 써 놨던데, "재판비용 중에서 공소기각 이전의 비용은 제외하고 부담한다"고 판결문에 썼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대신 "고발인들에게 가혹하다"는 표현이나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재판은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재판위원장 박인환 목사가 7월 10일 '재판 불가'를 통보한 모습. 반동성애 성향의 고발인들은 박인환 목사가 이동환 목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재판위원 교체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위원장 박인환 목사가 7월 10일 '재판 불가'를 통보한 모습. 반동성애 성향의 고발인들은 박인환 목사가 이동환 목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재판위원 교체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이번 재판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분노를 느꼈다. 나름대로 자기 목회 현장에서 목회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젊은 목사를 동성애 지지 프레임에 옭아매 매장시키는 것은 현대판 매카시즘이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단정하고 정죄하는 것은 반기독교적인 것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판위원들이랑 밥 먹으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나는 동성애에 보수적이고, 기본적으로 프렌들리하지 않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인데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을 정죄하기에 급급하면 그 사람은 어디로 가느냐는 게 내 입장이었다. 성소수자들 가운데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그들을 품고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하고 인터뷰를 하면 '이 사람들이 나도 고발하겠구나' 그런 생각마저 든다. (고발인들을) 직접 만나 보니까 이미 나는 동성애 지지자의 괴수 정도로 보는 것 같더라. '동성애 반대'라는 말을 강요하는 분위기, 동성애 반대라는 고백을 하지 않으면 동성애 지지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현대판 매카시즘이 감리회 안에 팽배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시니어 목사들의 책임도 있다. 자기에게 데미지가 있다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끊어 줘야 했다. 그런데 다들 어떤 게 자기에게 이익이 되느냐만 따지는 것 같다.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눈 감고 넘어가는 것 같다. 그러니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고 '나랑 관계없는 일'이라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이제는 예수의 마음을 품으려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희귀해지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교회가 에스겔서에 나오는 '마른 뼈' 같다는 생각도 들고,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같은 절망감 비슷한 것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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