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12월 18일 광화문 감리회본부 앞에서 열린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가 한 발언입니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12월 18일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오수경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2월 18일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오수경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안녕하세요. 저는 감리교인이자, 개신교 단체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이자, 큐앤에이 후원자이자,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오수경입니다. 소개가 조금 길었죠? 쉽게 말해 주로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듣는 영역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개신교가 차별과 혐오의 대표성을 가지게 되었고, 제 삶을 구성하고 있는 신앙의 언어가 그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은 이렇게 연대 발언을 하고 있지만, 저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를 죄라 여기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차별과 혐오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죄인인 저를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이 그렇게 편협하지 않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을 경험한 이는 나와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걸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그걸 감히 신앙의 언어로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이들은 '사랑해서' 그런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광활합니다. 그 사랑을 도리어 차별과 혐오라는 방파제를 세우고, 사회적 진보의 걸림돌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도리어 주님의 사랑을 반대로 해석하여 적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그리스도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신앙과 사회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는데요. 저희 모임에 오시는 분 중 한 분이 한 질문이 제 마음에 남습니다. "배제와 혐오를 하지 않고 어떻게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데 사랑을 들먹인다면, 그게 사랑일 수 있을까요? 어떤 존재를 부정하는 데 온갖 지혜와 지식을 동원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진리일 수 있으며, 그걸 침묵 속에 지지하는 공동체가 어떻게 교회일 수 있을까요?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런 질문을 해결할 곳이 없어 교회를 떠납니다. 아마도, 이번 판결을 지켜본 어떤 그리스도인도 절망하며 조용히 교회를 떠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질문의 무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교회 교인 수가 왜 점점 줄어드는지 아십니까? 교회가 왜 세상으로부터 욕먹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타락하여 세상의 허탄한 것을 쫓아서도 아니고, 교회가 의로워서 핍박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후져서입니다. 말도 못하게 후져서 '교회 다닌다'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얼마 전 감리교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뿐 아니라 창조 세계를 향한 선의와 존중, 환대를 실천하고자 애쓰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받아들여짐'을 경험했기에 감리교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이성애자라서, 비장애인이어서, 고학력자이기에, 어떤 특별한 자격이 있어서 감리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사랑한 자녀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것이 은혜이지요.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어떤 교회의 교인이 되는 것에는 특별한 자격이 없습니다. 동성애자여서 안 되고, 트렌스젠더는 불가능하고, 장애인은 시위 안 하는 '순수한 장애인'만. 이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모든 이들이 '받아들여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도대체 어떤 교회를 추구하고 있습니까? 어떤 교회를 추구하기에 성소수자와 그들에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을 축복한 이동환 목사를 출교합니까? 이게 당신들이 보여 주고 싶은 교회입니까? 아! 누군가를 축복하면 저렇게 내쫓김 당하는구나. 아! 성소수자는 교회에 발도 못 붙이겠구나. 아! 성소수자를 지지하면 함께 낙인찍히는구나.

어디 성소수자 뿐일까요? 아! 노동자, 장애인, 페미니스트… 지향이 다르면 교회는 그냥 내쫓는구나. 이번 출교 판결을 지켜본 감리교인, 타 교단 교인, 세상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저게 교회가 신앙의 이름으로 할 짓인가? 겨우 저러려고 저렇게 큰 교회를 짓고, 저렇게 많이 모여 있나? 겨우 차별하고 혐오하려고? 

성소수자, 그러니까 우리의 신앙 동료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님을 출교한 것도 모자라 2864만 3532원이라는 비상식적인 재판비용을 청구했더라고요. 자신들의 잘못으로 기소 중단된 것까지 싹 다 넣었더라고요. 이게 '재판 장사'라면 참 수완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진 것도 문제인데 탐욕스럽기까지 하네요. 그게 아니라면, 항소라는 일말의 기회마저 빼앗으려는 악의적 행태고요.

감리회가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아십니까?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던 주님의 사랑을 모욕했고, 수많은 그리스도인을 절망 가운데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했으며, 교회 공동체가 사회로부터 조롱당하게 했습니다. 당신들은 단지 이동환 목사를 괴롭혀 '출교'시켜 알량한 승리감을 맛보았겠으나, 그건 승리가 아닙니다. 교회를 망하는 길로 재촉한 것입니다. 

감리회가 교회를 망하는 길로 재촉할 때 이동환 목사님과 이곳에 모인 분들, 그리고 저는 다른 교회를 생각합니다. 그 교회에는 편견과 차별과 혐오가 없으며,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사랑의 사명을 실천하며,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서로 존중하며 돕는 곳일 것입니다. 적어도 신앙이 더는 무의미와 절망의 언어가 되지 않게 하려는 이들이 있는 곳일 것입니다. 그 교회는 이동환 목사님과 같은 분들이 환대와 사랑의 목회를 소신껏,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이 항소는 그런 교회를 함께 짓자는 초대로 이해했고, 저는 기꺼이 그 초대에 응답했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감히 사랑을 들먹이며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죄를 짓는 당신마저도 주님은 사랑하실 것입니다. 그게 주님의 사랑입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기억하십시오. 주님의 사랑을 망령되이 일컫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를 힘쓰시길 감리교인으로서, 개신교 단체 종사자로서 요구합니다. 감리회에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이동환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십시오. 이번 판결로 상심한 성소수자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오수경 /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집행위원, 청어람ARM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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