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박영식 위원장)가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이유로 기소된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목사직을 박탈하되 감리회 교인 신분은 유지할 수 있는 면직과 달리, 출교黜敎는 '신자의 자격을 박탈하고 감리회에서 내쫓는다'는 의미로 최고 수위의 처벌이다.

감리회가 교리적 이유로 소속 목사에게 출교 판결을 내린 것은, 1992년 서울연회 재판위원회가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학 학장을 '종교다원주의자'로 몰아 내쫓은 이후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재판위원회는 12월 8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양시 경기연회 사무실에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선고 시작 1시간 전부터 영광제일교회 교인들과 감리회 목회자·교인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들이 이동환 목사 무죄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섰다. 반면 '동성애는 죄'라며 이동환 목사를 내쫓으라고 요구한 반동성애 성향 목회자·교인들도 피켓 시위를 벌여 경기연회 사무실은 혼란스러웠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이동환 목사는 선고를 받으러 들어갔다. 선고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의 기소된 범과 중 '동성애 찬성 및 동조'(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 제8항) 혐의만 인정해 출교에 처했다. 2021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 2022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등에서 축복식을 열거나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큐앤에이 부스를 설치한 것 등이 출교에 처할 범과였다는 것이다. 

재판위원회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발인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편,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 행위로 규정한 교리와장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교리와장정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로 종전 총회의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자숙하지 않고 계속 유사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다시 범과를 저지를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종전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동일한 범과를 저지른 부분에 대해 엄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2021년 각종 행사와 인터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교회가 도덕적 문제를 가리기 위해 동성애라는 적을 상정했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인권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은 '교회 모함 및 악선전'(재판법 제3조 제2항), 큐앤에이 단체를 창립한 것은 '교회 기능과 질서 문란'(재판법 제3조 제4항)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위원회는 이를 모두 범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단이 선고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연회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단이 선고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연회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 재판은 시작부터 마지막 기일까지 거의 모든 순간마다 절차적인 하자가 있었다. 이 목사를 기소한 심사위원회나 재판을 맡은 재판위원회, 그리고 재판 기일을 통보하는 등 행정 절차를 맡은 경기연회 본부까지 모두 숱한 문제를 일으켰다.

심사위원회는 최초로 이동환 목사가 고발당했을 당시 어떤 혐의로 고발당했는지조차 알리지 않았고, 재판위원회는 "고발인과 재판위원회가 같은 지방회 소속이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조차 숙지하지 못해 재판을 지연했다. 이 사유로 심사위원회는 기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가 다시 '부활'시켜 재판을 여는 촌극까지 벌였다. 재판 현장에서는 장소가 협소하다며 참관인 2~3명만 들여보낸 채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경기연회 본부는 재판 기일을 틀리게 보내는가 하면, 증인신문 하루 전에야 증인신문 사항을 보내기도 했다. 

재판위원회는 마지막 선고까지 공개재판을 하지 않았다. 교회 안팎에서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선고는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박영식 위원장은 기자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서류를 보며 "나가시라"는 말만 반복하고 취재진을 내보냈다. 오히려 "금방 밖에서 들으실 거면서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재판위원회는 끝내 선고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판위원회는 끝내 선고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동환 목사와 대책위는 선고 직후 경기연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고 결과를 들은 이들은 충격과 분노, 허탈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침통해했다. 

2020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이동환 목사를 초청해 축복식을 부탁했던 이혜연 전 인천퀴어문화축제공동조직위원장은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가 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던 이유는, 1회 축제 때 받았던 교회로부터의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정직을 넘어 출교하는 것은 우리가 1회 축제 때 느꼈던 교회로부터의 폭력을 치유하고 함께 사랑하고 연대할 수 있는 그 모든 기회를 앗아간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한국교회가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 때의 폭력 사태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면, 정말 하나님의 이름을 이야기할 양심이 남아 있었다면, 이동환 목사가 우리를 축복했을 때 어떤 동지들이어도 연대하고 축복해 줄 수 있고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가진 것에 뿌듯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고 있고,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또 다가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이다. 사람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이러한 모습이 결국 모든 사람들로부터 기독교를 외면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이러한 반인간적인, 반성서적인, 기독교적인 행위를 한 것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광제일교회 한 교인은 "이동환 목사가 잘못을 했으면 공개재판을 해서 이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으니까 어떻게 해야 된다고 만천하에 공개해야지, 도둑놈들같이 문 닫아 놓고 기자들도 못 들어오게 하는 게 재판이냐"며 격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 목사가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하면 격려하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지는 못할 망정 그 발목을 잡아 놓고 정직을 시키고 출교를 시키느냐.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냐. 우리는 끝까지 목사님을 지킬 것이다. 목사님을 출교시키려면 영광제일교회를 아예 다 출교하라"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편견과 혐오의 벽이 거대하지만 소망을 품고 나아가겠다"며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동환 목사는 "편견과 혐오의 벽이 거대하지만 소망을 품고 나아가겠다"며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동환 목사는 "심사위원회가 공소를 취소했지만 고발이 살아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밀면서 재판이 부활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럼에도 교단을 향해 말 걸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했다. 그러나 오늘 그대로 출교가 선고되었다. 출교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익스커뮤니케이션(excommunication), 소통을 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랬다. 재판 내내 저는 거대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저분들은 이미 소통할 마음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참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그럼에도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겠다. 경기연회가 끊었던 소통을 다시 이어 내겠다. 편견과 혐오의 벽이 거대하나, 예수께서는 친히 막힌 담을 허무는 평화가 되셨으니 그 신앙의 소망을 품고 나아가겠다. 대림절을 보내는 지금, 예수의 탄생이 지독히도 무거운 시대의 어둠을 밝혔듯, 이 절기에 희망의 빛이 피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항소 의지를 밝힌다"며 이번 출교 판결에 대해 총회 재판위원회에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저들이 죄인이라 낙인찍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사랑과 우애로써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의 연결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마침내 집으로 지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감리회, 그런 한국교회를 꿈꾼다. 지금 이 출교 판결이 그 꿈을 막아서지 못한다"며 "결국 사랑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오늘을 부끄럽게 기억할 것이다. 오늘의 헛된 판결에 저항하며 그리스도의 뜻대로 나아갈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이미 정직 2년을 선고한 2022년 10월 총회재판위원회 판결에 대한 무효 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출교를 선고한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를 상대로도 숱한 재판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이동환 목사의 출교 선고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신청 취지를 변경하고, 오는 12월 19일 가처분 심문에 임할 계획이다.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교단이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런 판결을 한다면, 이를 사회 법정에서 충분히 다툼으로써 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누가 차별과 혐오를 퍼뜨리고 교회의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출교 선고에 대한 대책위 입장문 전문.

"우리는 끝까지 선한 길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의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성소수자를 성도로 존중하며 존귀하게 여기는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하였다.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배척하는 일이며, '교리적 시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충성함과 그를 따르는 결심'을 감리회 신자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감리교회의 법을 배신하는 일이다.

그리스도께서 몸소 당신의 모든 것을 내주시며 사랑하시는 그 영혼을 사랑하는 일이 교회의 본질임에도 오늘, 감리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감리교회의 정신을 배신하고 훼손하였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하고, 목회적 돌봄을 위해 자원한 활동에 관해 출교를 선고한 것은 수십 년, 혹은 평생 신앙생활을 함께해 온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와 교단의 울타리 밖으로 퇴출을 선언한 것이다. 오늘 재판은 성소수자와 수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역사는 오늘을 부끄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법을 지켜야 하는 심사위원과 재판위원이 법을 어기고, 바른 행정을 이끌어야 할 교회 지도자들이 책무를 방기하였다. 재판 당일, 심사위원장과 재판위원들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재판에 대해 의논하고, 행정 책임자는 번번이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재판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편견과 혐오로 기울어진 것이었는지 보여 준다.

경기연회 재판위원는 회개하라.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행정 책임자는 사과하라.

이동환 목사와 성소수자, 숨죽이며 교회에서 신앙의 길을 걷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교회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본질이지, 율법 조문과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법 조항 몇 개를 따르는 곳이 아니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오늘의 헛된 판결에 저항하며 그리스도의 뜻대로 나아갈 것이다. 이미 수없이 많은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고 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시민들과 단체들이 함께 이 길에 나섰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끝까지 싸울 것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

 

2023년 12월 8일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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