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재판을 강행하고 있다. 이미 공소가 기각된 사건을 재판에 회부한 데다가 교단이 정한 재판 기한보다 3개월 넘게 진행 중이다. 이동환 목사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11월 10일 경기도 안양시 연회 본부에서 재판을 열었다. 이날 이 목사 측은, 5개월째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고, 지난 재판으로 이미 약 2000만 원의 재판비용이 들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자 재판위원장 박영식 목사(병점상동교회)는 "재판이 시작된 원인이 어디 있나. 피고발인 이동환 목사가 교리와장정 법에 어긋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고발이 된 것이지, 그가 아무 일도 안 했으면 고발될 이유도, 이 재판을 해야 될 이유도 없다"며 마치 이 목사가 죄를 지은 것으로 단정하고 비난했다. 이에 이동환 목사는 "나는 재판을 받으러 나왔지, 징계를 받으러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고발인 설 아무개 목사는 재판위원장보다 한술 더 떠 이동환 목사를 향해 "범법자"라고 막말을 내뱉었다. 그는 "자꾸 피해자, 피해자 얘기하는데 진짜 피해는 감리회가 입고 있다. 범법자가 죄를 저질렀는데 자꾸 피해자라고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 측은 이번 재판이 왜 부당한지 거듭 언급했다. 변호인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는 "이 재판은 지난 8월 3일 재판위원장, 반장, 감독 명의로 분명 공소기각됐다. 재판법에서는 '공소가 취하된 것에 대해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자가 인정돼 고소를 취하했는데 다시 진행하는 건 원인 무효 재판이고, 재판 기간도 이미 끝났다. 재판법에 따라 2개월 안에 판결하고 한 번 더 15일 연장할 수 있는데, 지금 재판은 5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그 이후에는 '재판부를 전원 교체해서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재판법에 나와 있다. 또한 교리와장정에 명시된 고발한정주의에 따라 이동환 목사의 건은 행정 책임자가 해야 하는 것임에도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민사소송하듯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재판위원은 "우리가 교리와장정을 무시하고 한 것이 아니라 교리와장정을 잘 알고 있는 본부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판위원회는 다음 재판 기일을 11월 23일로 정하고, 12월 중으로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재판 시작 전 경기연회 본부 앞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재판 시작 전 경기연회 본부 앞 복도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재판을 마치고 나온 이동환 목사는 절차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재판에는 성실히 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위원회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가지고 법을 전횡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공정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하길 바란다"면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성소수자환대목회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월 9일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이미 그릇된 예단豫斷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는 재판위원들을 보았다. 재판위원회는 교회법을 가지고 공정하게 재판하라. 이미 원인 무효임이 밝혀진 사안을 불법으로 용인하고 교리와장정이 정한 조항마저 무시한 채 재판을 진행하면 스스로 수치가 될 것"이라며 "법과 질서, 신앙의 양심마저 무시한 교권주의자들과 혐오 세력에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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